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각 정당의 총선공약'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2004총선미디어연대 일일논평(2004.4.5)
등록 2013.08.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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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방해하는 '말로만 정책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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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신문, 정책비교 찾기 어려워


지난 3월 11일 민주노동당을 시작으로 3월 29일 열린우리당, 4월 1일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지역감정의 영향으로 정책선거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최근에 지역감정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이번 17대 선거는 '정책선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선관위는 홈페이지에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해놓았으며,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비교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충실한 정책보도로 '정책선거'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신문들은 정책에 무관심 하거나 각 정당을 '차별성 없다'고 몰아 사실상 '정책선거'를 방해하고 있다. 또 진보정당의 정책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인 반면 일부 신문의 경우 특정 정당에 대한 '띄워주기' 보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대부분의 신문에서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분석한 기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 기간동안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한 기사는 동아일보 3월 30일 기사 <'바람에 묻힌 공약' 오십보 백보> 정도였다. 이 기사는 각 정당의 정책을 정치, 경제, 사회·문화, 통일·외교·안보 4분야로 나눠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정책에서 각 정당의 차별성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으며, 민주노동당은 아예 비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경실련이 발표한 '17대총선 정당정책총괄평가서'에 따르면 각 정당간의 정책적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9개에 이르는 정책을 놓고 각 정당의 정책일치도를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자민련)-(민주당·열린우리당)-민노당'으로 정책적 친소관계가 드러났으며, 사법분야나 지방자치 분야의 경우 정책적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정치분야 및 재벌문제 현안의 경우 각 정당별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 신문들은 각 정당의 총선공약 중 몇 개를 골라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일보, 한나라당 공약 '띄워주기' 경향


조선일보 보도의 경우 특정정당 '띄워주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한나라당의 총선공약 관련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1인1연금제', '10만명 이공계 병역특례 부활' 등 이른바 '선심성' 의혹을 받는 복지 관련 정책을 부각했다. 또 논란이 예상되는 교육관련 공약이나 국방비 증액 관련 공약은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갔으며, '정부주도 법률안 제출권 견제' 공약은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교육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확대' 및 '희망하는 사학에 대해 평준화 정책대상 제외' 등의 공약은 평준화 중심의 현행 교육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어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됨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에 대해 조선일보는 '공공주택 원가공개'와 '국민소환제'를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는 민간 부문에도 원가공개 및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여 "공공주택 원가 공개"> 3.30 1면)는 등으로 비판에 초점을 맞추어 한나라당 공약을 보도한 태도와 차이를 보였다.


<정부정책과 비슷…빈곤층 대책은 진전>(3.30)에서도 "공약을 실천할 재원마련 대책도 언급되지 않아 실천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발표한 공약집 어디서도 재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결국 국민의 세금, 국채 발행(나라 빚)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라면서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후손들의 세금부담이 심각하다'는 전문가의 의견까지 덧붙였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공약에 대해 언론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대해서는 '재원대책'을 짧게 언급하는 데 그치고 다른 정당에 대해서는 '후손들의 세금부담'까지 비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태도라 할 것이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소환제'에 대해 조선일보는 '포퓰리즘'과 연결시켜 문제 삼았다.


조선은 이 공약이 "'16대 국회'에 대한 정치공세적 측면도 갖고 있다"고 부정적인 '분석'도 덧붙였다. 같은날 사설 <포퓰리즘 불러올 국민소환제 공약>에서도 조선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특히 정치 현실에 얼마나 맞느냐"며 탄핵정국과 부안 핵폐기장 상황을 '전쟁' '무정부 상태'로 폄훼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인양 몰았다. 심지어 조선은 "국회마저도 포퓰리즘의 영역 속에 들어가, 헌법상 지역구에서 선출되지만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국회의원까지 군중의 힘과 거리의 구호로 끌어내릴 수 있다면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제도의 본질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가까이 일본도 국민소환제와 유사한 주민소환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소환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위한 장치다. 그간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선출해준 국민들 보다는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마저 좌지우지 할 정도로 비대해진 의회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 '탄핵정국'에서 제안된 것이 '국민소환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이를 '포퓰리즘'과 연결지어 마치 '국민소환제'가 군중의 힘으로 국회의원들의 소신정치를 가로막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진보정당 정책 보도 미흡


한편 민주노동당 정책공약에 대한 신문들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 중앙일보의 경우 3월 26일 '서울대 폐지 및 수능시험 폐지' 정책을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민주노동당이 공약을 발표한 3월 11일과 12일 '부유세 폐지'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등 기존 정당과 차별성을 보도한 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그나마 자세하게 다룬 경우였다.


한편 경향신문의 경우에는 각 지역별 쟁점을 보도하는 기획기사를 선보여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다른 정책관련 보도는 꼼꼼하게 정책을 분석, 평가하기 보다는 각 정당의 총선공약을 막연히 비판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30일 <공약 띄워 '표 다지기'>에서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을 "정치권의 부패 고리를 끊는 획기적 방안을 담았다"고 평가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공약 전체를 간략히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31일 사설 <일회용 선거공약 문제 많다>과 4월 3일 사설 <한나라당 공약 실현 가능한가>에서도 경향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약을 비판했는데, 정책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대책없는 공약"이라는 수준에 머물렀다.

 


2004년 4월 5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