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전 법조비리 보도 명예훼손 소송」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3.9.9)
등록 2013.08.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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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만큼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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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법원 제1부가 대전 법조비리 보도와 관련해 전 현직 검사들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언론들은 '언론의 감시 기능을 보장하고, 언론자유를 신장시키는 조치'라고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우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권부(權府)에 대한 언론의 견제 기능을 존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우리는 언론이 '권력에 대한 감시 권한'을 폭넓게 인정받는 만큼 그에 걸맞게 사실보도 공정보도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거대 언론들은 어느 권력 집단 못지않은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으며, 그들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도하는 일부 신문들의 보도 태도는 매우 우려스러웠다. 이들은 관련 보도에서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을 함께 제고하기 보다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언론 자유 위축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확대해석했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행태는 거론하지 않고, 대법원의 판결을 새 정부의 언론 대응 방식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언론 자유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런 판결이 향후 언론 현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 공직자들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동아일보 9. 4)
"현 정권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언론에 대한 민 형사 소송 제기를 범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고 법률 지원까지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 …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거울삼아 언론사에 대한 집단적 소송 공세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조선일보 9.4)
"공직자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잇따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가 하면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고 있다. 지난달엔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이 4개 일간지를 상대로 각각 5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하니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중앙일보 9. 4)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 사실보도 논평의 자유에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려는 정부 일각의 거듭된 시도에 대해 최고법원이 보내는 경고의 의미 또한 각별하다고 우리는 믿는다"(문화일보 9. 4)
"특히 참여정부 들어 계속 이어진 정부의 대언론 불만 표출과 공격으로 인해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국민일보 9.3)


우선 우리는 현재의 언론 상황을 놓고 '권력에 의한 언론 자유 위축' 운운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거대 언론들은 스스로가 '권력화' 되어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정부, 특히 정부의 개혁적인 인사와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주요 신문들이 주장하는 '언론 자유 위축'이 그동안 거대 언론들이 누려온 특혜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아닌지, 또 각종 오보 왜곡보도를 '권력에 대한 정당한 감시 활동'으로 합리화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하는 점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언론의 생명이다. 그러나 '비판과 견제'를 이유로 사실 관계에도 어긋나는 무책임한 보도를 하거나, '논평 또는 의견'이라는 형식으로 악의적인 비방과 왜곡을 저지르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언론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유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2003년 9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