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 대통령 광주·전남 언론 합동간담회 발언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19)
등록 2013.08.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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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의 큰 틀에서 접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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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가진 합동간담회에서 '신당과 정치개혁' 관계 발언을 두고 노 대통령이 '신당 지지선언'을 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노 대통령이 수시로 강조해 온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밝히면서 정치권의 '이슈'인 민주당 분당사태를 거론한 것이어서 언론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신당지지'로 축소·예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에 <"분당이 새 정치질서 동기 될 수 있다" 노대통령, 사실상 신당지지>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은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분당으로) 힘이 약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차제에 새로운 정치질서로의 변화의 동기가 될 수 있다" "옛날 그대로 기득권 그대로 가지고 그냥 가서는…민주당이 전국정당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부분을 인용하며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신당창당을 사실상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역감정만 잘 부추기면 표가 모이는 구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호도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구주류 측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단정했다.
이어진 6면 <"DJ등뒤에 숨어서…"동교계에 직격탄>에서 조선은 "'신당 불개입'원칙을 내세워온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과의 합동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신당 창당이 자신의 정치적 노선에 부합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나는 민주당이 갈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개혁되기를 바라는데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신당파는 개혁파, 잔류파는 기득권을 지키는 세력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1면 <민주당 분열 마냥 회피할 수만 없어 노, 사실상 신당지지>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민주당만 분열하고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서 있으면, 호남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데 나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사실상 신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역감정을 부추겨 낡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으로 사태를 호도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민주당 구주류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앙은 3면 머릿기사 <노 "내가 인기 없어 신당 잘 안돼">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작심한 듯 신당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고 했다. 중앙은 "민주당 신·구파의 대립을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유지하느냐, 국민에게 되돌려 주느냐의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규정했다"며 "사실상 신당파의 손을 들어준 발언"이라고 단정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기사 말미에 "노 대통령은 추석 전 신당파의 핵심 의원과 청와대에서 조찬을 하면서 '내가 인기가 없어 신당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고 이의원이 전했다"며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내년 총선에 (신당이)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의회를 상대로 하는 미국식 정치를 도입하면 된다'고도 말했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고 보도해 마치 노 대통령이 신당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일보 1면 기사<"신당 사태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다" 노대통령, 사실상 신당 지지>는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나는 민주당이 갈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개혁되기를 바라는데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해 "사실상 신당 추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진 8면 기사에서 동아는 "노 대통령은 그동안 신당 추진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일관했지만 신당 추진 세력을 '정치개혁 세력'에 빗댐으로써 신당파 지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며 "자신의 정치개혁 의지를 내비치면서 분당사태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내분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혀 신당 추진을 정치개혁과정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대통령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무게중심은 신당으로 쏠리는 발언으로 일관했다"고도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2면 <'노 신당지지' 파문 확산>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신당지지' 선언으로 기정사실화하며 이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을 기사화 했다. 4면 <노, 신당지원·정치질서 재편 의지>에서 문화일보는 "민주당 신당 추진세력 힘실어주기라는 시각도 있지만 노 대통령이 정치권의 자기개혁에 대한 기대를 접고 지역주의 구도에 함몰된 기존 정치질서를 국민 여론을 통해 근본적으로 뒤집어보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며 "뭔가 보다 큰 그림을 작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추측했다.
심지어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 <노 대통령과 신당>에서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민주당 내 신주류에 대해 제동을 걸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지금까지 가급적 말을 아낀 것을 보면 '노심'이 신당 쪽이었음은 두말할 필요 없이 짐작되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중립 표명을 '신당지지'로 단정했다. 문화는 "신당 창당으로 인한 정국 혼란과 집권당의 실종 사태야말로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보다 확실하게 집권당이 어느 쪽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분당은 개혁찬성과 반대가 갈라지는 것" 노, 신당 창당 사실상 지지>에서 한국일보는 노 대통령의 "지금 기존의 정치질서가 와해되면서 새로운 질서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는 발언을 두고 "이는 사실상 민주당 신당파의 신당 창당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일보는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탈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으로 특정 지역 차별과 소외가 없이 할 수 있는 정치가 어떤 것이냐를 함께 걱정하는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3면 <신당 고빗길서 전격 힘실어주기>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모두 신당파를 개혁세력으로 추켜올려 신당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해석했으며, 일부 구주류의 지역감정 자극 발언을 비판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주류와의) 정치적 결별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은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광주·전남지역을 의식한 해명성 발언일 수도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결국 신당의 대세몰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최근까지 가급적 말을 아끼던 자세에서 선회한 것은 신당파가 세몰이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려고 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1면 <노, 사실상 신당지지 "기존 정치구도 와해…새질서 탄생 기대">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사실상 신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드러난 '노심'…민주호 분당 재촉>에서도 "민주당 분당사태와 관련해 작심이라도 한 듯 속내를 드러냈다"며 "노 대통령의 신당 관련 행보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한겨레는 "당분간 큰 틀의 정치개혁을 촉구함으로써 신당을 간접지원하는 한편, 분당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국면에 들어서면 어떤 형태로든 당적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큰 틀에서 '정치개혁'의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경향신문도 1면 머릿기사 <"새 정치 변화과정…나쁘게 보지 않는다" 노, 사실상 신당지지표명>에서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신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돼 민주당 분당 및 신당 추진을 가속화시키는 등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잔류파 의원들은 이미 예상한 발언이었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신당파 의원들은 신당추진에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환영했다"며 민주당의원들의 반응까지 함께 거론해 노 대통령의 발언을 '신당지지'로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당적 이탈 문제에 대해서는 "'관망'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도했다. 3면 <구주류엔 '직격탄'…신당엔 '날개'>에서 경향은 노 대통령 발언의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 신당파가 집단탈당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것을 새로운 질서의 구축과정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탈당 문제와 민주당 분당 사태를 '작은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고, 지역구도 해소·민주적 공천·투명한 정치를 '큰 차원의 정치개혁'으로 지목한 것"으로 해석해 '정치개혁'이라는 발언의 취지를 일정부분 담아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의 정치개혁 관련 발언을 '구주류'를 비판하고 '신주류'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한정시켰다. 이들 신문은 노 대통령의 신당지지가 '신당 사태를 마냥 회피할 수 없어'서 발언 한 것으로 해석하며 신주류를 '개혁세력'으로 구주류를 '기득권 세력'으로 단순화해 구분 짓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정당개혁'을 둘러싸고 벌어진 민주당내 신·구주류의 갈등을 정치개혁의 틀에서 보도하기보다는 세력 대 세력의 갈등, 권력다툼으로 폄하해왔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노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치개혁'의 중요성은 실종되고 말았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주요하게 언급하고 있어 차별성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의 광주·전남지역 언론 합동간담회에 대한 방송 보도 역시 노 대통령의 '신당지지'로 국한되었으나, KBS의 경우 '정치개혁'에 보다 비중을 뒀다. KBS 뉴스9은 <"정치권 새틀짜야">라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다. KBS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해체를 통한 정치권의 새틀짜기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발언이 "사실상 신당 추진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사실상 신당 지지>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주류를 동시에 겨냥한 이 발언은 사실상 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며 "또 호남에서 일고 있는 이른바 배신론에 대한 정면돌파이자 지역주의 타파에 내년 총선의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SBS도 <사실상 신당 지지>에서 "신당문제도 언제까지 회피할 수만은 없다며 당적문제는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시점에 판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의 광주·전남 언론과의 합동간담회 발언을 두고 대다수의 언론은 이를 '신당지지 발언'으로 단순화하며 기정사실화 했다. 이들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일부만을 확대 해석해 이를 '신당지지'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의 핵심은 그동안 계속 주장해 온 '정치개혁'의 큰 틀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신당에 대한) 의견을 너무 명확하게 밝히면 그것이 바로 개입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그것도 자제를 해 왔지만 마냥 제가 회피만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을 분당한다 또는 민주당을 깬다 이런 작은 차원의 문제에 있어서 개입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신당에 대한 재차 질문이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아직 아무런 판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백지상태에서 상황을 좀더 지켜보면서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오히려 이날 노 대통령은 "기존의 정치질서가 와해되고 붕괴되면 거기에서 새로운 정치질서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는 가지고 있다"며 큰 틀의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의 해소를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투명한 정치 ▲상향식 정당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갈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개혁되기를 바라는데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신당지지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의 분당사태를 "민주당이 당권을 놓고 신파 구파가 단순히 싸운 것으로만 비춰지고 있다"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의 개혁문제를 놓고 하는 것"이라고 일각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광주·전남 합동기자회견 발언이 대부분의 언론에 의해 '신당지지' 선언으로 축소되고 기정사실화 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언론보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사실보도'며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을 계속 지적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자신의 '선입견'에 입각해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켜 단순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언론에 비춰진 정치권의 모습은 '음모'와 '싸움'에 익숙한 '음습한 집단'이라는 이미지였다. 물론 정치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에 기반 해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부적절한 정치적 처신으로 문제를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 우리 언론의 정치관련 보도 역시 정치권의 이 같은 행태를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의 '정치개혁'과 함께 언론의 '정치보도' 역시 개혁되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의 분당사태나 한나라당의 갈등 역시 신주류와 구주류 또는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싸움'으로만 단순화해 보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개혁의 큰 틀에서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


 

2003년 9월 1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