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10∼13일 한미 FTA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7.14)
등록 2013.08.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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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FTA 반대 운동에 대한 악의적 음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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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가? 한미FTA 2차 협상을 다루는 이들 신문의 보도를 접하며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지난 10일부터 한미 FTA 2차 협상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분야별 구체적인 양허안을 다룰 2차 협상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공세적 요구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한국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우려와 한미 FTA가 우리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객관적 근거들이 확산되면서 국민 여론이 바뀌고 있다.
지난 4일 KBS 1라디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한미FTA를 체결하면 '한국의 손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이익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27.4%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90.5%는 '내년 6월로 정한 협상시한을 넘기더라도 충분히 검토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답해, 졸속 협상을 우려했다.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공개된 MBC의 여론조사 결과도 '한미 FTA 체결 반대'가 45.4%, '찬성'이 42.6%였으며, '협상과정에서 국익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54.3%로 나타났다.
정부가 4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한미FTA의 장밋빛 미래를 홍보해 왔는데도 이렇게 여론이 바뀌는 것을 두고 단지 '홍보가 잘못된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국민들에게 한미FTA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을 때에는 정부의 막연한 한미 FTA '효과'론이 통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한미FTA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몇몇 언론을 통해 미국과의 FTA 체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우리 정부의 협상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내놓는 한미FTA의 '장미빛 미래'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온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은 여전히 현실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차 협상이 시작된 10일 이후 이들 신문은 한미FTA 체결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이유가 정부의 '홍보 부족'이나 '홍보 방향의 잘못'인 양 현실을 호도하면서 정부를 다그치고, 노동자 ·농민단체, 시민단체 등의 한미FTA 반대운동을 비난하고 매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한미 FTA의 실상이 정확하게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들고 있다. 이들 신문에서 협상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우려되는 상황을 꼼꼼하게 따지는 기사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조선, 'FTA 순조롭게 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비난에 초점
조선일보는 2차 협상의 의제나 협상 진행에 대해서는 하루 1건 정도의 짧은 단신 기사로 처리하면서, 한미FTA를 무리 없이 추진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거나 한미FTA 반대운동 진영을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10일 <정권 친위세력이 FTA 반대에 앞장서니>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차 협상에 대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과 맞붙어 우리 정부가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반 FTA 세력이 곳곳에서 봉기해 협상이 제대로 굴러갈지조차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또 "협상을 주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이 정권 내부와 외곽의 친위세력이 합세해 정부의 협상팀을 흔들고 있다"면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전직 청와대 인사들, 한미FTA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방송사, 시민사회단체 등을 한국 정부를 흔드는 세력으로 지목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이 정권의 좌파적 이념과 역사관 홍보엔 그렇게 열심이던 방송과 친여매체들도 FTA 반대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조직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세력이 총집합한 듯한 느낌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평소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 방송사와 매체들을 "친여매체"로 낙인찍고, 한미FTA를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세력의 총집합"이라고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수법을 또 들고 나온 것이다.
사설은 "이 정부가 뭘 믿고 FTA 협상에 나섰던 것인지, 또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 이렇게 아무런 정지작업조차 해두지 않았던 건지 답답하다"며 "밖에서는 협상력에 꿀리고, 안으로는 정권의 지지세력들이 협상 테이블을 뒤엎는 상황에서 일이 어떻게 돼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끝맺었다. 결국 조선일보는 한편에서는 '친여세력' 혹은 '친위세력'도 설득하지 못한 채 FTA를 체결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FTA반대 진영이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며 비난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태도는 10일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11일에도 조선일보는 <정부 'FTA 전략' 세우기나 한 건지…>, <"어느 나라나 특정그룹은 반발…협상 방해해선 안돼">, <'FTA반대' 내일 대규모 시위>라는 기사를 실어 정부가 한미FTA 체결에 일사불란 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 추진'을 압박하는가 하면, 반대운동 진영의 폭력시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어 13일에는 12일 FTA범국본이 주최한 서울 집회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
3면 기사 <反FTA 시위, 미국선 꼼짝없이 법 지키더니…서울 집회 난장판…도심교통 마비>는 12일 집회가 "폭력 ·반미로 변질"됐고 이로 인해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경찰이 10일부터 평화적인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일인시위까지 탄압하는 등 FTA반대 집회에 강경 일변도로 대응한 사실은 일언반구하지 않은 채, "시위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과 충돌했고, 곳곳에서 반미 구호가 쏟아졌다"며 시위대가 애초부터 폭력시위를 준비했던 것처럼 몰았다.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심 한복판에…협상중인데…경찰, FTA 반대집회 허용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오히려 경찰이 반대운동 진영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사태를 호도했다. 조선일보는 '주중', '도심', 'FTA협상'이 법이 보장한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인지 참으로 기가 막힌 논리다.
9면 기사 <분통 터진 일산 주민 두 사람의 하루 / 길에서 5시간 … 택시비 5만원 날려>는 FTA반대 시위와 폭우로 불편을 겪은 두 사람의 하루를 소개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비롯해 집회, 시위에 대해 수구보수신문들이 단골로 쓰는 '시민불편론'이 이번에도 등장한 것인데, 최악의 폭우와 반FTA 시위를 묶어 '시민의 하루가 고달팠다'는 식으로 다뤘다.


'시위폭탄' 운운하며 FTA 반대운동 비난에 앞장선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한미FTA 체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원인을 정부가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FTA 반대운동 진영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10일 3면 기사 <정부, 대국민 설득 소홀했다>는 대학생 178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 결과 싣고, "정부가 한미FTA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홍보하지 못하고, 협상 초기에 대국민 설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같은 날 사설 <한·미 FTA, 대내 합의가 중요하다>도 "미국과의 대외협상 못지않게 FTA 반대세력을 상대로 한 대내협상이 한 ·미 FTA에 난제"가 되었다며 "이제라도 반대론에 대한 정교한 대응논리를 마련하고, 이 정부가 자랑하는 홍보 역량을 적극 동원해 대국민 홍보와 설득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11일부터는 한미 FTA 반대진영을 비난하고 나섰다.
6면 기사 <한·미 FTA 반대 주도세력은 / 농민 ·노동자에 반미단체 섞여>에서 중앙일보는 FTA 범국본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범대위'에서 핵심 역할을 한 반미 성향의 단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이 때문에 한·미FTA 반대운동이 반미운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13일에는 <서울 '시위 폭탄'>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싣고 12일 FTA범국본의 집회를 '시위폭탄'이라고 표현하며 시민들의 불편을 집중 부각했다. 11면 관계 기사 <2006. 7. 12 '시위폭탄' / "이 물난리에 차 막고 … 시민 피해는…">에서는 고양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의 사례를 들어 12일 폭우와 시위로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를 강조했다. 같은 면 기사 <반FTA 시위로 도심 대혼잡> 역시 반FTA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다뤘다.


동아일보, 여전히 '한미FTA 체결 못하면 큰 일'
동아일보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고 FTA반대 진영을 공격하는 등 조선, 중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중앙일보가 'FTA 체결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을 문제 삼아 정부와 반대진영을 비난하고, '반대세력과 국민을 잘 설득해 FTA체결하라'는 논리로 정부를 압박했다면 동아일보는 좀 더 노골적으로 '한미FTA 체결을 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주장을 폈다.
10일 사설 <정부 의지 시험하는 한미 FTA 반대 '총궐기'>에서 동아일보는 "양국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을 앞두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할 시점에 '무조건 반대'의 구호만 난무하니 협상의 장래가 불안하다", "이 나라의 반미 좌파세력이 FTA 협상을 계기로 총궐기하겠다는 양상이다"라는 등등의 주장을 펴며 FTA 반대 진영을 비난했다.
이어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FTA를 통한 미국시장 개척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폭력 시위와 불법 총파업으로 협상이 깨진다면 '세계화 반대국가 이미지'만 널리 선전하는 꼴", "안보상황의 악화로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는 마당에 한미 FTA 협상마저 좌초하면 한국은 세계 각국의 투자 ·무역파트너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한미FTA를 반드시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날 4면에는 <한쪽선 "장관급회담 반대"…한쪽선 "FTA 반대" / 反北 反美 反정부…혼돈의 대한민국>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미FTA 등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잘못해 한국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즉,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한미FTA의 필요성은 적극 설득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그런데 동아일보에서 종종 발견되는 비논리적 주장이 이 기사에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미시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는 대목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한미FTA를 강행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정권이 FTA 반대시위를 바라고 있다는 것인가?
한편 12일 집회와 관련해서 동아일보 역시 13일 1면에 <빗물에 갇히고,…시위에 막히고…출근길 대란>이라는 기사를 실어 FTA 반대시위를 '시민불편'이라는 측면으로만 다뤘다.


FTA범국본은 2차 국민대회를 최대한 평화적으로 치르려 노력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라호텔과 청와대 근처의 합법적인 집회신고를 받아주지 않았으며, 10일 오전에 진행하려던 신라호텔 앞 기자회견을 물리력을 동원해 무산시키고 일부 회원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수구보수신문들이 시위대의 '폭력성'과 '시민불편'만 강조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외면한 편파적인 태도다.
우리는 일부 신문의 보도행태가 한미FTA 체결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주장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FTA반대 운동 진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싣겠다는 꼼수라고 본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정말 한미FTA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한다고 자신한다면 비겁하게 반대운동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한미FTA 체결이 필요하다고 믿을만한 구체적 자료들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FTA 반대운동이 '반미시위'로 변질됐다는 공격 역시 악의적이다. 미국이 FTA 체결국들과 관계에서 어떤 횡포를 부려왔는지 일부 신문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미국과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FTA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일부 신문들은 '반미'의 내용이 무엇이건 미국을 비판하고 반대하면 무조건 문제라는 것인가?
수구·보수 신문들이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관성적 친미', '관성적 친재벌'의 태도를 벗어나 단 한번이라도 한미 FTA 체결이 초래할 결과를 꼼꼼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한미 FTA 체결의 결과에 대해 조중동은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가? <끝>

 


2006년 7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