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김종빈 전 검찰총장 퇴임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0.18)
등록 2013.08.21 14:06
조회 258

 

 

 

색깔공세에 대해서도 '기계적 중립'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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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반발해 사퇴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17일 퇴임식에서 천 장관을 거세게 비난했다. 김 전 총장은 퇴임사를 통해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으며, 강정구 교수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로서는 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 어느 다른 사건과 똑같이 마찬가지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며 구속수사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과거 권력에 의한 검찰권 침해와는 차원이 다르다.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는 공안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분별한 구속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법에 따른 정당한 지휘권 행사다. 그런데도 검사들이 '검찰독립' 운운하며 반발하고 총장이 사퇴까지 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으며, 김 전 총장이 퇴임식에서 거듭 장관을 비난한 것은 합당한 처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검찰총장 퇴임식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김 전 총장의 주장을 충실하게 나열했다. 반면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천 장관의 원칙 고수를 보도하면서 KBS와 MBC는 과거 천장관이 수사지휘권의 폐지를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찬성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함께 보도해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들은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색깔공세를 무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열린우리당과의 정치공방으로 몰고갔다.


방송3사는 김 전 총장의 퇴임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의 중립을 위해 용퇴한다'는 김 전 총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부각하면서 그의 퇴임사 내용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또 퇴임식에 참석한 검사들의 '숙연한 모습', 김 전 총장이 검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 등을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보도 태도로 인해 김 전 총장과 검사들은 장관의 정당한 지휘권에 반발하는 모습이 아니라 '총장이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맞서 결단을 내렸고 이에 대해 검사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특히 KBS는 <"정치적 중립위해">에서 '검찰 중립의 꿈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야 한다'는 등의 김 전 총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나열하고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것", "자신의 사퇴가 장관의 또 다른 지휘권 발동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음을 내비쳤다"는 등의 해석까지 덧붙였다.
또 "김 총장은 마지막으로 검찰은 성숙한 조직이기 때문에 검찰 내부도 급격히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집단 반발'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채 28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하고 대검 청사를 떠났다"고 보도를 마무리해 김 전 총장이 조직을 추스르면서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것을 강조했다.
MBC도 <"중립 지켜져야">에서 김 전 총장의 일방적 주장 나열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SBS 역시 <"정치적 중립 훼손">에서 김 전 총장의 주장을 나열했으나, 보도 말미에 "사표 제출이 부적절한 처신이었는지, 아니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엇갈리는 평가 속에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27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했다"며 김 전 총장의 사퇴를 '엇갈리는 평가'로 언급해 KBS, MBC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한편, KBS와 MBC는 한나라당이 '16대 국회의원 시절 천 장관이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의 폐지를 지지했었다'며 천 장관의 '입장 변화'를 비난한 사실을 함께 다뤘다. 이는 천 장관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비난을 정당화시키려는 한나라당의 '물타기 수법'에 방송이 무비판적으로 따라간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천 장관이 찬성한 참여연대의 2001년 검찰청법 개정청원안에 대해 참여연대 측의 입장은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참여연대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권을 제한적 범위에서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권력핵심부나 법무부장관의 검찰수사에 대한 음성적이고 부당한 개입을 막고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법 제8조의 삭제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며 그 대안은 투명하고 제한된 범위에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송들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최소한 참여연대에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천 장관이 입장을 바꿨다'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준 꼴이다.


KBS와 MBC는 천 장관과 청와대가 검찰의 반발을 '봉합'하는 데 나섰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KBS는 <"가능성 열려있다">에서 천 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검찰 총장 인선으로 인한 후속 인사가 예상될 뿐, 그 이상의 후폭풍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도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는 점을 부각했다. <갈등모양새 경계>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 추스르기에 무게를 뒀다"며 "이번 사태와 검찰 개혁 문제를 분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KBS는 보도 말미에 "검찰 스스로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는 게 검찰 개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보도하는 등 '갈등봉합'에 초점을 뒀다.
MBC도 <"검찰흔들기 없다">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수사지휘권이 다시 발동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부로 발동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천 장관의 발언을 "사실상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섣불리 단정해 천 장관의 지휘권행사가 '재발되어서는 안되는 부당한 일'인양 보도하기도 했다.


어떤 사안이든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보도하는 행태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현 정권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구시대적인 색깔공세에 나섰으나 방송사들은 이를 비판없이 나열하는 데 그쳤다. 색깔공세는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 할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이며,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 대표의 강경한 색깔공세에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은 한나라당의 강경한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했으며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박을 정치공방 차원에서 소개했다.
KBS는 <갈등모양새 경계>와 <"구국투쟁">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나열했다.
SBS도 8시뉴스의 첫 보도를 여당과 야당의 '공방'으로 시작했다. SBS는 <야"이성잃었다" 여"색깔론 악용">를 통해 '장외투쟁'을 내세운 한나라당과 '색깔론'으로 비판한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대립적으로 나열했다.
MBC는 <"이성 잃었다">에서 야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기는 했으나 "해임안을 내봐야 통과 가능성이 없는 데다 장관 개인보다는 국가정체성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재보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이 정략적이라는 점을 지적해 차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KBS와 MBC는 정작 이번 사태로 제기된 '검찰개혁' 의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KBS는 연속기획보도 <권력과 검찰>에서 "이번 사태의 논란의 근원을 짚어보고 검찰개혁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상 청와대와 검찰의 주장을 대립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KBS는 과거 검찰이 권력에 굴종해 온 역사를 지적하긴 했으나, 이번 논란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며 "과거 권력의 시녀라는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검찰을 도와 검찰의 독립을 찾아줘야 한다"며 '정치권의 책임을 지적'하는 입장과, "문민 통제라는 원칙아래 검찰 역시 개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현 정권의 입장'을 대립적으로 보도했다. 보도 말미에 "검찰 개혁과 검찰 독립, 국민의 검찰이 되겠다는 종착점은 같은 만큼 현재의 논란은 새로운 검찰이 되기 위한 생산적 진통이 되어야만 한다"고 마무리 짓기는 했으나 실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MBC는 <색깔론 정면대응>에서 "일단은 검찰조직의 안정이 우선이라고 보고 사태수습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면서도 "검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여권의 검찰개혁 입장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야당의 주장에 대한 여당의 대응 차원에서 다뤄 '검찰개혁'의 의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반면 SBS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해 차이를 보였다.
SBS는<불씨 남긴채 '안정'>에서 "이번 사태는 역으로 검찰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시민단체의 비판의견과 함께 "앞으로 개별사건에 대한 수사권 재량은 커지겠지만, 전체 검찰권에 대한 통제는 그만큼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진 <'통제'강화한다>에서는 "최근의 사태가 적지 않은 국민들에게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형사송법 개정 등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 장치 강화" 등을 전망했다. SBS는 보도 말미에 "개혁이 정략적으로 이뤄질 경우 정부와 검찰간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고 검찰개혁이 정략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논평을 통해 방송보도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논란'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소한 방송보도만이라도 일부 수구언론의 의제설정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아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김종빈 검찰총장의 퇴임식 관련 보도에서도 방송3사는 기존의 보도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천 장관의 지휘권에 반발하는 검찰의 행태를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의제화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정치권의 구태'를 막연하게 비판하다가도 정작 대표적인 '구태'라 할 색깔공세가 제기되었음에도 비판은커녕 정치공방으로 상세히 보도하는 일관성 없는 태도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
방송3사는 언제까지 '사실보도'를 내세우며 나열식 보도, '기계적 중립'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보수적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인가? 특히 사회현안에 대한 올바른 의제설정을 하지 못한 채 수구언론들의 보도 틀을 답습하는 KBS와 MBC의 태도를 보며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끝>


 

2005년 10월 1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