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100분 토론>과 K1<심야토론> 노동관련 방송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3.11.21)
등록 2013.08.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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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가압류,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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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이 자살과 분신이라는 극한 방법으로 저항하면서 손배가압류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MBC <100분 토론>과 KBS <심야토론>은 각각 13일과 15일 손배가압류를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 노사관계 해법을 점검했다. 공영방송사들의 대표적 토론프로그램이 민감한 사회 현안을 다룬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특히 MBC <100분 토론-'손배소 가압류, 노사갈등의 해법은'>은 손배가압류를 노동자들만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100분 토론>은 방청객을 '시민 대 노동자'의 구도로 배치함으로써, 손배가압류 문제에 있어 노동자들의 이해와 시민들의 이해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비췄다.
손배가압류에 찬성하는 패널 뒤로는 양복과 일반 평상복을 입은 '시민'이, 그 반대편에는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앉았다. 또 방청석 발언에서도 손배가압류의 실상과 문제점을 말한 사람들은 모두 노조 관계자들 뿐이었다. 이 같은 토론회 배치와 구성은 '손배가압류' 제도의 유지가 노동자를 제외한 사회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손배가압류의 핵심 당사자인 재계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옹호할 우려가 컸다.
<심야토론-'참여정부 노동정책, 노동자 참여인가 배제인가'>의 경우, <100분토론>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손배가압류를 노동자들만의 문제로 취급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했다. <심야토론>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을 다뤘기 때문에 손배가압류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
겉으로 보면 손배가압류가 파업에 참여한 '일부 노동자'들만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계나 일부 언론이 주장으로 '재산권 보호' 차원의 문제로 협소하게 이해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손배가압류 문제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생존까지 담보로 해야 하는가, 약자의 권리 주장을 그 사회가 얼마만큼 수용할 것인가를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문제이다.
손배가압류로 인해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상황은 손배가압류가 몇몇 노동자와 그들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사회 균열을 낳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100분 토론>과 <심야토론>이 '손배가압류'를 사회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일부 노동자들의 이해 관계 문제로 취급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손배가압류가 불러온 현실의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 균열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때라는 판단 때문이다.
<100분 토론> 제작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방청객 자리배치에서부터 발언 구성까지 좀 더 세심한 배려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또 <심야토론>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 못지않게 구체적인 현안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토론프로그램의 대표격인 두 프로그램이 본회의 이런 지적에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이기 바라며 아울러 방송토론프로그램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해보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는 '찬반' 양론으로만 접근해서 풀기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매우 많다. 따라서 토론프로그램도 특정한 사회 문제에 대해 사실 관계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모아나가는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추가파병' 논란에 있어 '파병을 하느냐, 마느냐',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국익이냐, 아니냐'를 놓고 무조건 찬반토론에 부칠 것이 아니라 '이라크 전쟁'과 파병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뚯이다.
손배가압류나 노동자들의 강경 투쟁 문제도 마찬가지다. 손배가압류가 사측의 정당한 대응 수단이냐 아니냐를 논쟁하기에 앞서 손배가압류가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따져보고, 잇따르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노사관계 악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본회의 고민이 토론프로그램의 변화에 대한 방송사와 제작진들의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2003년 11월 2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