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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나쁜 방송보도, 세월호 유가족 비난한 TV조선 보도 (노미정)
등록 2014.11.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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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민언련 10월의 좋은 방송보도, 나쁜 방송보도 선정

10월의 나쁜 방송보도, 세월호 유가족 비난한 TV조선 보도



노미정(민언련 활동가)



사고 특성 무시한 채 ‘유가족의 태도‘에만 초점 맞춰 세월호 유가족 폄훼


민언련이 2014년 10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10월의 나쁜 보도는 TV조선 [뉴스쇼 판] <유족 ‘법 기준 따르자‘…보상 타결 >(10/20, 톱보도 김진호 기자) 보도가 선정되었다. 10월 17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2014년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에서 공연을 잘 보기 위해 환풍구 위로 올라선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무너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관람객 27명이 약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발생한 대형 참사였기 때문인지 관련 기관들은 발 빠르게 대응했고 이에 안전요원 한 명 배치하지 않은 주최 측의 문제, 늘 위험이 존재하는 환풍구 시설에 안전장치나 경고문구 하나 없었던 문제 등 사고 원인들이 차례로 밝혀졌다. 또한 공연을 주최한 이데일리 측의 빠른 사과와 배‧보상안 제시에 유가족들은 사고발생 나흘 만에 보상안에 합의했다.



환풍구 사고 유가족들의 선의를 모독한 악질 저널리즘


TV조선 [뉴스쇼 판] <유족 ‘법 기준 따르자’…보상 타결>(10/20, 톱보도 김진호 기자)은 판교 사고 유가족이 보상안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톱보도 했다. 사고 발생 나흘 이후였지만, 세월호 이후 다시 발생한 대형 안전사고라는 점에서 이 내용은 톱보도가 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 보도가 겉으로는 판교사고 보상합의를 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데 초점을 맞춰 내용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앵커는 뉴스 시작부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보상안이 오늘 새벽에 전격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이렇게 신속한 합의가 가능했던 데는 유가족 측의 ‘양보’가 있었습니다. 물론 뭐 두 성격이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사고 발생 6개월이 지나도 아직 보상 문제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와는 대조적입니다”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기자 리포트는 한술 더 뜬다. 기자는 합의된 보상내용을 전한 뒤 “이처럼 신속한 합의가 이뤄진 건 유가족의 합리적 판단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라고 평가하고 성남시장의 “유가족 여러분의 결단으로…대타협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라는 부분을 녹취 인용했다. 기자는 또한 “유가족 측도 통상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발언한 뒤, 판교 유가족 대표의 “저희가 뭐 큰 것들을 요구한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라는 발언의 일부를 담았다. 기자는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에도 국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판교 유가족의 행동을 한 뒤, “날벼락 같은 참사였지만 슬픔을 억누른 유가족의 합리적 대응은 대형사고 수습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의 보도는 판교 사고 유가족들의 선의를 이용해 국가의 책임에 대한 논점을 흐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순수한 뜻을 깎아내리기 위한 간교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저급한 악질 저널리즘의 표본이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사고는 모두 억울한 인명피해를 가져온 참사지만 사고의 원인과 성격, 진상규명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발생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침몰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청와대와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과의 연관성 의혹도 매우 짙은 사건이다. 또한 정부 재난관리시스템의 부재와 황금만능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에 국내‧국제 사회적 파장도 엄청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직까지도 합의에 불응하고 있는 이유는 진상규명을 위해서이지 정부·여당이 제시한 배·보상안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민언련은 TV조선 <유족 ‘법 기준 따르자’…보상 타결>(10/20, 톱보도, 김진호 기자)가 보상이 아닌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세월호 유가족을 판교 유가족 행보와 억지비교하며 비난한 악질적 보도행태를 보였다며 2014년 10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선정 이유를 밝혔다.



좋은 방송보도, JTBC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집행’ 허점 추적보도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인 ‘검찰의 추징금 집행‘ 속 허점 조목조목 밝혀내


한편 민언련은 10월의 좋은 보도로 JTBC [뉴스룸] ‘전두환 일가 추징환수 허점’ 보도를 선정했다. 2013년 6월 3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했고, 전두환 씨의 비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고, 2013년 6월 27일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부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7월 16일 검찰은 국고 귀속을 목적으로 전두환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절차에 착수했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집행’은 여야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환영하는 조치였다.


전 씨 일가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재산 환수가 시작된 지 1년째. JTBC는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총 13꼭지에 걸쳐 국고 귀속을 목적으로 한 정부와 검찰의 전두환 일가 재산환수 진행상황을 심층 보도했다. 관련보도를 시작한 22일에는 [뉴스룸] 1부에서 해당내용을 단독보도한데 이어 [뉴스룸] 2부 <탐사플러스>에서는 관련내용을 7분 이상씩 총 3꼭지 보도했고, 23일에도 톱보도로 시작, 총 4꼭지를 연달아 보도했다.



JTBC, 재산환수에 대한 정부와 검찰의 의뭉스러운 태도 지적


검찰이 환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은 1703억 원 상당이고 그 중 1270억 원은 부동산이다. 그러나 JTBC 취재 결과 부동산마다 거액의 선순위 채권자들이 존재해 실제 환수가 가능한 금액은 1270억 원의 3분의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JTBC에 따르면 검찰은 환수한 부동산이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2013년 9월 10일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부동산 1270억 원 중 선순위 채권은 없다”고 명시하는 등 처음부터 전씨 일가의 재산 환수에 대한 의지가 없었고 관련 수사 역시 하는 시늉만 낸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JTBC의 관련내용 보도 이후 검찰은 10월 23일 선순위 채권자 문제를 해결하고 국고 환수를 가능케 할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한마디로 지난 해 9월 보도자료에서 선순위 채권 여부를 “굳이 밝히지 않은 것”일 뿐 “결론적으로 말하면 숨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제시한 선순위 채권 해결 방안은 제 3자의 대납, 선순위 채권이 없는 부동산 매매 이익금 환수, 전재국 씨가 가지고 있는 채권에 대한 검찰의 구상권 청구 등이다. JTBC는 <사돈이 43억 ‘대납’>(10/23, 임진택 기자)에서 전 씨 사돈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선순위 채권액 일부인 43억 원을 대납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JTBC는 검찰이 제시한 해소 방안에 구체성과 현실성이 부족함을 거론하며 전 씨 일가 재산환수를 진행하는 검찰의 의뭉스러운 태도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검찰, 이례적 압류 해제>(10/27, 정제윤 기자)에서는 “검찰이 전 씨 일가의 환수 대상 부동산에 대해 올 들어 두 번이나 압류를 풀어줬던 사실”을 보도했다. 검찰은 부동산 담보 대출금으로 선순위 채권의 원금을 갚게 하기 위해 압류해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으나 JTBC 취재 결과 해당 부동산의 전체 대출이 오히려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국고 환수금액이 줄어들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은 이래 전 재산이 29만 원 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생떼를 쓰던 전두환 전 대통령. 민언련은 뉴스타파의 해외은닉재산 폭로로 시작된 전 씨 일가의 재산 환수 과정을 언론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추징금 국고 환수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짚고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JTBC만이 박근혜 정부의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보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10월의 좋은 보도 선정 이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