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보도의 무분별한 '외신 받아쓰기'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3.3.26)
등록 2013.08.05 18:18
조회 417

 

 

 

너무나 미국적인 방송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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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이 일주일째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방송 3사는 낮 시간대 특보와 특집 메인뉴스를 편성하여 하루에 4-5시간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도량에 비해 '정보의 질'은 높지 않다. 방송3사는 주로 미국 등 서방 언론의 보도를 받아쓰는데 급급해 독자적 시각을 갖춘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방송3사는 속보경쟁을 하느라 무수한 오보를 남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송3사의 보도가 외신에 의지하면서 이번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심리전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는 지난 22일 <사단 집단 투항>에서 "연합군이 총 한 발 쏘지 않고 8,000명의 포로를 손에 넣었습니다 … 이라크 정규군 제51사단이 사단장과 함께 항전이냐, 항복이냐의 갈림길에서 백기를 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24일 51사단장이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투항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오보로 드러났다. 8,000명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보도 역시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관이 '포로는 3,000명 내외'라고 밝히면서 사실 확인이 안된 섣부른 보도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또, 21일 <바스라 곧 함락>, 22일 <남부 장악 임박>에서도 "동맹군은 전광석화처럼 이라크 남부의 전략거점들을 장악해 가고 있다", "파죽지세로 이라크 영내로 진격중이라는 소식이 암만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 지역에서 이라크군의 격렬한 저항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MBC는 21일 <후세인 부상설>에서 "(후세인의)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고 이 때문에 이라크의 상층부가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미국 언론에서 제기한 후세인 부상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24일 후세인이 '대미항전'을 요구하는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지나친 억측이었음이 밝혀졌다. 21일 <바스라 점령 임박>에서도 "바스라 함락은 초읽기…지상군 투입 하루만에 바그다드 입성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보도했으나 24일경부터전쟁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MBC 스스로 보도를 뒤집고 있다.


한편, SBS는 외신 보도내용을 마치 '확정된 사실'인양 보도하고 있다. 또한 보도 논점조차 오락가락하는 등 KBS와 MBC에 비해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이라크군 어디갔나?>에서는 미영 연합군의 진격을 "그야말로 파죽지세"라고 전제하고 "이라크 병사들은 총 한번 제대로 쏘지도 못한 채 줄줄이 백기를 들거나 포로가 되고 있다"며 이라크군의 전력이 무력화되었다고 단정했다. 같은 날, <바스라 곧 함락>에서도 "미영 연합군이 바스라를 사실상 함락…이라크군 51사단은 이미 집단 투항한 상태…미 해병대는 처음으로 이라크 남부 최대 항구 움 카스르를 장악"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타 방송사들이 외신들을 인용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보도하고 있습니다"라 표현하는 것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일 <후세인은 가짜?>에서 SBS는 세간에 떠도는 '후세인 가짜설'을 보도했다. SBS는 보도 전반부에서 "가짜일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유력하다"고 했다가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가짜 후세인이 있다는 것이 정설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세인이 미군 당국의 공격을 어떻게 피해나갈지도 이번 전쟁의 흥미거리"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 보도는 참혹한 전장에서도 '흥미거리'를 찾으려는 SBS 특유의 선정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마치 스포츠경기처럼 실시간으로 중계방송되고 있다. 이는 미군측이 종군기자단을 구성, 600여명의 기자들이 미군과 동행취재하며 치열한 보도경쟁을 진행하도록 만든 전략에 의한 것이다. '종군기자단'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미군의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됨으로써 명분 없는 전쟁을 옹호하는 나팔수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방송은 미국의 미디어전에 휘둘리고 있어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독자적 시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12년 전 걸프전과 비교하면 방송3사의 직접취재 역량은 훨씬 나아졌으나 실제보도에 있어서는 '외신 받아쓰기'를 거듭하고 있다.
전장의 최일선에서 총탄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쓰는 종군기자들의 용기는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방송보도가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고 사실조차 외면한 것이라면 이는 언론의 기본을 방기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방송3사가 속보경쟁으로 '오보'를 남발하기보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기인한 이번 전쟁의 참상과 진실을 알려주길 원한다.

 


2003년 3월 26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