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박지원씨 언론인 로비 관련 민언련 논평(2003.9.28)
등록 2013.08.07 15:26
조회 320

 

 

 

언론자유를 논할 최소한의 자격부터 갖춰라 
.........................................................................................................................................................

 

 

지난 26일 열린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에 대한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박지원전 장관과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김영완씨가 보낸 진술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국민의 정부 시절 언론사 간부 등과 만나 식사를 한 뒤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 봉투를 돌리는 등 1회 식사비용이 5천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 있다"고 공개했다.


박지원씨는 이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언론인들과 “1주일에 점심, 저녁을 합해 평균 4~5회” 정도의 빈도로 식사를 함께 해왔으며 “언론사 간부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도 있고 일선기자들 20여명을 한꺼번에 만날 때도 있었다”고 말해 언론인들과의 잦은 접촉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200~300만원에 이르는 식사비용이 모두 현금으로 지불됐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박씨는 “현금은 부피가 커서 운전기사에게 지불을 맡겼고 수표로 직접 지불하기도 했다”고 말해 지불 방식과는 별개로 언론인들과의 ‘부적절한 관행’을 사실상 시인했다. 더욱이 박씨는 이 비용이 ‘판공비와 윗분들이 주신 돈’이라고 답해 촌지 수수의 사실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언론인 로비를 위해 판공비등을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 박씨가 언론인 로비에 사용한 돈이 판공비나 ‘윗분들이 준 돈’에 그치지 않고 부당하게 조성된 비자금이라면 언론인들은 단순한 뇌물 수수 정도가 아니라 ‘비리 연루자’가 된다.


권위주의 정권부터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언유착은 정경유착, 지역감정과 함께 우리사회를 망치는 ‘망국병’의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권언유착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는 실종되고 권력과 언론은 음으로 양으로 공모하여 국가와 민족 보다는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왔던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를 휘청거리게 했던 수많은 대형 부정부패 비리사건들은 물론 IMF사태도 권언유착의 결과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감시 기능을 다했다면 어떻게 대형 부정비리사건이 터질 수 있으며 곧 IMF가 개입할 정도로 경제를 망친 상황에서 “우리 경제 이상없다”는 기사를 내보낼 수 있었겠는가. 하물며 대형 부정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인이 연루되었던 부끄러운 과거를 돌아볼 때 참담한 심정을 금할길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참여정부가 출범 후 ‘권언관계 정상화’를 선언하고 가판구독금지 등 각종 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할 뿐 아니라 오히려 때늦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 정부의 권언관계 정상화 조치에 대해 언론, 특히 수구 족벌언론들은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으면서 ‘언론자유’를 내세워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군부독재시절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이 프랑스보다 높다’고 평가했던 부도덕한 국제 언론인 단체(IPI)의 입을 빌어 ‘한국은 언론탄압감시국’이라며 몰아붙이는가하면 사사건건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아 ‘개혁적 정부 흔들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박지원씨 공판에서 검찰에 의해 폭로된 언론인 촌지수수 주장은 거대 언론들이 새 정부의 권언관계 정상화 조치에 반발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백일하에 드러나게 해주었다. 권언유착의 달콤한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간힘,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지난 8월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 대해 한국 언론과 언론인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수구족벌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인단체들은 일제히 자성은커녕 ‘언론인 명예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제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언론인들에게 일상적으로 고액의 식사접대는 물론 심지어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의 촌지를 돌리는 등 한번에 5천만원의 식사비가 들기도 했다’는 검찰의 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박씨의 부분적인 시인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가. 온갖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통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흔들어대면서 다른 한편으로 ‘실세’를 통해 로비를 받아온 이중적 행태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


우리는 언론사와 언론인들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언론들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을 방어하려 하지 말라. 구차한 기득권 지키기를 중단하고 먼저 반성하라. 박지원씨 발언과 연루된 언론인들은 스스로 언론사를 떠나라. 언론사들은 박씨로부터 촌지를 수수한 언론인들이 있는지 자체조사를 통해 밝혀내고 만일 그런 언론인들이 있다면 우선 그들 스스로 언론현장을 떠나도록 조처하라. 또한 언론계에 다시는 ‘촌지관행’이 발붙일 수 없도록 언론계 스스로 윤리강령을 마련하고 철저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 그것만이 ‘언론인의 명예’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길이며, ‘언론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는 길이다.


우리는 검찰에도 요구한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박지원씨로부터 ‘관행적으로’ 촌지를 받은 언론인이 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만일 촌지 수수가 사실이라면 관련 언론인들에 대해 적법한 조치를 취하라.


끝으로 우리는 참여정부에도 당부한다. 참여정부가 천명한 권언관계 정상화 방침은 근본적으로 정당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정부는 수구언론의 반발과 저항에 굴복해 과거 정부처럼 언론과 야합하거나 타협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될 것이다. 부당한 유착을 근절하고 법과 제도에 따른 언론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막중한 역할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주길 기대한다.

 


2003년 9월 2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