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송두율 교수 판결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7.23)
등록 2013.08.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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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법부 판결까지 폄훼하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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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고등법원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기한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가 미흡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그간 국가보안법 관련 사안에 대한 다소 '보수적인' 판결과 달리 명백한 증거를 판단의 잣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법원의 이번 판결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특히 송 교수 입국 때부터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는 교묘하게 딴죽을 걸며 이 같은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 <송두율 사건,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가>에서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양 깎아내리는데 앞장섰다.
조선은 검찰 측의 주장을 길게 인용한 후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대개의 공안사건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증거물"이라며 "그런데도 '증거가 부족하다'면 더 이상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수사당국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찰을 두둔하고 나섰다. 반면 재판부에 대해서는 딴죽걸기와 폄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재판에서 재판장의 이런 '포용'과 '이념 갈등 해소' 같은 시대적 소명 의식이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까지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라고 얼토당토않게 재판부의 '시대적 소명의식'까지 물고 늘어졌다.


또 "재판을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를 마치 정신착란증에 빠진 것처럼 묘사하는 이런 사회 분위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폄훼했다. 사설 말미에 조선은 "송씨가 '법이라고 할 수 없는 법'이라고 매도하는 그 법으로 재판부가 그에게 핵심쟁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마치 이번 판결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기까지 했다.


중앙일보는 23일 사설 <송두율씨 석방한 항소심 판결>에서 고등법원이 1심 재판부와 다른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국민으로선 혼란스럽다"고 썼다. 중앙은 법원이 송 교수의 저술활동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며 "친북 편향의 저술활동을 펴더라도 사실상 처벌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일성 주석 조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의 대상'이라며 "그렇다면 김일성의 사망 날짜에 맞춰 국내에서 그를 추모하더라도 이를 방치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송 교수에게 최종판단이 남아있다며 자중할 것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 <송두율 씨 집행유예를 보는 눈>에서 송 교수에게 '자숙과 반성'을 요구하는 한편, "송씨 사건은 냉전시대의 유산"이라며 "그러나 우리사회 일각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차분하게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이번 법원 판결의 의미를 다르게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22일 사설 <'노동당 후보위원 증거 부족하다'>에서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은 논란이 되어 왔던 송 교수의 '조선노동당 후보위원' 혐의에 대해서는 "애초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수구층의 매카시즘적 여론몰이가 가세하면서 거물급 간첩으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또 송 교수의 저술을 '사법적 심사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학문·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높이 평가했다. 경향은 "송 교수를 옭아맸던 낡은 이념의 잣대를 헐어내고, 그가 귀국할 때 밝힌 소망처럼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23일 사설 <송두율 교수 '집유 석방'이 남긴 과제>에서 법원 판결의 의미를 평가하고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보안법은 추상적인 법 조항 때문에 남용되어 왔다"며 재판부가 "보안법을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자성의 태도가 전혀 없이 항소심에 불만을 쏟아붓는 공안검찰과 언론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입증해준다"며 "17대 국회가 시대착오적인 보안법을 폐지하는 데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기 전에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그간 송두율 교수를 향해 '대남공작원', '거짓말하는 교묘한 학자'라고 매도했던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의 보도태도의 문제 도한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반성을 하기는커녕 '국민들의 혼란' 운운하며 법원의 판결을 폄훼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송두율 교수의 석방은 사실상 예견되어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간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으며,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 주장의 허점이 드러났다. '남북한 공동학술대회'와 관련해 전 한국정치학회장 길승흠 교수가 '남북한 공동학술대회'를 본인이 먼저 구상해서 송 교수에게 제안했다는 증언이 대표적이다. 또 구체적 증거없이 황장엽씨의 진술만으로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규정한 것 역시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만약 국민들이 이번 판결에 '혼란'을 느낀다는 보도는 일부 언론이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어야 한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송교수가 입국하던 시기부터 송 교수를 '간첩'으로 매도하는데 앞장섰으면서도 정작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 등은 재판부의 판결을 폄훼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보도태도부터 자성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가 재판부를 폄훼하기 위해 갖다붙인 말도 되지 않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다만 조선일보 등이 이번 판결 이후 제기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해서만은 짚어야 할 것 같다. 조선일보가 재판부 판결을 폄훼하고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혹 이번 판결 이후 제기되고 있는 '국보법 폐지' 주장을 '물타기'하려는 것은 아닌가.
조선일보가 방해해도 역사는 전진한다. 조선일보가 딴죽건다고 국보법 폐지라는 대세가 되돌려지는 일은 없음을 조선일보는 알아야 한다. <끝>

 


2004년 7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