논평_
「'테러방지법' 및 '집시법 개정안'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1.28)
등록 2013.08.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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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 위협할 법안, 왜 반대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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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4일과 19일 '테러방지법'과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와 행자위에서 각각 통과되었다. 이 두 법안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커, 국회에 제기된 당시부터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각 법안의 문제점은 물론 법조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의견을 보도하지 않거나 단신보도 하는 등 철저히 이 사안을 외면했다.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지난 14일 국회정보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안의 문제를 지적한 언론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문화일보 정도에 그쳤다.
한겨레신문은 15일 <국정원 권한 거의 그대로/테러방지법 국회정보위 통과>에서 대테러 활동에 있어 국정원에 지나친 권한을 위임한 점, 특수부대 출동의 위험성, 북한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17일 사설 <'또다른 보안법'을 만들 셈인가>에서 테러방지법을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가정보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기획 및 조정'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되며, 테러단체에 대한 규정 역시 모호하고, 북한과 이슬람을 테러 위협세력으로 직접 거론하는 것이 남북관계 및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15일 1면 <테러방지법안 국회 정보위 통과, 시민단체들 반발>, 3면 <테러방지법안 본회의 진통 클 듯; '또다른 보안법' 공방 2라운드 예고>에서 테러방지법안의 진행 상황과 주요 쟁점을 보도했다. 20일에는 국회 내에서도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5일 사설 <국정원 왜 對테러 주축 돼야하나>에서 "현행 국정원법 제3조는 테러정보 수집·작성·배포를 소관업무로 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이상 더 나서게 하면 국정원이 이미 적잖이 멀어진 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에서 더 멀어져, 전국민이 그 감시아래 놓일 정보·수사기관으로 부활할 것"이라며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국정원의 '언론플레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20일 <취재수첩; 국정원의 '잔꾀'?>에서 "국정원이 알 카에다 정보(국내에 입국한 적이 있다는)를 공개한 것은 국정원이 기획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통과를 위해 잔꾀를 부려 정보기관의 금기사항을 스스로 깬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오히려 '테러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사실상 이들 법안의 통과를 도왔다.
조선일보는 11일 <공항도 "설마" 항만도 "설마"/ '테러' 터지면 '대책' 터지겠지?>에서 미국 등에 비해 입국절차가 간단한 인천공항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가 '테러'에 무방비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 안에는 테러대응을 주도할 '컨트롤 타워(통제탑)'가 없다"는 '테러담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13일에는 <테러방지법 제정 서둘러야>라는 외부필자의 칼럼을 실었다.
동아일보 역시 이라크 전쟁 이후로 파병국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주장하는 알 카에다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20일 사설 <알 카에다 위협 남의 일 아니다>에서 동아는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에서 우리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효율적인 테러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에 신속한 '테러대응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5일 외부필자 칼럼 <중앙 시평; 테러 관리 능력 왜 중요한가>에서 1983년 발생한 아웅산 폭파사건을 거론하며 "테러법에 대한 반대 의견도 분명히 있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으나 테러법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에서 20년 전에 발생한 아웅산 테러에 대해 보다 진솔하게 회고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19일에는 <알카에다, 올초 국내 잠입>이라는 제목으로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1면에 보도했다.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보도도 테러방지법안의 경우와 비슷하다. 국회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1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의 위헌 요소를 지적한 신문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한겨레신문은 19일 <도심행진·복면시위 금지 논란/경찰, 집시법 개정의견 제출…"검거편의 발상" 위헌 지적>에서 "(경찰이)국회에 '복면을 쓴 집회 참여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대도시 주요도로 행진 금지' 등의 6개 조항을 넣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회에서 검토중인 법률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20일 <도심행진 제한 집시법 통과/ 행자위 '복면집회 금지'는 제외…시민단체 "집회금지법" 반발>에서는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행진을 제한하는 등 집회 허가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법안의 문제를 간단하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7일 <그후/ 외교공관 주변 시위금지 위헌...집시법 개정 급류>에서 집시법 개정의 쟁점과 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21일 <집시법 "경찰 입맛대로 개악",시민단체 "밀실 입법" 반발...>에서는 개정조항의 문제 및 개정 과정의 문제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문화일보는 20일 <집시법 개정안 왜 나왔나>에서 "최근 과격양상으로 치닫는 시위행태를 떠올려보면 개정취지에 공감을 갖는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이 걸린 사안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단기처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라면 재고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집시법 개정안 국회 행자위 통과 사실만을 단순 보도했으며, 오히려 일부 격렬하게 진행된 시위를 강조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장했다. 당연히 이들 법안이 갖고 있는 국민 기본권 침해 요소들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일 <도심 1년내내 시위장 될판>에서 헌재가 주한 외교기관이 있는 곳 100m 내에서는 집회 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한 집시법에 위헌결정을 내릴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집시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21일 <대한민국은 불타고 있는가>, '폭력시위 나라가 멍든다'는 기획보도 등을 통해 시위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했다.
중앙일보 역시 19일 사설 <폭력시위 엄단 말로만 안끝나게>에서 "노동·시민단체의 시위가 날로 과격해 지는 것은 폭력시위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찰력을 행사하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경찰의 강경한 진압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19일 <뉴스파일/"집시법 개정안 신고시한 독소조항" 논란>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가운데 일부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일부의 문제제기를 보도했으나 단순 보도에 불과했다. 이 외에 대부분의 보도에서 동아는 부안사태와 노동자 시위, 농민시위의 과격성과 폭력성을 부각했다.


한편 지난 2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테러방지법안'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 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변협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은 한겨레신문과 조선일보에서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1면 <변협 '테러방지법 반대' 의견 제출>에서 이 법안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를 위해하고 있다는 변협의 의견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뉴스브리핑 꼭지에 <변협 "국정원이 낸 테러방지법은 위헌 소지">라는 제목으로 단신 보도했다.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변협의 의견서도 경향신문이 <변협 "집시법 개정안 위헌소지">라는 제목으로 7면 3단기사로 다뤘으며, 동아일보가 <"집시법 개정안 위헌 소지" 변협, 국회에 의견서 제출>라는 제목으로 단신 보도하는데 그쳤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테러방지법안'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고 국회 본회의에 올려진데 대해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들 법안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시위의 폭력성과 테러위협 등을 강조해 사실상 법안 통과를 방조하기까지 했다. 자신들의 이해가 결린 사안에 대하여는 벌떼같이 들고일어나던 이들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위헌적인 법률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들 언론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2003년 11월 2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