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7.21)
등록 2013.08.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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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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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동아일보가 '여권의 핵심 관계자'의 입을 빌어 여야 정치인 5명이 윤창열씨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검찰의 오보 주장, 보도를 뒷받침할만한 근거 부족 등이 드러나면서 동아일보는 '자체 조사 후 정정보도 게재'라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이다.
문제의 동아일보 기사에 대해서는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이미 '취재 및 기사 작성의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보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사자들의 명예에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명백한 사안이었음에도 동아일보는 익명의 취재원 발언만을 근거로 1면 머리기사를 썼다. 기사는 발언을 뒷받침할만한 어떠한 추가 사실도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 관계자의 '부인' 발언을 실어 '기형적'인 형태를 띠었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보여준 무리한 보도 행태가 단순한 실수나 착오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우리 언론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인 '특종 아니면 오보'식의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형 비리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특종'을 잡기 위한 언론사들의 경쟁은 '아니면 말고'식의 추측보도를 양산해 왔다. 이번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대부분 언론은 연루 의혹이 있는 인물들을 신문지면에 쏟아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들이 정확한 출처나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이뤄진 보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보도들이 불분명한 취재원들의 발언이나 떠도는 '설'을 바탕으로 해 막연한 연루자들을 거론했다. 언론들은 '검찰쪽에서 흘러나오는 정보', '검찰과 정치권 주변', '∼알려졌다', '∼라는 말이 나온다', '∼돌아다니고 있다', '소문들이 나오고 있다' 등의 신뢰성 떨어지는 표현 방식을 동원해 '실세 중의 실세', '현 정권 실세', '정부 고위 관계자', '실세급 인사' 등 막연한 연루자들을 거론했다.
그러나 18일 검찰은 "금년부터 모든 특수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혐의사실은 물론 소환일정에 대해서도 일절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발표해 이러한 언론의 보도가 공식 발표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일부 기자들은 대부분의 언론이 검찰과 정치권 주변의 소문과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의 '입' 등을 취재원으로, 구체적인 사실 확인 노력없이 특종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는 자괴감을 드러내고 있다.
언론의 이같은 행태는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무분별한 추측과 의혹 부풀리기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정쟁'으로 왜곡시키면서 합리적인 대책, 대안이 사회적으로 논의될 기회를 빼앗을 위험이 크다.
이번 사건도 여야간 '대선자금' 공방, 언론과 '언론에 지목된 정치인'들 사이의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굿모닝시티 분양비리의 실체적 진실이나 분양비리의 피해자 구제책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자금의 투명한 운용 등 관련 제도의 개선안 모색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대형 비리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관행은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할 심각한 문제다. 동아일보의 기사가 오보일 가능성이 커지자 언론들은 '구주류 음모설' '신주류 음모설' '386음모설' 등 각종 '음모론'을 들고 나오면서 추측의 추측을 거듭하고 있다. 로비 액수와 대상에 대한 보도도 혼란스럽다.
20일 연합뉴스는 검찰이 "윤씨가 지난해 대선전 한나라당에 60억원, 민주당에 40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21일 중앙일보는 검찰이 "2백억원의 행방을 대충 어림잡은 것으로 알려진다"며 "민주당 등 여권에 1백억원, 한나라당에 60억원, 자민련 및 서울시 금융계 등에 40억원 정도"라고 보도하고 있다. 어떤 보도가 진짜인가?
설령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의 각종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정확한 취재를 하지 않은 채 추측 보도를 했던 언론의 보도관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언론의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언론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들 위험이 크다.
눈앞의 특종 욕심에 사로잡혀 무분별한 추측보도 경쟁에 뛰어들기를 중단하고 언론의 '기본'에 충실해 줄 것을 언론에 촉구한다.

 


2003년 7월 2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