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권양숙 여사 미등기전매 의혹」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26)
등록 2013.08.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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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감시도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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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여권 및 청와대 관련 인사가 굿모닝시티 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보도해 '대형 오보 사태'를 일으킨 동아일보가 다시 한번 청와대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19일 동아일보는 <권양숙여사 미등기전매의혹>(1면) <97년7월∼99년12월 분양권 넘어가>(3면)라는 기사들을 통해 '권양숙 여사가 96년 부산에 있는 자신의 토지를 건설회사에 매각한 뒤 이 회사가 지은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미등기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권 여사가 '사실상 아파트 분양권 전매라는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게 기사의 요지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제기한 권 여사 관련 의혹은 이미 세계일보가 지난 5월 28일 제기했으나 특별히 드러난 '비리'는 없었다. 동아는 1, 2차 계약자 명단을 입수하는 등 '증거'를 보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일보가 제기했던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다. 기사가 나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권 여사는 아파트를 미등기 전매한 것이 아니라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권을 일시 담보제공으로 받았다가 장백건설이 그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함에 따라 매매 잔금을 지급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동아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청와대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20일 <권양숙여사 아파트소유…청와대 "공직자 재산공개때 누락">(1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의혹을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3면 기사 <청와대 5월에는 "땅만 팔았다">는 "장백건설은 권 여사에게 주기로 한 토지매각대금 6755만8000원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주었다…본사의 확인 결과 이는 실정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파트분양권을 99년 7월 박모씨에게 판 뒤 매각대금 5000만원을 두 달 뒤인 9월 권 여사에게 지급했다…99년 2월에는 완전 자율화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스스로 해명해 주는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동아일보의 주장은 신빙성과 설득력이 떨어져, 동아일보가 정부와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요한 '비리 캐기'와 '의혹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인상만 남겼다.
실제로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후 이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세계일보나 '정부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조선일보 등 극히 일부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 신문들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는 등 동아일보의 의혹 제기에 사실상 시큰둥한 모습이다. 대부분 신문들은 19일 동아일보 보도가 나간 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청와대가 해명을 하고 난 후 조심스러운 언급에 그쳤다.


23일 중앙일보 사설은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언론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썼으며, 한겨레와 대한매일도 각각 사설을 통해 "보도내용의 정확성과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공표해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 언론이라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한 문화일보의 경우도 19일 사설에서 "우리는 신문들의 보도내용이나 김의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 의원과 노 대통령이)서로 민·형사상 고소 고발까지 해놓은 상태다. 그런 관계에서 나온 주장이라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세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청와대측은 전매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지나치게 정치쟁점화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동아일보의 주장이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조선일보는 동아일보 못지않게 '의혹'을 부풀리며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왜곡된 주장까지 펴고 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과 연결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20일 사설 <권양숙 여사 아파트 轉賣 의혹을 보며>에서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재산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가 "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데에 도덕적 기준을 가혹하게 적용해온 데 따른 반작용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들을 향해 '부정 비리 세력' '기득권 세력'이라는 비난을 남발해온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보니 실제로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노 대통령을 둘러싸고 수구언론과 수구정당이 함께 제기하고 부풀려온 각종 의혹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정연주 사장이 작년에…(특권층의 병역면제에 대해)맹비난 하는 신문 칼럼을 썼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의 아들 2명 모두가 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한 극명한 예"라며 정연주 사장에 대한 악의적 왜곡을 반복했다.
우리는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의혹보도를 정부 흔들기에 악용하는 조선일보의 졸렬한 행태가 한심할 따름이다. 아울러 근거도 희박한 상태에서 '비리캐기'와 '의혹부풀리기'로 정부를 길들여보겠다는 동아일보의 연이은 무리수에는 측은함마저 든다.


정부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는 명백한 '사실'과 객관적인 비판을 통해서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3년 9월 2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