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K비자금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11)
등록 2013.08.07 16:00
조회 329

 

 

꼭 이렇게 보도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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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비자금 문제로 한나라당 최돈웅,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 전 청와대 비서관 최도술 씨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정치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대선에서 각각 당 재정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이른바 '대선자금'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SK 비자금 문제를 '정치자금' 문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검찰의 SK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언론은 추측·예단보도를 앞세워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수수액을 단정적으로 거론하며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9일자 언론보도 1면 제목만 비교해 보더라도 <최도술씨 SK서 11억 수수>(조선) <"최도술씨 SK서 10억 받아">(동아) <SK, 한나라 80억-민주 70억 줘>(한겨레) <SK 대선자금 100억대 포착>(경향) <SK, 최돈웅의원에 100억>(문화) <검찰 "SK서 받아 일부 유용">(중앙) 중앙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이 '비자금 액수'를 부각시켰다.
수사대상으로 오른 세 사람이 SK로부터 받은 금액과 내용에서도 신문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8일 최도술씨의 경우 "SK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1억원어치가 돈세탁을 거쳐 전달"되었다고 보도했다.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는 "100억 가량" 이상수 의원은 "수십억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 이상수 의원이 "30억원은 절대 안되고 10억원은 넘는다…20억원 안팎이었던 것 같다"는 발언을 인용해 <이상수 "SK서 두차례 20억 받아">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9일 헤드라인으로 최도술씨가 '10억을 받았다'고 보도했으며, 최돈웅 의원은 "손길승 SK그룹 회장에게서 '앞으로 SK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을 받은 뒤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상수 의원에 대해서는 "수십억원을 전달받은 뒤 상당한 금액을 당 선거기구를 통해 정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단서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 전 에스케이그룹 쪽에서 받은 돈은 각각 80억과 70억원 안팎으로 이 돈은 전액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석간인 문화일보는 9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에게 100억원,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에게 20여억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도술씨에 대해서는 "11억원어치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해 한겨레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돈웅 의원은 100억을 현금으로 수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구체적인 액수를 적시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검찰은)SK측으로부터 지난 대선 당시 100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단서를 포착했다"며 구체적인 액수는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최도술씨에 대해서는 "최소한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SK로부터 세 사람이 받은 수수액수를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정치자금 개혁 문제로 이끌어 가는 신문은 중앙과 경향, 한겨레 등이다.
경향신문은 9일 보도에서 검찰의 이번 SK 수사에 대해 "검찰이 과거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정당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유착과 고비용 정치의 폐단을 이번 수사를 계기로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향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지난 16대 대선자금을 어떻게 모금, 관리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며 '대선자금' 모금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정치권 비리가 부패지수 높인다>(9일)에서 "현대·SK비자금, 그리고 그 배후에 자리잡은 정경유착과 부패의 그림자가 최근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실세나 정치권 등 소위 힘있는 사람들부터 부패 척결과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언제까지 "한푼도 안 받았다"인가>에서 "현 상황은 정치권 전체가 파산선고를 받아야 할 상태"라며 "정치권은 당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관행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9일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에서 이번 수사가 정치자금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자는 차원이지만 "정경유착의 핵심고리인 대선자금과의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적 수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설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들>에서 한겨레는 "정당과 기업 간의 음성적 정치자금 거래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성적 정치자금 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연루'와 관련해 신문의 선정적인 접근방법에 대한 비판이 여러 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신문은 '마이동풍'식의 태도를 보이며 선정적 보도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도 신문들은 100억, 11억, 80억, 70억 등 각기 다른 주장을 늘어놓으며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문제로 지목된 세 사람에 대해서도 개인 차원에서 돈을 '유용했을 가능성'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 등 의견이 분분했다.
검찰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부터 언론이 특정 인물들의 수수액수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과연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정치자금 개혁'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만 실종될 뿐이다.
사실보도는 언론의 생명이다. 우선 SK비자금 사건을 사실보도하고 '정치자금 개혁'의 측면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도하는 성숙한 언론의 자세를 기대한다.

 


2003년 10월 1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