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주한미군 이라크 이동배치' 관련 5월 18일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8)
등록 2013.08.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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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에 대해선 한마디 쓴소리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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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한미군 2사단 가운데 1개 여단을 차출해 이라크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밝혔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 14일 이 같은 의사를 정부에 타진해 왔고 외교통상부는 17일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17일 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을 위하여 주한미군 일부의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고, 노 대통령은 이해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 차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의 주한미군차출은 우리 정부와의 사전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되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결정이 나던 날 차출을 통보해와 미국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미국의 주한미군차출은 우리정부에 대한 이라크 추가파병 압력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미국의 이러한 '대한국 외교행태'를 비판하기보다 정부와 시민사회에 미군차출책임을 돌리며 '반미' '촛불시위' 등을 거론했다. 이들 신문은 경제위기, 한미동맹의 위기 등으로 미군차출 의미를 확대 해석해 몰고가며 주한미군 이동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결국은 주한미군 감군인가>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의 책임을 이라크 파병반대 시위를 주도한 시민사회와 '이 세력을 핵심적 정치 기반으로 성장한 정권의 핵심 인사'에 돌렸다. 더 나아가 조선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한미관계'와 연관지어 현 정부가 한미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처럼 몰고갔다.
조선은 "여기서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반미'와 '미군철수'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촛불시위, 미 대사관 신축 반대, 미군기지 이전 반대 등 한·미관계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양국 관계의 기본축을 흔들어온 세력이 이 정권의 핵심적 정치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라며 "이런 세력과 맥을 같이하는 정권의 핵심 인사 상당 부분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결정 이후에도 파병철회를 계속 주장하면서 '한·미관계의 질적 변화'를 함께 예고해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조선은 "한·미동맹은 우리가 맺고 있는 유일한 동맹관계"라며 "한국의 독립과 번영을 뒤받쳐온 '외교축' '안보축'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진로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정권 담당자들은 선거에 의해 5년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고 해서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외교·안보·경제적 기틀이 돼온 기본을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정권적 차원에서 변경하고 교체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가 마치 한미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처럼 주장갔다.


중앙일보는 사설 <미군 철수가 시작됐다>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경제적 어려움을 연관지었으며, 이번 결정이 이라크 파병 갈등 때문인 것처럼 몰고갔다.
중앙은 "미군 철수는 국내외 기업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중앙은 "미국이 중장기적 과제였던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카드를 앞당겨 쓴 것은 현 정부들어 누적된 양국 간 불협화음도 한몫 했다고 본다"며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한·미)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유감스럽다"면서 "동맹관계가 이렇게 냉랭하게 변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 정권은 잘 알 것"이라며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동아일보도 사설 <'미군 빼가기' 한미동맹 현주소인가>에서 경제위기를 부추겼으며, '한미간 시각차'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또한 동아는 안보공백의 해결책으로 '첨단무기 증강'을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는 "먼저 미국이 주한미군을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차출할 정도로 한미동맹이 이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동맹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동아는 "안보불안은 어제 즉각적으로 주식시장에 일부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경제위기론도 거론했다. 동아 역시 미국측의 일방적 통보를 거론하며 "한미동맹관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나 마찬가지"라며 "만의 하나 늦어지고 있는 이라크 파병,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일부 국민의 반감, 점증하는 반미의식 등이 주한미군 차출에 영향을 미쳤다면 사태는 심각하다"며 "한미간의 시각차가 주한미군 차출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검증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더나아가 동아는 "안보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가령 첨단무기의 한반도 주변 배치는 미군 차출로 인한 전력공백을 신속하게 메울 수 있는 대책", "이라크 파병문제도 차제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사설 <주한미군 이라크 이동, 의연히 대처해야>에서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한-미 연합사령부까지 오산·평택지역으로 옮긴다는 정책을 추진할 때부터 이런 구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며 "한반도의 주변 각국의 정세도 그러하지만, 최근 남북관계 진전이나 남북간 군사력을 볼 때 불안해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한겨레는 "우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군대를 빼가는 미국의 행태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히 지적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라크 현지 사정이 갈수록 악화돼 우리 병사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측면말고도 주한미군 수천명이 그곳으로 가게 돼 군사력에 구멍이 생기는 마당에 우리의 정예병력 3천명을 파병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파병문제를 마무리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주한미군 병력을 이라크에 차출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이라크상황악화에 따라 주한미군이 차출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포로 성학대 사실이 폭로되면서 이라크 국민의 반감이 폭발해 반미테러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등 이라크 상황이 크게 악화된데다가 동맹국들이 추가파병에 소극적이고 자국군을 속속 철수시켜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이 표면화된 것으로 지상군은 점차 줄이고 첨단 무기 중심으로 해외주둔미군을 재편한다는 계획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약 3년에 걸쳐 110억달러를 투입해 주한미군 전력을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적했듯 노무현정부에 대한 은근한 추가파병압력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마치 촛불시위와 미군기지 이전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 등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한 것처럼 몰고가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그런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당국이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하는 등 주요사안을 결정할 때 정책결정에 고려되는 변수는 다양하다. 본질적으로는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전략에 따르는 것이며 '시기'등의 선택에 있어서 주둔지 국내 정치상황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주객이 전도된 원인분석으로 독자들을 헤깔리게 하고 있다. 한미간 갈등이 생기면 대부분 시민사회운동진영과 정부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예 습관화 되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신문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배치를 두고 '한미동맹' 운운하며 위기론을 증폭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까지 해서 '이라크 추가파병'으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를 현 정부와 개혁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인가.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세력 재편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민감한 사안임은 틀림없다. 그러므로 '누구탓'으로 돌리기 전에 더욱 신중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차분하게 보도해야 한다. 섣부르게 주한미군차출을 경제위기론등에 연계시켜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해서 바람하지 않으며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의 당파적 이해를 위해 '국익'마저 짓밟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며 '제무덤파기'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끝>

 


2004년 5월 1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