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의문사진상규명위 활동에 대한 대통령 발언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08.02)
등록 2013.08.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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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과거청산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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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가 그동안의 활동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의문사위의 독립적 권한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비전향장기수 3인의 의문사 인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의문사위 활동에 대한 논란은 의문사위의 의미와 법적 성격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이든 아니든 공권력의 불법부당한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과 국민 침해 행위를 조사해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신문은 ‘의문사위가 간첩을 민주화 기여자로 인정했다’는 왜곡된 주장을 재탕하면서 이를 근거로 ‘의문사위를 두둔한 대통령’의 ‘업무수행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7월 31일자 사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고 있는가>를 통해 의문사위 활동에 대한 왜곡은 물론, 자칫 헌정질서에 대한 부정을 선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위험한 언급마저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부터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고 있는가”라는 반문형으로 뽑아 의문사위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헌법준수와 국가보위’에 위배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사설의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조선일보는 “한마디로 대통령은 의문사위원회의 결정과 활동 방식을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한 후, “그러나 국민의 불안은 지금부터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돼 48년 건국을 하고 50년 김일성의 6·25 남침으로 존망의 위기에 몰리면서도 국민들은 땀흘려 일하고 학생들은 잠 안 자고 공부해서 간신히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이른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불안이다”, “대통령 말대로 민주화운동과 관련없는 데까지 조사범위를 넓히면 6·25전쟁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나 그 이후 빨치산과 김일성이 대남 적화(赤化)를 위해 간첩들을 대량으로 남파하던 시대의 사건까지 모두 조사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철저한 과거청산을 원한다. 문제는 과거청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권의 일부 세력들과 자신들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과거청산에 끊임없이 ‘색깔론’을 덧씌우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의 행태다. 중앙, 동아일보 역시 조선일보와 이심전심으로 ‘코드’를 맞췄다.


중앙일보는 7월 31일자 사설 <끝내 의문사위 두둔한 노 대통령>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끝내 의문사위를 두둔”했다며 “이러고도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할 것인가”라고 대통령 직무수행의 ‘합헌성’을 시비걸었다. 또 비전향장기수의 사망을 ‘의문사로 인정’한 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간첩을 민주화 기여자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거듭 왜곡했다.
사설은 “의문사위의 활동 중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미전향 장기수를 민주화 기여자로 판정한 점과 간첩 혐의로 복역한 사람을 조사관으로 기용한 대목이다”, “미전향 장기수가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억울하게 죽었다면 그것대로 밝히면 될 일이지, 그 자체가 민주화운동이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답답하다. 30일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민주화운동 관련성’ 규정으로 초래된 의문사위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고, ‘민주화운동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중앙일보가 정말 ‘민주화운동은 아니지만 비전향장기수 사망사건의 진상을 밝히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떼고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자는 대통령의 입장에 딴죽을 걸 이유가 없다. 동아일보 역시 7월 31일자 사설 <대통령의 의문사委 평가, 부적절하다>을 통해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론적 언급은 법리적으로나 국민정서상으로나 기대에 어긋난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의문사위의 ‘미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기여 판정’이다”라며 의문사위의 결정을 왜곡한 후 여기에 기초하여 “문제의 미전향 장기수들을 민주화운동 기여자로 판정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라는 결론을 멋대로 내렸다. 뿐만 아니라 의문사위의 합법적인 조사관 채용을 법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게 되자 “간첩 혐의로 복역한 사람이 의문사위의 조사관이 돼 군 장성들을 조사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국민정서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보면 한마디 설명이라도 있어야 마땅하다”라며 막연한 ‘국민정서’를 들먹이며 딴지걸기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의문사 진상 규명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에 협력한 대가로 쌓아 올린 자신들의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화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공권력의 불법부당한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를 조사해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입장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보며, 나아가 대통령이 말로만 이와 같은 원칙을 천명할 것이 아니라, 의문사위가 정쟁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위를 보장해주고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정부 여당은 의문사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에서 국회 산하로 이관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의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진정으로 의문사 진상 규명을 원한다면 먼저 의문사위의 국회 이관 방침부터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의 의문사위 독립성을 지금처럼 존중하되 조사권한을 보다 강화하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 시효를 없앰으로써 의문사 진상 규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회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은 의문사 진상 규명과 관련 수구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결코 ‘개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의문사 진상 규명을 딴지걸어 과거청산 작업을 훼방놓음으로써 자신들의 면죄부를 찾으려하지 말라.

 


2004년 8월 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