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5일 조선일보 사설 <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언론을 향한 ‘성폭행적 폭언’ >에 대한 논평(2009.4.15)
등록 2013.09.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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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상희 의원 발언’에 왜 이리 흥분하나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연일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15일 사설에서는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14일 대정부 질의를 문제 삼아 “김 의원은 정상적 의원으로서,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었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왜 이토록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4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회 여성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변도윤 여성부 장관에게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거론하며 ‘언론사 성교육 의무화’를 위한 법안 마련을 할 의사가 없냐고 질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변 장관에게 “성상납 받은 권력있는 사람들, 미루어 짐작컨대 공직자들, 언론사들도 엄청난 권력자 아닌가? 언론사 임원이 관계돼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이름은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선일보>라고 정확하게 나오고 있고, <조선일보>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있지 않나? 언론사 사주가 관련돼 있는 거다”라고 질문했다. 이어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이라는 것도 정부권력에 버금가는 권력이다. 현재 성매매방지와 관련한 교육은 현재는 공무원의 경우에만 강제되고 있다. 그런데 성희롱 예방교육은 기업들도 다 하게 돼 있지않나?”면서 “그런데 성매매 예방교육을 언론사라든가 이런 부분까지 확대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변 장관은 “네, 확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면 여성부에서 언론기관도 성매매 예방교육을 강제하는 법안을 낼 의사가 있나?”라고 물었고, 변 장관은 “네, 저희가 준비를 한번 해 보겠다”고 답했다.
 
  과연 이 정도의 발언을 놓고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김 의원이 제기한 ‘언론사 성교육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또 설령 여성부가 이런 법안을 추진한다고 해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 특히 언론사에 대해 법률로써 무엇인가를 의무화하는 일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사회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언론사에 대한 ‘성희롱 성매매 예방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김 의원 제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오죽했으면 이런 제안이 나왔는가 하는 점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들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라. 최근 ‘장자연 리스트’ 파문, 청와대 행정관 ‘성로비’ 파문, 강희락 경찰청장의 출입기자 ‘성접대’ 발언 파문 등 소위 ‘사회지도층’, ‘권력층’ 인사들의 성(性) 의식이 왜곡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와 강희락 청장의 발언 파문은 모두 ‘언론’과 연관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 의원의 문제제기는 한국 사회에서 막대한 영향력과 권력을 누리고 있는 언론이 비뚤어진 성(性) 의식을 가져서는 안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인가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상희 의원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성매매 예방교육’을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기업까지도 확대 적용하는 입법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에도 예방교육이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5일 사설까지 써서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사설의 제목은 <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언론을 향한 ‘성폭행적 폭언’>으로 달았고, 그 내용은 읽는 사람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원색적이다.
  사설은 “국회의원이라고 특정 직업 사람들을 한 묶음으로 묶어 이런 식으로 모욕을 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김 의원이 만일 ‘의사들이 몇 명이나 성매매하다 걸렸는가’ ‘소방관들을 성교육 시켜라’ ‘택시 기사들의 성매매 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가정해보라. 김 의원의 전화는 항의로 마비되고 김 의원의 집 앞과 국회 사무실은 의사, 소방관, 택시기사들의 항의 시위로 넘쳐났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김 의원이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만일 김 의원에게 남편이 있는데 어느 국회의원인가가 김 의원 남편 직업과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성매매로 단속된 사람이 몇 명이냐를 묻고, 그 직업에 대해 성매매 방지 교육을 시키라는 식으로 모욕을 줬다고 해보자. 김 의원과 김 의원의 자녀들이 그 국회의원에게 무슨 생각을 갖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언론인의 배우자, 언론인의 자녀들이 김 의원 발언으로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만분의 1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언어 폭행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설은 김 의원의 경력을 거론한 뒤 “김 의원은 노무현 정권 탄생과 함께 정치 무대에 떠오른 ‘노무현 사람’”, “그 사람 입에서 ‘언론인은 돈 주고 여자 사는 사람들’이라는 폭언이 나온 것”이라면서 “5년 내내 언론을 폭행하던 ‘노무현 대통령 사람’답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사설 말미에서는 “국회의원의 국회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은 김 의원처럼 누가 성상납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식의 모략성 흑색 유언비어를 악용해 특정인과 특정 집단 전체에 침을 뱉는 파렴치한 탈선을 허용해주는 특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더니, “김 의원은 정상적 의원으로서, 정상적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었다”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끝맺었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의 주장은 김 의원의 발언이 언론인 집단을 “돈 주고 여자 사는 사람들”로 매도한 것이며, 이런 발언을 한 김 의원은 “정상적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김상희 의원은 자신이 “언론인은 돈 주고 여자 사는 사람”이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조선일보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반발은 확대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들이 성매매 방지와 관련한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성매매 유혹에 취약한 집단이라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직자들이 일반인들보다 윤리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조선일보가 의사, 소방관, 택시기사 등의 직업군을 예로 들어 김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후 맥락을 살펴 보면 김 의원의 ‘언론사에 대한 성매매 예방 교육’ 발언은 영향력이 큰 언론, 권력화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제기됐다.
  조선일보가 김 의원의 의견에 반대한다면 그의 제안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이지, 이렇듯 흥분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정상적 인간” 운운한 것은 도를 넘은 비난이다.
  또 김 의원을 비난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의 경력을 늘어놓고 ‘노무현 사람’, ‘노무현 정신 계승’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구차해 보인다. ‘박연차 리스트’로 비난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김 의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워보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자사가 언급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조선일보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세간의 의구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우리는 거듭 조선일보에 촉구한다. 진실 앞에 거리낄 것이 없다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그것이 조선일보의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다.<끝>
 
 
2009년 4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