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에 대한 신문 사설」관련 민언련 논평(2003.9.15)
등록 2013.08.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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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부터 신중하게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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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방부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해 국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여전히 '한미동맹'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파병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두고 '국론분열' 운운하며 이를 '수습'의 대상으로 평가하는데 급급하다.


조선일보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적 논의'를 지켜본 후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주문했으나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파병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선은 14일 사설 <파병 논의, 대통령이 중심 잡아야>에서 "현재 한·미간에는 주한미군 재배치 등을 포함한 한미동맹 재정비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북핵 공조 문제까지 걸려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파병 결정은 장·단기적 국익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은 파병 반대 여론을 '국론분열'로 몰며 노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조선은 "지난봄 1차 파병 때와 같은 중심 잃은 혼란과 갈등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의 국론 분열과 대립은 노 대통령과 집권 측이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측면이 적지 않다"고 노 대통령과 여당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조선과 마찬가지로 '국론분열'을 우려하며 이를 '수습'할 것을 요청했다. 14일 사설 <이라크 추가 파병, 신중한 결정을>에서 "우리 사회는 찬반 의견으로 갈려 홍역을 치렀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때와 같은 갈등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사설 <이라크파병, 국제공조 필요하다>에서도 동아는 여전히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여론을 '국론분열'로 단정하며 "선택을 마냥 늦추면 혼란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빠른 결정'을 주장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서 동아는 간접적으로 '파병'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보냈다. 동아는 14일 사설에서 "동맹이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먼 나라 전쟁'에 대한 명분 다툼과 당장의 안보 이익을 따져보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파병'을 지지했다. 그러나 15일 사설 <이라크파병, 국제공조 필요하다>에서 동아는 "유엔결의에 의한 평화유지활동(PKO)이라면 파병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미국에 국제공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다소 입장이 후퇴했다.


중앙일보는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미국이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중앙은 14일 사설 <이라크 추가 파병의 전제조건>에서 "우리는 미국이 추가 파병을 국제사회에 요청하기에 앞서 국제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라며 유엔 중심의 '평화유지군 창설'이 우리나라 파병에 '명분'을 주는 것임을 강조했다. 중앙은 "미국은 동맹국인 우리 정부가 격한 반대여론에도 더 큰 국익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확고한 명분을 위해 운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엔의 이름으로 평화유지군이 창설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처럼 '한미동맹'을 내세우지는 않았으나, '국론분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일보는 14일 사설 <전투병 파병, 국론분열 없게>에서 "파병 여부는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론의 분열 없이 결정돼야 한다"며 이라크 파병이 '논리'가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라크 파병이 인명피해 문제를 비롯한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줄 것으로 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반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대한매일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은 14일 사설 <이라크 추가파병 명분없다>에서 "추가파병은 부도덕한 전쟁에 한층 깊이 휘말려드는 꼴이나 다름없다"며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외교적으로도 중·장기적 득실을 따져보면 얻을 게 별로 없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적대감을 고려사항에 넣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14일 사설 <전투병력 이라크 파병 안된다>에서 "명분으로 내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세계를 속여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미국의 이번 이라크 침공이 명분이 없는 전쟁이기 때문에 '파병'의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전투병력 파병은 이라크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아랍 민족주의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유엔 요청 파병에 대해서도 "(미국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보다는 유엔이라는 우산을 빌려 더 많은 병력을 확보하려는 술책"이라며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구성한다면 우리도 참여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매일도 15일 사설 <이라크 추가 파병 명분 약하다>에서 "이라크전은 국제적 지지를 받지 못한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이라크에 한국군을 추가 파병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매일은 최근 미국이 유엔에 제출한 이라크 평화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재건을 겨냥하고 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으려면 이라크의 요구에 의한 유엔중심의 평화유지군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파병을 주장하는 측에서 거론하고 있는 '국익'에 대해서도 "동맹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명분이 약한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파병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구는 '명분'이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미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데도 실패했으며, 미국이 내세웠던 '테러와의 전쟁'도 명분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이 같은 과욕으로 현재 이라크는 전쟁 당시보다도 혼란하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익'을 고려해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국제 사회의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조선일보), "유엔의 결의를 얻지 못해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중앙일보), "세계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동아일보)라고 언급하고 있어 '파병'이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앞뒤에 맞지 않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추가파병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몰고 가며, 심지어 유엔이 파병요청을 하면 '명분'을 얻는 것 인양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유엔 차원의 입장 결정 이후'에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으로 요구했으며, 동아와 중앙은 '유엔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유엔에 낸 결의안은 미국주도로 만들어진 '과도통치위원회'를 새 정부의 주축에 둘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등 유엔을 미국의 들러리로 내세우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따라서 유엔의 파병요청도 유엔 중심의 '평화유지군'인지 아닌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이들 신문이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을 '국론분열'로 몰고 가는 것도 문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입만 열면 민주사회의 근본원리로 '다양성'을 거론한다. 그런데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국민의 자연스러운 '파병반대' 여론을 '국론분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여론 다양성을 부정하는 모순적인 행태다.
국제사회에서조차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난여론이 팽배함에도 정부가 '파병반대' 여론을 '수습'하지 못해 문제라는 식의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아연할 따름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동아일보 정도만 '빠른 결정'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국제관계가 얽혀있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언론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03년 9월 15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