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병완 홍보수석의 '동아일보 취재거부'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9.26)
등록 2013.08.07 15:25
조회 327

 

 

 

'취재거부'에 가려진 '진실' 
.........................................................................................................................................................

 


지난 19일 동아일보가 제기한 '권양숙여사 미등기전매 의혹'이 '권언 관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일보 보도에 유감을 나타내며 홍보수석실 직원들이 동아일보 기자의 개별적인 취재에 불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이 동아일보에 대한 취재거부 입장까지 밝힌 데 대해 「청와대브리핑」은 "동아일보 보도가 비판 강도나 수위를 떠나 최소한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정당한 비판은 최대한 수용하겠지만, 인신공격이나 비방 차원의 언론보도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새삼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정부 흔들기' 차원의 전형적인 의혹 부풀리기며, 이러한 보도 행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이 수석의 대응이 적절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여러 신문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정정보도 청구나 소송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동아일보의 취재에 불응한다는 사실이 형식적으로 볼 때 오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인 듯 보이지만, 동아일보의 왜곡 보도를 바로잡는 데는 실효가 없다고 본다. 즉, 취재 거부라는 형식의 문제가 권언 관계에 대한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펴 정작 '악의적인 의혹 부풀리기'라는 사태의 본질을 은폐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수석의 발언 이후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러한 우려를 갖게 한다.
23일 동아일보는 사설 <청와대 취재 거부 옳지 않다>에서 자신들의 의혹제기를 "언론의 당연한 권력 감시 기능"이라고 우기면서 "국정의 주요 뉴스 생산지에 대한 취재 봉쇄는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사설 <권력 감사 보도를 '저주'로 보는 청와대>을 통해 "이번 건은 권력 핵심부가 상대를 비판할 때와 자기가 비판당할 때의 잣대를 달리해 얼마나 편의적으로 '원칙'을 끌어대며 반응하는지 보여준다"고 이를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연결시켰다.
조선일보는 또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동아일보의 의혹제기에 판단을 유보하고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그만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현실판단을 조금씩 달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겠지만 대부분 언론이 그 정도는 별것 아닌 것으로 관용을 베풀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의제 바꿔치기'는 동아일보의 잘못된 의혹 보도 방식이 어떻게 비호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머지 대부분 신문들이 이번 사태를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도 권언관계에 있어 이 수석의 대응이 지나치다고 평가하고 있다.
23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할 권력기관이 특정 언론사에 대해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설사 특정 사안이 명백한 잘못으로 판명됐다 할지라도 그에 대한 책임만을 물을 수 있을 뿐, 전반적인 취재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은 정부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매일도 사설 <청와대 취재거부는 지나치다>에서 "보도내용에 이의가 있다고 해서 해당 매체의 취재 활동 전체를 거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정부가 취할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청와대의 특정언론 취재거부 유감>에서 "청와대의 취재 거부는 지나친 대응"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국정 내용과 방향을 제때 알려야 할 청와대가 특정 신문을 상대로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대부분 신문들이 동아일보의 의혹제기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언론의 책임'을 짚어 보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이 수석의 발언에 대한 이들 신문의 지적도 타당한 점이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근본 원인이 새 정부 출범 후 동아일보 등 수구언론들의 끊임없는 '정부흔들기'와 악의적인 의혹 보도에 있다는 사실이 희석되어 그저 '동아일보 대 청와대'의 감정 대립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보도 행태를 바로잡고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에 충실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정부도 수구언론의 '흔들기'에 단호하지만 의연한 태도를 보여 진정한 의미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

 


2003년 9월 2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