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분권형 개헌논의'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1.16)
등록 2013.08.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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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정당한 ‘개헌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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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서청원·김덕룡·강재섭 의원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의 조찬회동 자리에서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 불거진 한나라당의 개헌논의에 대해 시민사회는 '대선자금 물타기'와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얕은 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 역시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가 정치개혁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3일 <한나라 일각 "黨해체후 재창당 논의">에서 "현재의 대선자금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再)창당론'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이 제기돼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개헌논의'에 비중을 둔 다른 신문과 달리 제목에서부터 '재창당'에 비중을 실었다. 14일에는 팔면봉에 "한나라 중진들 잇따라 分權型 개헌론 제기. '나눠먹자', 숟가락 들고 나서는데도 때가 있는 법인데"라고 간단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신문들은 한나라당의 개헌논의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3일 <'분권형 대통령' 개헌 한나라, 총선前 추진 최병렬·서청원·김덕룡·강재섭 비공개 회동>에서 "내년 4월 17대 총선 전에 헌법을 개정해 현행 대통령 중심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고,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며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선 민주당 박상천(朴相千)대표 등 다수 의원이 찬성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총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할 경우 국회 의석 3분의 2가 넘는 양당의 공조만으로도 개헌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4면 <개헌-한나라식 盧 재신임 카드? 대통령 힘빼기…여론은 글쎄>에서 "하지만 국민여론이 변수"라며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여론은 그동안 부정적인 쪽…국민투표라는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한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5면 <"한나라 개헌하려면 총선 공약 내걸어야">에서는 한나라당의 개헌논의를 비판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KBS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중앙은 14일 사설 <'대선자금'물타기 개헌론 안 된다>에서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에 대해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중앙은 대선자금 수사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이 "국면을 호도해 보려는 '잔꾀'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다"면서도 지금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정치개혁, 당 개혁을 유야무야 하려는 정략적 기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를 비판했다. 동아는 14일 사설 <개헌 얘기 떠들 때 아니다>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국가 의제' 불쑥 내밀어서는 안된"고 지적했다. 동아는 "대선비리 정국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라며 "개헌을 추진하고 싶다면 대선자금 비리 의혹을 규명하고 보다 진전된 정치개혁안을 마련한 후 내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14일 사설 <정치개혁하랬더니 웬 개헌타령>에서 "기껏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개헌논의였다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권력 나눠먹기, 쿠데타적 발상이라는 여당의 비난이 아니더라도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은 "한나라당은 12일까지 자체 정치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합의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먼저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당개혁, 정치개혁을 단행한 뒤 개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14일 5면 <한나라 중진 개헌론 불씨 부채질>에서 한나라당의 개헌논의를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개헌론이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병렬 대표도 KBS 토론프로그램에서 "총선 뒤 국민적 토론에 부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발언했으며, 한나라당 내부와 청와대, 열린우리당의 반대도 강하다고 보도했다. 반면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자민련은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언론에게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언론들은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당리당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마저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의회권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감시, 비판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신문들이 정치개혁의 틀에서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적 개헌 논의를 비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언론 활동이다.
다만 조선일보가 또다시 한나라당의 개헌논의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우리는 여러 차례 조선일보의 보도를 통해 이른바 '조-한동맹'의 문제를 포착해 이를 지적해 왔다. 유독 조선일보만 한나라당의 '개헌논의'를 작게 보도한 것은 한나라당에 불리한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단도리'는 아닌가. 조선일보는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의회권력'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비호하면서 무슨 '비판언론' 운운인가.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개혁'이다. 지난 대선자금 의혹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략적인 목적으로 '개헌'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들의 열망을 무시하는 몰염치한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3년 11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