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주요 일간지 지방선거 평가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6.3)
등록 2013.08.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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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지방선거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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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 진보정당의 부진,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당의 패배야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로는 나타나지 않고 한나라당을 향한 몰표 현상으로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른바 개혁·진보진영 전체에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 부동산 정책, 세금 정책 등에서 철저하게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반개혁적 행보를 보였고 공천헌금, 소속 의원의 성추행 등으로 도덕성이 실추되었음에도 이와 같이 압승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범 개혁·진보진영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사실상의 '일당체제'가 되어버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어떻게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하는 숙제도 남았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한나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몇몇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신문들이 피습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여당과의 관련 의혹을 부풀림으로써 '한나라당 압승 굳히기'에 나선 것도 정책선거의 분위기를 흐리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표방한 각종 개혁 과제들을 유능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통일 외교 분야에서 일관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결국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통적 지지 세력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금이라도 '개혁세력'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현실 정책에서 분명히 드러내지 못한다면 '한나라당과 차별성 없는 무능한 집권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2일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고, 5.31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중 하나가 참여정부의 부동산과 조세정책에 대한 민심이반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이 정책들을 '시정 또는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언론은 '정부 정책 기조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청와대와의 갈등 가능성' 등을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야말로 '집권세력 자멸의 길'이라고 본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노골적인 '개혁후퇴', '우경화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수구신문들의 부당한 주문을 '독약'처럼 여기고 경계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신문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이유를 지극히 '기득권적 시각'에서 분석하면서 그나마 이뤄놓은 개혁적 조치와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정책들을 포기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압박을 진정한 '민심'으로 받아들이고 수구보수신문의 요구를 그대로 쫓는다면 그동안 '조중동의 발목잡기 때문에 제대로 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변명의 최소한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민심을 왜곡하는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신문의 그야말로 '기고만장'한 행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5.31 선거결과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제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때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특히 2일 사설은 선거 결과에 대한 자의적 분석과 '수구적 요구'로 일관했다. 조선일보는 "무엇보다 먼저 정권의 편의대로 선정하고 추진했던 국가 정책과제를 국가적 우선순위, 국민적 우선순위에 따라 다시 정렬하고 새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일의 선후와 완급을 정해야 한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가기관마다 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정리라는 명목으로 벌이고 있는 과거사 뒤집기, 연관성과 효율성을 무시하고 공공기관을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놓는 사업, 구체적 실천방안 없이 계층간 지역간 갈등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양극화 해소라는 구두선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절실하다고 여기지 않는 사업들"로 꼽았다.
반면 "교육의 다양화와 질적 향상, 노사관계 안정화방안, 주한 미군기지 이전,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를 정권이 "내팽개쳐 둔 것"으로 꼽으며 "민심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정치적 책략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다면 교육과 산업의 국가적 백년대계를 허물고 있는 민노총과 전교조를 향해서도 할 말을 못할 게 없는 것이다", "이 정권이 뼈대까지 흔들어 놓은 한미동맹, 짓밟고 모욕했던 대한민국 역사도 제자리와 명예를 되찾아 줘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도 1일과 2일 각각 <집권 3년 심판한 지방선거>, <선거민심을 국정 운영에 반영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1일 사설에서 여당의 선거 패배 원인에 '공권력의 실종', '양극화란 용어로 편가르기' 등을 언급한 중앙일보는 2일 사설에서는 왜곡된 분석과 기득권적 요구를 더 공세적으로 폈다.
사설은 노무현 정권이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정통성을 파괴하고, 우방들과는 마찰음을 내면서 북한에는 끌려만 다녔다", "근거 없는 적개심으로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겼다", "특정지역 부동산을 겨냥해 세금을 올렸지만 죽어나는 건 서민들이다", "평준화와 3불(不)정책이라는 성역 속에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비는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는 등 사실이 아니거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왜곡된 근거를 여당의 선거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금 일자리 창출 등 삶과 직결된 정책들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가시적 변화를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 격변의 와중에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연금 개혁 등 국가적 과제의 성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대연정을 제안했던 정신을 살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해나가는 것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따르는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일과 2일 관련 사설을 실었는데 2일 사설의 제목은 아예 <민심 읽었다며 좌파정책 고수한다니>라는 제목을 달았다.
1일 <'정권탄핵' 표심 더는 거스르지 말아야>에서도 동아일보는 노무현 정권이 "사회주의적 좌파 정책으로 경제 침체와 사회적 갈등을 부추겼다", "'자주'와 '민족'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금가게 함으로써 '동북아의 외톨이'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웠다"며 이를 여당 참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일 사설은 노무현 정권이 "공허한 구호를 버리고 효율과 성장의 실용적 코드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세금을 더 걷고, 집값을 안정시킨다며 시장을 때려잡는 반(反)시장 정책은 민생만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지역 균형을 외치며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을 위한 일자리만 줄어든다", "기업에 사회공헌금에다 양극화 해소 비용까지 떠넘기면 투자가 안 되고 산업공동화(空洞化)가 가속된다"는 등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주장들을 늘어놓고는 "이제라도 시장원리에 순응하는 합리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일당체제'를 견제할 방안을 내기는커녕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경제 살리기를 돕는 일도 대통령과 여권의 몫"이라며 "각종 규제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위임해 지자체 간에 경제 살리기 경쟁이 벌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들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여당의 참패와 민주노동당의 부진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한겨레는 2일 <'공허한 진보 개혁'부터 제대로 혁신하라>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주는 의미를 "개혁주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들이 보여준 행태와 미래를 향한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는 데 대한 국민들의 실망"라는 큰 틀에서 분석하고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사설은 집권세력이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이상주의적 정치 과제에만 치중했을 뿐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문제 등 사회 경제적 과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으며 "민족 문제에 대한 혼선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고, 미국과의 관계도 오락가락하면서 민족적 자존심을 형편없이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의 '대연정 고집', '개혁 우군 세력에 대한 적대적 태도', '부동산 투기 근절, 양극화 해소, 증세론, 복지재정 확충, 균형개발 등 개혁 과제에 대한 시행착오' 등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진보개혁세력'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을 피하지 않았다.
사설은 이번 선거 결과가 "10여년간 국정을 주도해온 진보 개혁세력 전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며 민주노동당이나 전교조, 민주노총, 시민운동 진영이 "노 정권을 올바로 견인해내고 개혁과제를 선별해 힘을 모으기보다는 각자 자기 목소리만 내는 등 기득권화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진보개혁세력'이 지금까지 추구해온 진보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사학법 개정 때 나타났듯이 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사회 개혁 과제에 대해 동의한다"며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계도가 아니라 설득으로, 분열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개혁과제를 역동적으로 밀고가 줄 것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1일 사설 <무능한 개혁정권 심판한 '5.31 민심'>에 이어 2일 <일당 독점의 지방권력 견제장치 찾아야>와 <지방선거가 민주노동당에 던진 숙제>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들 사설을 통해 경향신문은 정부여당의 참패 원인을 '무능한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 실추'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석권'에 대해서는 "정권심판의 당연한 귀결이지만 지방자치의 장래를 위해서는 우려되는 바가 크다"며 단체장의 인사권 전횡, 공직사회의 줄서기, 선심행정 등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시민 사회단체의 감시와 견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개혁지지층이 상당 부문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이동한 현실은 민주노동당이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서 있지 못하다는 징표"라며 "사회경제적 진보 의제들을 원내 외에서 보다 유기적으로 쟁점화"하고 정책 비전을 구체적으로 대중 앞에 보여줄 인물, 대중적 지도자도 세워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내놓은 여당의 참패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구신문을 비롯한 기득권세력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진한 데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청산 작업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를 '뒤집기'하는 것이며, 부동산 세제는 '세금폭탄'으로 부자들을 괴롭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북한에 끌려다님으로써 한미동맹이 훼손됐으며, 시장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 반기업정서를 부추겼기 때문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신문이 정부 여당에 내놓는 해법은 모두 기득권세력과 부자, 미국과 재벌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관점'의 문제 이전에 사실이 아니다. 과거사법은 한나라당의 거듭되는 발목잡기로 후퇴할 대로 후퇴해 과연 이 법 아래에서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인권침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 이들 신문들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를 놓고 '세금폭탄' 운운하고 투기 실상을 외면한 채 '공급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버블을 심화시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 오래다. 오히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이 입법과정에서 끊임없이 후퇴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에 따라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부동산 부자들은 지속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한미동맹의 근간이 훼손됐다는 식의 주장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왜곡이다. 여러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참여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고 이에 따라 미군을 재배치 하기 위해 국민들의 동의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토지 수용에 나섰고,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수구보수신문들은 정부가 얼마나 더 미국에 굴욕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가?
노무현 정권이 좌파적 정책을 펴면서 '반기업정서'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도대체 참여정부 아래에서 기업들이 받은 불이익이 무엇이며 '반기업정서'로 기업들이 어떤 피해를 받았다는 것인가?
반면 이들 신문은 '일당체제'가 되어 버린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어떤 우려도 없으며 다만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승리에 자만해 대선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내놓는 데 급급하다.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관철하겠다고 나선 신문의 행태야말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경제가 파탄이 나더라도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익, 미국의 요구만 관철시키면 그만'이라는 반언론적, 반민주적 행태이다.


우리는 정부와 여당에 다시 한번 엄중 경고한다.
수구보수신문들의 왜곡된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개혁정권'을 자처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 이번 지방선거 참패를 '마지막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개혁적 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해주기 바랐던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고 수구·보수세력들의 비아냥거림 속에서 무너져 갈 것이다. <끝>

 


2006년 6월 3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