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사이버 공격’ 관련 주요언론 보도에 대한 논평(2009.7.10)
등록 2013.09.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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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사이버 북풍’, 의도가 의심스럽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청와대 등 주요 정부기관과 은행, 인터넷 포털 등이 ‘분산서비스거부’(DDoS) 라는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경찰과 검찰 등은 아직까지도 디도스 공격의 진원지를 밝히지 못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디도스 공격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그루지아, 미국, 한국에 IP를 둔 숙주사이트 5곳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디도스 공격의 배후로 ‘북한과 북한 추종세력’을 지목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 배후설’의 구체적 근거나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내세운 근거는 한국과 미국이 주로 디도스 공격의 피해를 입었고, 미국이 주도하는 사이버전인 ‘사이버스톰’에 한국이 참여한 것을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비난한 점 등 다분히 ‘정황’을 근거로 한 ‘추측’에 불과했다.
노컷뉴스는 인터넷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IP 주소를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 IP로 추정된다’는 말 자체가 ‘허구’이며, 북한이 중국 IP를 사용하고 있어 북한 IP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또 쉬프트윅스라는 보안업체 측은 악성코드 유포지를 분석한 결과 미국 IP 였다고 발표했으며, 이 악성코드 파일 안에는 ‘독립기념일을 기리며’라는 문구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이 자신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 ‘대테러방지법’ 등을 통과시키려고 언론플레이를 벌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확인도 되지 않은 국정원의 ‘북한 배후설’을 공영방송 KBS와 조중동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북한 배후설’에 대해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인 MBC와는 대조적으로 KBS는 8일에 이어 9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북 배후설’을 부각했다.
<미국도 비상!>(정인석 기자)은 CNN과 폭스 등 미국 언론들이 “국방부 관리와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을 유력한 배후로 지목했다”며 ‘미국 독립기념일부터 공격이 시작됐고, 한미 두 나라만 공격대상이며, 인터넷 주소가 북한으로 추적됐다’는 근거를 전하기까지 했다. 바로 이어 북한을 배후로 단정하기 이르며, 미 정부도 진원지를 모르고 있다는 신중론을 덧붙이긴 했지만 무게는 ‘북한 배후설’에 실려 있었다. <北 사이버 전력>(신강문 기자)에서는 북한이 해킹과 사이버전 전담부대를 98년부터 운용하고 있다는 등 북의 사이버 전력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국정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수구언론은 한 술 더 떠서 북한 배후설 주장에다가 전쟁, 테러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여 전쟁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9일 <안보·금융 등 핵심기관 동시에 노려…‘국가단위’ 소행인 듯>(5면)에서 이번 사이버 공격이 ‘북한이 김일성 사망 15주기에 맞춰 한·미 양국을 대상으로 사이버 시위를 벌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고,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최근 북한이 한국기관에 대해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언을 들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또 10일 <대통령 안보 자문위원들도 해커들에게 집중 공격당해>(1면)에서는 자문단의 한 교수가 “사이버 테러가 아니라 사이버 전쟁수준”이라고 한 발언을 다루며 전쟁 분위기까지 조장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북이 사실상 선전포고를 이미 했었던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보도했다. 9일 <“사이버테러, 북-종북세력 소행 추정” 국정원-안철수연 등 2차공격 당해>(1면)에서 정부 관계자가 “인터넷주소(IP) 추적 등을 통해 북한 또는 중국 등 해외의 북한 추종세력이 디도스 공격을 벌인 정황을 포착했다”며 “그러나 국내 종북세력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해커 양성 과정과 기관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북한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10일 사설 <북, 이번엔 한미에 사이버 테러 도발까지 하나>에서도 국정원의 북한배후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근거가 부족한 국정원의 발표를 무책임하게 보도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신문사가 되레 무책임을 거론하니 그 뻔뻔함에 놀랄 뿐이다.
중앙일보는 9일 국정원이 이번 사이버 공격을 북한과 그 추종세력으로 지목한 몇 가지 근거를 설명했다. 특히 지난 달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공언했던 것과 연관지었다. 그러나 북한 배후설이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자 10일 사설 <사이버 터러 나든 말든 대비법은 국회서 ‘쿨쿨’>에서 재빨리 말을 바꾸어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북한 또는 종북세력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것은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국정원 발표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을 “치졸하다”고 공격했다. 중앙일보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이 이번과 같은 국가 비상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 발의됐지만 9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며 그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하지만 정작 야당과 시민사회가 왜 이 법을 ‘MB악법’으로 평가하고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디도스 공격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정원은 10일 디도스 공격을 벌인 16개국의 86개 IP를 공개했지만 이 중에도 북한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여전히 ‘북한 배후설’을 고집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국정원의 ‘북한 배후설’을 앞장서서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확대해나가는 조중동과 공영방송 KBS다.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는 조중동은 이번에도 여전히 근거 없고, 확인도 안 된 자극적 보도를 남발하며 스스로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연 냉전의 찌꺼기를 먹고 사는 그들의 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마저 ‘북한 배후설’에 힘을 싣는 모습은 또다시 국민들을 절망케 했다. 최소한 공영방송이라면 국정원이 ‘북한 배후설’이라는 민감한 주장을 했을 때, 최소한 국정원 주장의 사실여부부터 확인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반론 등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기본 정도는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KBS는 국민들의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무시하는 보도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한 마디로 KBS가 과거 군사정권의 충실한 심부름꾼이었던 치욕적인 시절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디도스 공격으로 빚어진 대혼란에 국민들도 당황해하고 있다. 이를 틈타 근거도 없는 괴담수준의 소문만 만들어내는 정부기관과 이를 더욱 확신시켜 기정사실처럼 만들어가는 언론의 행태가 한심스럽다. 한쪽에서 소문을 만들어 돌리면 이를 받아서 언론에서 키우고 이것을 다시 정치권이 악용하는 전형적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안보위기를 조장하며 전쟁 분위기를 만들고 국가적 혼란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국정원 및 정부여당과 수구언론, 그리고 여기에 발맞추고 나선 KBS에 경고한다. 국민들은 국정원의 헛된 여론몰이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미 국정원 발 ‘사이버 북풍’이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일을 ‘사이버 테러’ 운운하며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대테러기본법 제정안’ 등 악법 처리에 이용하려 든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또 그들의 불순한 의도의 앞잡이가 되어 여론몰이꾼을 자임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끝>
 
 
2009년 7월 1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