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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확대 정책? 방송통신위원회 고유 업무는 방송 공공성 강화!(김서중)
등록 2015.05.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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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광고 확대 정책? 방송통신위원회 고유 업무는 방송 공공성 강화!


김서중(정책위원장,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그 설치법에 따르면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해야 한다(1조). 이를 위해 방송 수용자의 복지를 실현하고 방송 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조). 그럼에도 방통위가 법의 목적과 원칙에 역행하여 권력의 방송 장악을 대리한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례가 하나 추가됐다. 방통위가 4월 24일 의결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것이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중 방송광고 관련 조항을 개정하였다. ‘해묵은 방송광고 규제, 42년 만에 손질’이 시행령 개정 의결을 알리는 보도 자료의 제목이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는 방통위가 아닌 방송사업자의 보도자료, 그것도 해묵은 숙원사업을 42년 만에 해결하여 목에 걸린 가시가 빠졌다는 환영 보도 자료를 보는듯하다.




시청자, 공익 빠져 있는 광고제도 변화

개정안은 광고총량제,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의 변화를 담고 있다. 광고총량제의 경우 지상파 방송에는 새롭게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더불어 유료방송의 광고총량제 한도를 높여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방송 프로그램 시간에 따라 광고 시간이 제한돼있었는데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는 광고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료 방송은 지금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예를 들어 한 시간짜리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그 동안에는 6분의 프로그램 광고가 가능했는데 이제 9분까지 가능하다. 물론 실제 프로그램 시간은 그만큼 준다. 시청자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상광고는 프로그램 제작 시 현장에는 없는 내용을 컴퓨터그래픽 등을 이용하여 사후에 삽입하여 광고하는 기법이다. 스포츠 경기 중계에서는 이미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락 프로그램과 스포츠 보도 프로그램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 애초 교양 프로그램까지 허용하려다 이는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 또 유료 방송의 경우 가상광고, 간접 광고의 허용 가능 시간을 5%에서 7%로 늘려줬다.

광고계나 방송사업자들은 오래도록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규제는 왜 존재할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규제는 공익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광고 규제는 바로 시청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 이전 방통위는 그 보호의 가치를 뚫고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를 허용했다. 그리고 그 비참한 결과는 우리가 목도했다. 예를 들어 한 드라마에서 나이 지긋한 아버지와 자녀들이 갑자기 궁금한 사항이 생겼다고 너도 나도 각자 태블릿 PC를 손에 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물론 상표는 적당히 보이게. 생경하기 짝이 없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방통위가 그런 불만을 무릅쓰고 광고계, 방송사업자의 ‘42년’ 숙원인 광고총량제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광고 제도의 변화가 프로그램 내용과 질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답도 없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번 제도 변화가 독창적인 방송광고 제작을 촉진하여 방송 산업의 재원을 튼튼히 하고, 한류콘텐츠를 재도약시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광고에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콘텐츠가 예술적으로 질 저하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이미 사람들의 경험으로 검증된 바 있다. 이런 콘텐츠가 한류에 도움이 될까? 한류를 재원의 문제로 환원하는 단순 사고의 한계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유업무는 방기하고 사업자 대리?

최근 소위 MBN X파일(영업 일지)이 유출되면서 위법적 광고영업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방통위에 적절한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제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돈을 받고 재방송을 한다거나 광고 영업에 심지어 뉴스보도까지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광고가 방송을 타락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사기를 당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의 처리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방통위가 외려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광고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법이 정한 방통위의 공공성 수호 임무는 망각하고 법에 없는 방송 산업 걱정을 자기 업무로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인터넷 등 다른 매체에서는 이미 가능하다는 근거를 들어 방송에서도 ‘병원광고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수용자의 적극적 선택이 이루어지는 타 매체와 습관적 시청이 이루어지는 방송매체의 특성의 차이도 모르는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이다. 또 방통위원장은 ‘신 유형 광고 발굴’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방통위가 업자의 대리인이 된 듯하다. 방송광고제도 변화로 지상파의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대신 광고 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다른 사업자들을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시민 주머니를 털어서 방송사업자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뜻이다.

방송사업자 중 지상파는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빌려 쓰는 대신 공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재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광고는 그 재원의 하나다. 백번 양보해서 지상파 방송사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재원이 필요하다면 광고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공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대중의 동의가 필요하다. 방통위는 방통위가 챙겨야 할 방송의 공공성, 방송 사업의 공공 이익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지금 행태로만 보면 방통위와 시민들의 인식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있어 보인다.


개정 시행령 폐기, 공공성 강화 대책 우선해야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는 시점은 8월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정 시행령을 폐기하고, 방통위 고유 업무 영역인 방송 공공성 강화 대책을 우선 정립하고 이에 기반 하여 광고제도 변화에 대한 여론을 재 수렴하는 것만이 방통위의 존립 이유에 부합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