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부산일보의 '시민패널 부산시장 후보 1차토론회 보도'에 대한 민언련·부산민언련 공동 논평(2004.5.27)
등록 2013.08.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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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감 부추기며 투표율 저하 염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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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일보가 주최하는 '시민패널 부산시장 후보 1차토론회'가 열렸다.
25일 부산일보는 이 토론회를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을 포함해 네 면에 걸쳐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의 전반적인 경향이 각 후보들의 정책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의혹 제기와 그에 대한 공방이 중심이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사설 <'비난전'으로 얼룩진 부산 보선>은 후보간의 공방을 부각해 정치적 혐오감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다. 또 후보들의 상호 공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에게 유리한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상호 공방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대형 비리 사건 연루 의혹을 희석시키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편향성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사설은 "양쪽(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선거전이 초반부터 지나치게 가열되면서 자칫 혼탁 과열 선거로 변해버릴 우려마저 없지 않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상대방의 약점을 때리는 '비난전' 양상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만 따르더라도 '혼탁 과열 선거의 우려가 있다'는 정도이고, 시장 선거에서 '비난전'의 '양상이 엿보이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사설의 제목을 <'비난전'으로 얼룩진 부산 보선>이라고 달아 선거 전반이 후보 간 비난전으로 혼탁해진 양 쓴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비난전'의 예를 드는 과정에서는 교묘한 편향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설은 "대표적인 사례가 '한나라당은 불법과 비도덕 후보의 양성소'라는 열린우리당의 공세다. 열린우리당 후보가 과거 재산문제로 구청장직에서 직위해제된 점을 부각시키는 한나라당의 성명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비난전' 예는 "공세"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한 반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난전' 예는 "성명"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공세"는 "한나라당은 불법과 비도덕 후보의 양성소"라는 식으로 막연히 표현해 근거없이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듯한 인상을 준 데 반해 한나라당의 "성명"은 "열린우리당 후보가 과거 재산문제로 구청장직에서 직위해제된 점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표현해 열린우리당 후보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었다.
결국 사설만 본다면 허남석 후보에 대한 핵심 의혹인 이른바 '동성게이트'는 완전히 묻히고 오거돈 후보의 재산문제와 추한 정치권의 '비난전'만 남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일보가 부산 시장 후보들을 향해 '비난'보다는 '정책'으로 선거전을 끌어가라고 요구할만큼 '정책보도'를 중심에 두었는지 의문이다.
이날 토론회 관련 기사들 가운데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것은 4면 <부산발전 총론 '함께' 밑그림 '따로'> 정도였다. 나머지 대부분의 기사는 상호 공방을 중심으로 다뤘거나 아니면 토론회의 뒷얘기들 수준이었다.
토론회와 관련한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오 "동성게이트 관련설 해명을" 허 "대학총장동원 의혹 밝혀야">이다. 부제도 <허 "비리 연루됐다면 후보됐겠나" 오 "총장 동원했다면 사퇴하겠다">로 달고 기사의 내용도 두 후보의 '의혹'에 대한 공방이 중심이다.
만평 <손문상의 그림세상> 역시 두 후보가 만신창이가 되어서도 상대방의 머리채와 멱살을 붙잡고 싸우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며 '줄서기'를 고민하고 있는 시청공무원들의 모습을 비꼬고 있다.
3면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쟁점별 질의· 응답'을 정리했다는 <도덕성·자질 송곳 검증에 진땀>이라는 기사는 열린우리당 선대위에 7개 대학 총장 대거 참여 논란 '동성게이트 연루'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나눠 두 후보의 공방을 다뤘다. 기사의 부제는 <대학총장 우리당 대거 참여 - 오 "부산 위해 참여 자청" 허 "줄세우기 아니냐">, <동성게이트·부동산투기 논란 - 허 "법적하자 없다" 오 "지가 올라 재산 늘어">로 의혹에 대한 공방과 그에 대한 해명으로 뽑았다.
같은 면 박스기사는 <새로 드러난 사실>이라며 의혹에 대한 두 후보의 해명을 제목으로 뽑았다. 허 후보의 경우는 "이광태, 안시장 구명 술값 지불", 오 후보의 경우는 "군산 땅 친구 세명과 공동매입"을 제목으로 달았다.
우선 의혹에 대한 후보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새로 드러난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태도가 석연찮다. 특히 '동성게이트'와 같은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연루 의혹을 "(안상영)시장 구명을 위해 (이광태씨가) 술값을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새로 드러난 사실'로 무마해 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술값을 지불하는 것과 시장 구명이 무슨 관계인가?


34면 <지방의원 후보 "우리도 있는데…">라는 기사에서 부산일보는 유권자들이 부산시장 선거 정도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며 기초의회,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무관심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지역 전체 투표율이 30%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는 부산일보가 말로만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지면을 통해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정치적 혐오감'이다. 그런데 부산일보의 보도태도는 위에서 지적했듯 '정치적 혐오감'을 오히려 부추기는 듯한 양상이다. 또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에 부산일보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충실하게 보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말로만 깨끗한 선거를 주장하고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질타한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일보가 충실한 정책보도로 유권자들의 참여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끝>

 


2004년 5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