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의 김두관 장관 해임안 국회통과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4)
등록 2013.08.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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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두둔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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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이 3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애초 한나라당은 한총련 대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진입시위에 대한 문책으로 김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가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거세어지자 뒤늦게 '노무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내년 총선의 공정한 운영'을 갖다붙여 어거지 '정치공세'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4일 일제히 노 대통령에게 명분 없는 김 장관 해임안을 받아들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적 해임안 제출을 두고, 노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며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양비론'적 태도까지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여야는 해임안 파문 수습 서둘러야>에서 "청와대는 야당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옳다"며 "이번 사태를 부른 원인 중의 하나는 한총련에 대한 온정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장관 해임안은 정치적 무리가 있다고 해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하자 없이 통과된 것"이라며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한 전례가 없으며 이번에도 이 같은 관례는 지켜져야 한다"고 대통령을 압박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국회 해임 결의는 존중되어야>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의 해임안 강행처리를 두둔했다. 중앙은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거부한다면 이는 의회정치에 대한 부정이며, 국정을 책임진 헌법수호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번도 장관 해임안을 거부한 적이 없었다"며 '국회 결의를 존중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해임안 통과' 이후 파국은 막아야>에서 다른 두 신문처럼 노골적으로 노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며 사실상 거부권행사에 반대했다. 동아는 "노 대통령의 국가경영 능력에 실망한 건 한나라당뿐이 아니다"며 한나라당의 무리한 해임건의안의 문제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으로 연결시키더니 "당정분리 운운할 시간에 야당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거대야당이 밀어붙인 해임안>에서 이번 김두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처리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며 "명분도 시원찮고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안건을 다수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킨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해 "즉각적인 '수용불가'와 같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일단 국회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국정 전반을 고려한 노대통령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신문은 <명분없는 해임안 가결강행 유감>에서 "명분과 사유가 약한 결의안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지극히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일부 언론이 노 대통령에게 국회의 해임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도 "해임 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고 한, 국회가 뚜렷한 잘못이 없는 장관을 해임하라고 건의한 전례 또한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또 한겨레는 "한나라당은 이번 해임 건의안 처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실을 가볍게 흘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전례'가 없다며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신문들은 명분도 없고 '전례'를 찾기도 힘든 이유로 장관의 해임안을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조폭적 행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이미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한나라당의 잘못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최소한의 양심적 언론행위를 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한나라당의 명분 없는 해임안을 두고 비판은 커녕 사태의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씌우고 있다. 권력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다수당의 횡포에 손을 들어주는 사설을 버젓이 내놓는 행태에 대해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러고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가.
우리는 한나라당에게도 경고한다. 원내 1당답게 처신하라.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과 보조를 맞추며 다수당의 수적 우세를 앞세워 노무현 정권의 개혁정책에 발목을 잡아왔다. 심지어 방송민영화론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수구언론의 이해를 관철시켜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오죽하면 신당문제로 파국을 맞고 있는 민주당보다도 지지율이 낮겠는가.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민주주의의 정신을 망각하고 힘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말 것이다.

 


2003년 9월 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