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부안 핵 폐기장 반대시위'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3.11.28)
등록 2013.08.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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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배제된 부안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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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음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편파·왜곡 보도'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주민투표' 시행 시기를 둘러싼 갈등으로 대화조차 중단돼 부안 시민들이 격렬히 저항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1일 시민단체들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으며, 24일에는 시민사회 각계 대표들이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부안 핵 폐기장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2천인 선언'을 가졌다. 이날 정부도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 제정·발효후 실시해야 하나, 정부와 부안측이 투표방식 등에 합의할 경우 법 제정·발효 이전에라도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안 사태와 관련해 '폭력적 집단행동'이 원칙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경우 정부의 원칙과 신뢰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절차의 합법성을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6일 노 대통령은 전북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부안 사태에 대해 '오판'이 있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부안 사태를 언급하는 등 작게나마 해결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여전히 정부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단순보도를 주로 하고 있으며, 핵심적인 쟁점사항인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등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국책사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민투표'를 사용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은 '독단적 결정'으로 부안 사태를 불러온 김종규 부안 군수에 대해서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외롭게 부안 주민들을 상대해 왔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긍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부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정부와 노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25일 조선일보는 <이번엔 법을 몰라서…정부, 부안 또 울렸다>에서 정부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안군의회 조례 제정'을 통해 주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번복하게 됐다며 "정부가 또다시 정책의 혼선만 빚은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사설 <부안 사태,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에서 조선일보는 "국책사업의 결정을 주민투표에 내맡긴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지만 부안 사태가 격화돼 "주민투표를 우회(迂廻)해서 부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보이질 않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정부의 총체적 무능력이 이 상황을 초래한 만큼, 이것을 풀어내거나 마무리지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28일 사설 <부안 방폐장, '안해도 될 일'이었다니>에서 조선은 노 대통령이 전북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부안 문제를 '억지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을 두고 "맥이 빠지는 듯한…""허망함" 등등의 감정적 단어를 동원해 "부안 방폐장사업은 사실상 물 건나간 것"으로 단정하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웠다. 27일에도 조선은 <"일개 단체장에 맡겨놓고 정부는 물러서 있으면 앞으로 누가 나서겠나">에서 김종규 부안 군수를 인터뷰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은 "솔직히 유치신청 이후 정부가 발을 빼려 하거나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일들이 수 차례 있었고, 서운한 느낌도 들었다…전국의 환경·반핵단체는 다 나섰다. 일개 지자체장에게 맡겨놓고 정부는 물러서 있는다면 앞으로 어떤 단체장이 나서겠는가"라며 정부에 대한 김 군수의 비판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핵 폐기물 처리장'에 반대했던 김 군수가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섰으며, 결정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보지 않았던 점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조선은 경찰들의 피해상황만 부각하는 편파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26일 <"제발 전·의경 얼굴 때리지 마세요">에서 조선은 부안 시위 진압으로 다친 전경들을 치료했다는 경찰병원 의사의 주장만을 자세하게 보도했으며, 정작 경찰 진압과정에서 부상당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실 확인이 필요한 '염산탄'에 대한 의사의 의견을 작은 제목으로 달았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대부분의 다른 신문들이 네티즌들의 반대의견과 함께 주민들의 피해상황을 거론하는 등 최소한의 형식적 균형을 맞춘 것과도 비교되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부안 사태와 관련해 핵심쟁점을 피해가며 '관민' 양측 모두를 피해자로 몰았다. 26일 <농사밖에 모르던 부안 농부가 투사로…>에서 조선은 "예년 같으면 변산반도 해변에서 열리는 '12월 해넘이 축제' 준비로 민관이 하나가 돼 있을 부안군. 지금 부안에선 이 또한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며 핵 폐기장 문제 발생 이후 피폐해진 주민들의 상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서 조선은 원인 제공자인 군수와 부안 주민들을 모두 피해당사자로 묘사하며 본질을 흐렸다. 조선일보는 김 군수가 이번 사태 이전에 주민들에게 '사탕군수'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며 "하지만 지금 부안 곳곳에는 김 군수를 성토하는 글들로 도배…"라고 쓰는 등 김 군수를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삽입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김 군수가 핵 폐기물 처리장 유치신청을 한 것을 두고 마치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 속에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역시 '주민투표'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27일과 28일 기획기사에서는 부안 주민들의 심리상태를 부각하면서 본질을 왜곡했다.
중앙일보 25일 <부안 주민투표 답이 없나>에서 중앙일보는 "주민투표 실시 시기가 이 사태 해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실시 시기를 놓고 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현재로선 협상 타결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사설 <주민투표는 최후의 선택돼야>에서 중앙은 "주민투표에 앞서 일단 대치 국면을 풀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등 질서를 회복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다만 주민투표를 하더라도 이는 최후의 카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주민투표' 조기실시에 반대했다. 중앙일보는 26일 <부안 연내 주민투표 노대통령 불가시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보도하며 "사실상 연내 주민투표 실시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면 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의견을 부각했다.
중앙 역시 편파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26일 <"전·의경 그만 때렸으면…얼굴 꿰매기도 지쳤어요">에서 중앙은 관련 사실을 의사와 네티즌 사이의 '인터넷 논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처럼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아니었으나, 내용에서 사실상 경찰병원 의사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27일 중앙은 3면 <심리학자가 진단한 부안사태; "유치 반대는 선, 찬성은 악"인식 팽배>에서 한국사회심리학회 회장과 함께 부안 사태의 원인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했다. 이 같은 접근은 일견 '신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였다. 중앙일보는 주민들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며 "원전센터 유치가 '지역 발전에 이익이 될 것인가, 손해가 될 것인가'는 협상의 대상에서 이미 벗어났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논의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부안 핵 폐기장 문제를 '지역 발전'의 차원에서만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국한했다. 부안 주민 다수가 '핵 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집회가 잇따르고 시위가 격화되면서 '원전센터 반대'라는 주장에 동조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부안 주민들이 '군중심리'에 휩쓸린 것처럼 몰았다. 과격시위의 원인에 대해서는 '내 고장 부안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상황규범과 군중심리의 결합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인 유치 결정으로 부안 사태를 촉발시킨 부안 군수의 문제와 정부의 무관심 등 민주적 절차의 문제를 간과한 왜곡보도다.
28일에는 <위도 주민들이 보는 부안사태 "백지화땐 우리만 바보될 판">이라는 제목으로 위도 주민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접근방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우선 핵 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부안읍내 사람'으로 국한하고 위도 주민들과 분리시켰다. 또한 제목에서부터 위도 사람들은 무조건 핵 폐기장 유치를 바라는 것처럼 몰며 사실을 호도 했다.


동아일보도 유일한 해결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부안 사태해 진지하게 보도하거나 접근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6일 <부안 '주민투표 시기' 제각각…갈등 증폭>에서는 '주민투표 시기'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김 군수와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의 의견을 보도했다. 이날 사설 <민주당, 부안에 뭣 하러 갔나>에서 동아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전북 부안을 방문한 민주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는 "진상 조사차 전북 부안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 6명의 활동은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비쳐 실망"이라며 일부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동아는 "현 단계에서는 이 지역에서 평온과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억압된 분위기에서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의미도 없고 국책사업 수행에 나쁜 선례만 남길 수 있다"고 주장해 사실상 주민투표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동아 역시 <"제발 전·의경 얼굴 때리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경찰병원 의사의 글을 보도했다. 동아는 이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과 함께 주민 부상자를 치료하는 부안성모병원 의사 인터뷰까지 실어 역시 조선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지속적인 기획기사를 통해 부안사태의 '해법'을 모색하는 등 부안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25일 3면 <부안사태 해법없나(3) 주도권 싸움 '주민투표 표류'>에서는 "정부와 부안 대책위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포기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투표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법적 근거'를 이유로 주민투표를 미루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주민투표를 구체적인 해결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어 경향은 "정부도 '선 질서회복'만을 외치며 물리력에 의존한 진압 위주의 정책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26일 <부안사태 해법없나(4)-각계인사/ "질서회복보다 절차회복부터">에서는 부안사태와 관련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YMCA전국연맹 이학영 사무총장, 양오봉 전북대 교수, 김준엽 부안군청 공무원의 의견을 실었다.
25일 사설 <부안사태, 정부 결단 촉구한다>에서 경향은 "정부측 입장이 자꾸 겉돌기만 하는 것은 나름대로 뚜렷한 방침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다음 카드를 위해 던질 것은 깨끗이 던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7일 사설 <노대통령 부안 인식 문제있다>에서 최근 부안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부의 처신과 입장이 원칙적인 테두리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정부가 "처음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고 있다"며 "주민들이 거론하는 주민투표도 절차적 정당성에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향은 25일 사설에서 "국책사업을 전적으로 주민들 의사에 맡기는 그릇된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주민투표는 옳지 않다"고 주장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25일 2면에 <각계대표 2천명 부안 주민투표 촉구>에서 사회원로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다. 같은 날 <아침햇발-부안, 참여정부의 '5월 광주'?>에서는 부안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군의회에서 부결됐는데도 군수가 이를 무시하고 유치신청을 한 것은 명백히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긴 과오"였으며 "그나마 순리적인 해결책은 주민투표로 가부를 결정하는 방법…하지만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이 끝나고 국회에서 주민투표법도 통과되고 지질조사 결과가 나온 뒤, 곧, 예닐곱달 뒤에나 하자는 배짱을 부렸다"고 노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노 대통령은 핵폐기장에 관한 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민심을 철저히 존중하면서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6일 사설 <부안사태, 원점에서 풀어야 한다>에서 한겨레는 "폭력사태가 이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데만 머물고 있다"며 "애초에 위도 핵폐기장 선정에는 절차적 합법성이 결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부안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런 잘못 채워진 단추를 제대로 끼우라는 것"이라며 "일단 위도 핵폐기장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자세를 갖춰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서울에 올라온 부안 주민들은 언론의 편파·왜곡보도에 항의하는 뜻으로 몇몇 언론사를 방문했다. 부안 주민들은 언론사들의 인터뷰도 거부하는 등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부안 주민들이 언론에 대한 불신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난 4개월 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부안 핵 폐기장 유치를 일방적으로 종용하고, 부안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며 폭력사태 등을 부각시켜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폭도처럼 '매도'하기가지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부안 사태를 시위의 격렬성이나 주민들의 '군중심리' '님비현상' 등으로 단순화 할 수 없다고 충고한 바 있다. 정부와 노 대통령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조선일보처럼 무조건 정부와 노 대통령의 대응을 부안 사태의 전적인 원인으로 단순화해 '대통령 흔들기'에 악용하는 것도 옳지 않다.
지금 부안 보도에서 절실한 것은 부안 주민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언론의 추측·편파보도는 오히려 정부와 부안 주민들 사이의 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2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