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 마음대로 ‘게임 룰’ 정하라는 조중동(김성원)
등록 2015.12.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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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공직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 관련 조중동 보도 비평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 마음대로 ‘게임 룰’ 정하라는 조중동

 

 

김성원 민언련 이사

 

 공직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24일)까지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유지하기 위한 비례대표 의석 삭감을 주장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 따른 정당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규칙을 규정하는 것임으로 대부분의 정치학자들과 헌법학자는 사실상 헌법에 준하는 법률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공직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은 일반적인 법률 개정처럼 단순히 다수결로 결정하기보다 여야 간 합의에 의해 신중하게 의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헌법 개정이 국회에서 재적 2/3 이상 의원들의 지지가 있어야 국민투표에 부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로도 1987년 6월 항쟁 이후 여당이 다수결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한 적은 없었다.

 

조중동,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 의장 직권상정 압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사설을 통해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12일 <사설/법안 처리 안 하고 '現役 의원 기득권'만 챙기는 국회>에서 “여야가 이번에도 획정안을 미룬다면 국회의장은 '국가 비상사태 시 법안을 직권 상정할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을 활용해 획정안 처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15일 <사설/野 내분에 멈춘 국회, 立法 마비 사태 방치해선 안 된다>에서도 여야 간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놓고 대치하는 상황을 “야당 발(發) '입법(立法) 마비 사태'라고 할 만한 비상 상황”이라고 강변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거법 직권상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가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옹호했다.
중앙일보도 21일 <사설/또 결렬된 선거구 조정, 국회의장이 결단하라>에서 “연내에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 선거구는 효력을 잃게 된다. 국회는 선거구를 기반으로 존재하므로 이는 ‘입법부 비상사태’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법 개정에 실패해 내년부터 선거구가 없어지면 이는 네 가지 중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된다”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을 주문했다.

△ 2015년 12월 15일자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도 15일 사설 <선거구·입법 마비시킨 국회, 이게 비상사태 아니면 뭔가>에서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예비후보들은 후보 자격을 상실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 정 의장은 15일 선거구획정위에서 마련한 복수의 획정안을 직권상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직권 상정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의 ‘선거구 기득권 지키기’는 침묵하는 조중동
 조중동은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에 난항을 겪는 까닭에 대해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들에게 유리하다는 속셈”(조선일보 12일 <사설/법안 처리 안 하고 '現役 의원 기득권'만 챙기는 국회>)이라든가 “올해 마지막 국회가 야당 내분(內紛) 사태로 올스톱돼버린 것”(조선일보 15일 <사설/野 내분에 멈춘 국회, 立法 마비 사태 방치해선 안 된다>), “야당의 리더십 붕괴로 입법 비상상황”(동아일보 15일<사설/선거구·입법 마비시킨 국회, 이게 비상사태 아니면 뭔가>), “야당의 혼란이 커지면서 국회 일정은 더욱 난항”, “야당이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바꿀 것을 주장하는 바람에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중앙일보 15일 <사설/공천·정당·선거구‥3중 안개에 싸인 총선>) 등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을 펴거나 오로지 야당만을 비난하는 편파적인 논조를 보였다. 


 반면 조중동은 12일, 15일자 사설 등에서 새누리당이 선거구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사표를 줄이고 민의를 보다 정직하게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혁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이는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 난항의 근본 원인이 새누리당의 ‘선거구 기득권 지키기’임을 지적한 경향신문과는 대조적이다. 경향신문은 7일 <사설/부당이익 과반의석 지키려는 새누리의 선거구 속셈>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3일 ‘균형의석제’를 담은 이병석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중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전제로 새정치연합도 비례대표 축소에 합의했다…돌파구가 열리는듯하던 협상이 다시 길을 잃은 것은 새누리당이 말을 바꾸면서다”라고 보도했다.

 

 공직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은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사표를 줄이고 민의를 보다 정직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결선투표제 도입 등의 개혁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선거법 개정 및 선거구 획정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일이기에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여당 단독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에게 유리한 선거법을 만들어도 좋다고 부추기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까지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조차 무시하는 작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