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폭로정치'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1.20)
등록 2013.08.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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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인가, '받아쓰기 연습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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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7일부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등에서 연일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된 온갖 추측을 남발하고 있다. '저격수'로 불리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언론에 "오늘부터 연쇄 폭로가 시작된다"며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폭로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정치권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일부 언론들은 근거없는 폭로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이들의 주장을 받아쓰는데 급급하다.


한나라당의 폭로를 앞장서서 보도한 언론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8일 1면 <"최도술씨 大選후 기업서 900억 모금" 한나라, 측근비리 폭로전>에서 "한나라당 이성헌의원은 17일, 최도술(崔導術)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선 이후 기업들로부터 900억원을 받아 이영로(李永魯·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씨를 통해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5면 <한나라, 盧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폭로 파상공세 "이원호·부인 계좌서 대선때 100억 빠져">에서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폭로가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을 거부하려는 데 대한 당 차원의 견제·압박 작전으로 풀이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을 자세히 보도했다.
19일에도 조선은 2면 <한나라 "盧대통령이 썬앤문 減稅 청탁"; "후보시절 손영래 청장에"…청와대 "근거 없는 얘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가 회장으로 있는 썬앤문그룹이 180억원의 세금을 23억원으로 경감받는 과정에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나라당에 의해 제기됐다"며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은 이 의원이 폭로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개입의혹'도 보도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의 폭로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한나라당이 설정한 폭로 週間>에서 "이런 식으로 '폭로 주간'을 설정해 공세를 펴는 것은 권력 비리 감시라는 본연의 뜻과는 거리가 먼 행태"라며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다면 분명 잘못된 일…잘못된 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민적 명분"이라고 전제하고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식으로 폭로 주간을 설정하고 캠페인 벌이듯이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그런 국민적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들은 한나라당의 폭로정치가 당내에서조차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한 20일에도 당내 비판의견은 보도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폭로사실만 받아썼다. 조선은 5면 <"최도술 900억 창당때 썼나" "허위날조 정치공작 말라">에서 한나라당의 주장만을 받아쓰던 행태에서는 벗어났으나 여전히 한나라당의 주장을 비중 있게 실었다. 이어 조선은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서 총질">에서 이광재씨가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역시 한나라당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18일 1면 <盧측근 비리의혹 폭로전…"최도술 900억 수수 제보있다">에서 동아는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측근 관련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폭로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5면 <한나라, 썬앤문 등 폭로 잇따를듯>에서 동아는 "첫 타깃은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었고 공세의 주역은 이성헌(李性憲) 의원"이라며 "이 의원의 주장은 '풍문'으로만 떠돌던 최씨의 다른 비리의혹을 공개적이며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는 "이는 한나라당이 이달 초 구성한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전담팀'이 첫 성과로 내놓은 것"이라고 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동아는 5면 <검찰 "최도술씨 900억 수수說 금시초문">에서는 검찰의 반발도 실어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아는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선 이후 S기업 등에서 900억원을 받았다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17일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검찰은 우선 올 7월부터 SK비자금을 내사하면서 최 전 비서관이 S기업에서 300억원, 또 다른 기업에서 300억원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한 사실도 없고 그런 단서가 포착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19일 4면 <한나라 "孫회장 동창이 이영로씨 소개">에서 "한나라당은 18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추가로 폭로했다"며 "한나라당은 이날 당 전략기획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가 중심이 돼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20일 동아일보는 4면 박스기사 <노측근 비리 의혹 터질때마다 부산상고 인맥 '단골'로 등장>에서 그림표와 함께 최도술, 이영로씨 등 부산상고 인맥들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면 머릿기사로 <폭로…폭로…폭로 꼬리내린 한나라>에서 동아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공세의 고비를 늦추지 않았다"며 이주영 의원의 폭로를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당 내부에서조차 '근거 없는 폭로는 득이 아닌 실이될 수 있다'는 비난이 있따르자 20일부터 폭로공세를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경향,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폭로정치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최도술씨 대선 이후 900억 수수 제보있다">에서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오늘부터 연쇄 폭로가 시작된다'고 했다"며 "그는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은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지난해 대선에서 진 것도 네거티브 공세가 지나쳤기 때문인데 당시 그 같은 전략을 짠 사람들이 당 비상대책위를 장악하고 있어 폭로전이 최고라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고 보도해 조선, 동아와 차별성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19일 4면 <한나라 공세에 연일 씩씩대는 여권>에서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최근 한나라당의 폭로전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李비서관(이호철)은 金전부회장을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으며, 許의원이 거론한 문제의 녹취록에 자신의 실명이 없다는 점을 들어 악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도 李비서관의 이름은 없다"고 한나라당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밝혀냈다. 이어 <"노, 작년 썬앤문 세 감면 청탁">에서는 "한나라당이 파상공세를 펴는 까닭은 특검법에 대한 盧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한나라 이성헌 의원 최종락 의혹제기에 대해)그러나 崔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孫회장과 李씨는 동향인데다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라며 '내가 소개해줬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20일 중앙은 5면 <"근거있나" 당내서 역풍>에서 한나라당의 폭로사실을 보도하면서도 "한나라당의 폭로 공세는 19일에도 계속됐다. 사흘째다"라고 보도했다. 기사 중반에 중앙은 한나라당 내 폭로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 및 이광재 실장의 '면책특권' 발언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보다 분명하게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성 '폭로'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8일 5면 <정치공세 날새는 예산심의, 한나라 '최도술 900억 수수설' 제기>에서 "정기국회 회기가 20여일 남은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정치공세로 얼룩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19일 4면 <예결특위 또 폭로.막말공방>에서도 이를 비판했다. 경향은 20일 4면 <한나라 '폭로 릴레이' 안팎 역풍>에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면책특권을 이용한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향은 한나라당의 폭로사실을 보도하며 "이 같은 어마어마한 내용을 폭로하면서도 한나라당은 최소한의 관련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주장한 이후 자료 제출도 없고, 추가설명도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신문도 18일 5면 <한나라 특검 압박 폭로전>에서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과 관련한 전방위 '폭로전'을 재개하고 나섰다"며 "여권의 특검 거부 움직임을 제지하는 한편, 특검의 당위성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넓히자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폭로의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해, 근거없는 정치공세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19일 한겨레는 박스기사로 한나라당의 홍사덕 원내총무가 심규철 의원이 주장했던 '정대철 의원 SK 200억 수수설'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20일에는 <한나라 저격수 '신3인방' 등장>에서 "이주영, 이성헌, 심규철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정형근, 김문수, 홍준표 의원에 이은 새로운 '대여 저격수 3인방'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들 두 의원(이주영, 심규철)의 '폭로'는 한 월간지에 나온 내용의 '재탕'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으며, 이성헌 의원의 주장 역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내년도 국가 예산을 검토해야 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한나라당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폭로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마저 버리며 국가와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정치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이 추측성 폭로나 할 때인가. 지금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관련 법안들이 얼마나 되는지 한나라당 의원들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이미 한나라당은 18일 심규철 의원의 '정대철 의원 200억 수수설' 제기에 대해 사과까지 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한나라당이 근거조차 불분명한 폭로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물타기 하기 위한 '얕은 술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특히 조선일보는 가장 적극적으로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주장을 부각해 보도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언론이 한나라당의 폭로정치를 비판하는 와중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조-한 동맹'(조선일보-한나라당 동맹)의 '끝'이 어디인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2003년 11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