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월 6일 「세븐데이즈 - 2005년 3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3.7)
등록 2013.08.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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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데이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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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SBS <세븐데이즈>는 '2005년 3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이라는 꼭지에서 2월 임시국회를 평가했다. 이 날 방송은 임시국회가 "무정쟁 무파행 약속은 간데없고 막말과 점거농성, 심지어 육탄전까지 난무했기 때문에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며 '행정도시특별법' 통과를 중심으로 임시국회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우리는 <세븐데이즈>가 연성화된 소재에서 벗어나 정치 이슈를 다루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임시국회 폐회에 맞춰 이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비판하고자 한 것은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하지만 <세븐데이즈>는 '17대 국회', '구태반복' 등의 표현으로 비판 대상과 비판의 내용을 뭉뚱그렸다. '17대 국회'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하게 가리지 않아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를 부추길 우려가 컸다.
'2005년 3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은 '행정도시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나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2005년 첫 임시국회에서 낯설지 않은 국회의 구태를 모두 목격해야 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지난해 3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 국회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분명 3월 2일 국회에서 벌어진 현상만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통령탄핵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상만을 놓고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벌인 대통령탄핵과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파행을 똑같은 '구태'로 다룬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탄핵을 둘러싼 국회의 파행과 구태는 다수의 힘으로 억지 이유를 만들어 내 대통령을 탄핵시키려 했던 야당의 횡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반면 행정도시법안은 각 당이 절차를 밟아 당론을 정한 것이며, 여야가 합의까지 도출한 상황에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한나라당 일부 반대파 의원들에 의해 파행이 빚어졌다. 더욱이 이들 의원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며, 이들이 국회의 정당한 절차까지 부정하면서 일으킨 소동이 지역구에서 '표'를 지키려는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3월 2일 SBS '8시뉴스'도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도한 바 있었다. 이날 '8시뉴스'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당론을 토대로 마련된 여야 합의를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힘으로 무력화하려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 의회주의적 행동"이라며 국회 파행의 근본 책임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에게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세븐데이즈>는 이들로 인해 발생하게된 낯뜨거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 나열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울러 호주제폐지를 담은 가족법 개정안에 대한 김용갑 의원의 저질 발언, 108개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켜 '졸속처리'한 점, 우리 농업과 식량주권에 직결된 추곡수매제와 같이 중대한 문제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처리해버린 점 등은 단순히 '구태반복'으로만 뭉뚱그려 비판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국회가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회가 다양한 '구태'를 벗고 한걸음 발전하는 데 필요한 보도라고 본다. 아울러 추곡수매를 비롯해 복잡한 정책들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정치인들은 신중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평소 시사프로그램들이 여론 수렴에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지 않음으로써 판단을 흐리게하는 보도행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언론들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최근 우리 방송에서 이러한 조선일보식 경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븐데이즈>가 이러한 보도 경향을 보인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세븐데이즈>가 임시국회를 평가하면서 의도적인 '물타기'를 하려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이 관성화된 '현상의 나열', '싸잡아 비판하기', '기계적 중립', '양비론'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세븐데이즈>가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사실 이번 임시국회의 문제점은 겉으로 드러난 '구태'에만 있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정기국회 때부터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이슈가 되었던 '과거사법 제정'과 '사립학교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개혁법안'은 여당의 무소신과 야당의 정략적 발목잡기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세븐데이즈>가 임시국회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면 정기국회의 핵심 법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을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세븐데이즈>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사회적 이슈들을 피하지 않고, 아울러 그 동안 시사프로그램들을 짓눌러왔던 잘못된 관행들을 과감히 벗어나주기 바란다. 그럴 때 시청자들은 SBS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

 


2005년 3월 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