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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의 시사프로그램 속 ‘세월호 백일’은 수박 겉핥기 (박혜진)
등록 2014.08.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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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 ‘세월호 백일’ 관련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

지상파 3사의 시사프로그램 속 ‘세월호 백일’은 수박 겉핥기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지난 7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백일이 되는 날이었다. 왜 꽃다운 생명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그 진실은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가라앉은 채 여전히 밝혀내지 못했다. 세월호 백일을 맞아 3사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은 모두 세월호 관련 방송을 내보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참사 당일부터 2주 동안 방송 3사 시사 프로그램을 모니터해 의혹 제기는 미흡하고, 유가족의 슬픔만 부각한 내용이 많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세월호 백일 특집 시사프로그램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조사 대상 프로그램은 KBS의 <추적 60분>, <시사기획 창>, < KBS 파노라마> <다큐 3일>, MBC의 <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다큐스페셜>, SBS의 <뉴스토리>, <그것이 알고 싶다>이며, 모니터 기간은 7월 21일부터 27일까지이다.


MBC․SBS ‘세월호 백일’ 시사, 시늉만 냈다 


MBC는 <다큐스페셜> “사랑해 잊지 않을게”(7/21)와 <시사매거진 2580> “세월호, 미궁에 빠지나”(7/27)를 방송했다. 그러나 알맹이는 실망스러웠다. <다큐스페셜>은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참사 초기에도 많은 방송들이 희생자 가족의 눈물과 오열에 초점을 맞췄다. <다큐스페셜>은 그 때의 방송들이 보인 자세에서 거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유병언 일가 검거 관련 내용을 다뤘다. 방송의 앞부분은 ‘유병언 찾기’에 실패한 검찰을 꼬집고, 유벙언 씨 사망이 세월호 사고를 미궁으로 빠뜨렸다는 내용으로, 기존 뉴스보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어 등장한 항적도 분석은 침몰 당시 세월호의 움직임을 분석해 원인을 파헤치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명확한 원인을 분석해내지 못하고 의문만 남기며 끝맺었다.


SBS의 시사프로그램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SBS는 <뉴스토리> “그치지 않는 절규…꽉 막힌 특별법"(7/22)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앞부분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 그리고 그들이 먼저 떠나보낸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전했다. 이어 희생자 가족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쟁점이 되고 있는 수사권을 중심으로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을 함께 소개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희생자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이나 피해 학생들의 대입 특례에 대한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도 함께 소개해, 대중들이 가지고 있을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15분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내용을 담아내다보니 깊이가 없는 방송이었다. 


언론의 보도참사 짚어보며 반성한  < KBS 파노라마>돋보여


3사 중 가장 눈에 띈 보도를 한 것은 KBS다.  < KBS 파노라마>는 “18살의 꿈, 단원고 2학년 3반”(7/24), “고개 숙인 언론”(7/25)편을 연달아 방송했다. “18살의 꿈, 단원고 2학년 3반”편은 유족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생전 모습에 대한 회고와 못다 핀 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개개인의 사연을 통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려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 KBS파노라마> 세월호 참사 100일 기획(2) "고개숙인 언론"편


그러나 참사 당시 보였던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은 “고개 숙인 언론”편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타사 언론 보도뿐 아니라 KBS의 자기반성적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언론의 세월호 보도참사를 전반적으로 정리해주었다. 참사 발생 후 속보 경쟁과 받아쓰기 관행으로 낳은 각종 오보, 생존자나 유족에 대한 배려 없는 인터뷰 등 언론의 문제를 보여줬다. 자사를 비롯한 지상파 3사가 정부와 대통령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축소, 누락했다는 것도 고백했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참사 이후 보여 온 언론의 보도 패턴을 분석한 점, 그리고 대중에게 JTBC나 뉴스타파와 같은 타사 방송사들이 신뢰를 얻었다는 것을 인정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고개 숙인 언론” 편은 그 동안 언론들이 자사비판에 소극적이며 도리어 옹호에 급급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 KBS 파노라마>와 달리 <다큐 3일>의 세월호 백일 특집 방송이 세월호 유족들을 이익집단으로 규정하며 ‘농성하는 유족들을 취재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다’는 이유로 제작이 중단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


국민 알 권리를 충족시킬 책무를 실천 않는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


감정에 치우치거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도 하는 등, 3사의 시사프로그램은 여전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KBS가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 작게나마 보인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제기되어야 할 문제도, 밝혀져야 할 의혹도 산적해있지만, 이를 다루는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은 아직도 진실을 파헤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책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 


정리 :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박혜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