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사실을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진실을 변조하는 종편(박태순)
등록 2015.05.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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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종편의 세월호 조작 보도 

사실을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진실을 변조하는 종편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종편의 우리사회 패악에 대하여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고 비판이 있었다. 무엇보다 기득권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정권의 경비견 역할 만을 함으로써 민주적 공론장을 붕괴시키는 주범으로 지적하였다. 종북 메카시즘과 선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종편으로 인해 후진적이고 비이성적 사회로 침몰해 가는 우리사회 현실에 대한 염려가 무엇 보다 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보도 태도에서는 그러한 염려보다 더 근원적인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도덕성과 가치까지도 무너져 버린 종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종편의 왜곡보도 릴레이, 저널리즘은 실종된 지 오래

2014년 4월 18일 <채널A>  ‘국회, 구조성금 1인당 12만원 옥신각신’이라는 허위 뉴스를 방송으로 보도하면서 세월호 사건을 국회에서의 구조성금 세비 정쟁으로 몰아갔다. 시선을 돈 문제로 왜곡시키려는 시도로 인해 야당의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2014년 9월 23일 <국민TV>의 분석에 따르면, < TV조선>은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CCTV영상을 유가족의 일방적인 폭행의 증거라고 하면서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 영상을 자신들의 보도 내용에 맞춰서 원본 영상을 역방향으로 편집하였으며, 다쳐서 앉아 있는 유가족 영상을 유가족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보도를 했다. 이 조작된 영상으로 유가족은 택시기사 한사람을 집단폭행하는 폭력집단이 되어 버렸다. 


△ 5월 6일 <채널A> 화면 갈무리


2015년 5월 9일자 < TV조선>은 ‘3주 연속 토요일 세월호 추모 문화제…경찰, 폭력 시위 배후 추적’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경찰의 불법적 차벽 설치,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동원한 과잉진압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이 항의하는 시민들만을 폭력적으로 이미지화시켜 보도했다. 이날 TV조선 보도에서 세월호 1주년 추모집회는 배후가 있는 폭력집단의 집회가 되었다. 

2015년 5월 6일 <채널A>의 시사토크쇼 <김부장의 뉴스통>에서 5월 6일에 세월호 추모집회 관련 시위대의 경찰폭행 사진이라며 세월호 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다. <채널A>는 ‘단독입수’라는 자막까지 삽입해서 사진들을 내보냈는데, 그중 하나가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에게 전경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찍은 조선일보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을 내보내면서 방송 출연자들은 “폭력이 난무한 세월호 시위를 합리화 할 수 있나?”고 말했다.


막말과 혐오발언 일삼는 ‘종편 시사토크쇼’는 예능으로 봐주더라도 퇴출대상

이처럼 < TV조선>과 <채널A>의 세월호 보도 행태를 보면, 마치 데스크에서 보도의 방향과 의도를 미리 정해 놓고 여기에 맞춰서 영상과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만들어서 내보내는 모습이 나타난다. 음모적인 맞춤형 뉴스 생산, 의도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영상과 이미지의 조작, 선험적 목적을 위해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는 행위는 더 이상 저널리즘 활동이 아니다. 

특히 종편의 시사토크쇼나 뉴스 진행자들은 스스로 거짓을 이야기하다 못해 출연자들에게 선정적인 발언을 하도록 더욱 부추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한겨레21과 공동 진행 한 2014년 1월 종편 시사토크쇼 패널 분석에서도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막말과 왜곡발언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모니터링을 진행한 활동가들은 패널보다 진행자가 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진행자가 노골적으로 패널의 선정적인 발언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들이 원하는 막말 수준의 발언이 나올 때까지 거듭 되묻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합리적인 발언을 하는 패널의 발언에는 호응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고 선정적 발언을 하는 패널 위주로만 대화를 이어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소재만 시사를 다루고 있을 뿐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다. 사실직시나 진실가치를 내팽개친 이들 프로그램은 픽션적인 흥미와 선동적인 감성 자극이 목적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깝다. 따라서 굳이 그들의 직업을 분류한다면 방송인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지언정 도저히 언론인으로는 부를 수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는 자의 가슴에 기자의 자부심과 명예로움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웃음을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폄훼발언이나, 혐오발언,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발언을 하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심각한 혐오발언과 노골적 왜곡이 판치는 종편 시사토크쇼와 그 진행자를 예능프로그램과 방송인으로 봐주기에도 퇴출 대상임이 틀림없다. 사실을 사실로 드러내고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포기하고, 왜곡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언로를 왜곡하고, 오히려 사회적 해악이 되는 언론은 사회적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폐기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