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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규제풀기에 ‘잠깐만요’는 없었다 (김수정)
등록 2014.04.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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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비비]박정부의 마녀사냥식 규제개혁 광풍과 언론보도의 문제

마구잡이 규제풀기에 ‘잠깐만요’는 없었다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 겸 웹진 기획위원)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이후 정부의 행정력은 온통 규제완화에 집중되고 있다. 박대통령은 회의에서 규제개혁을 강한 톤으로 주창했다. 이에 관계부처 장관들은 물론이고, 현오석 부총리에 이르기까지 불합리한 규제를 ‘경제의 독버섯’으로 간주하고 조속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화답했다. 


박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리더십을 언론이 크게 부각해 규제개혁의 속도 붙이기에 힘을 보태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임으로써 내수경제를 살리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현장 공무원들의 정당한 행정조차도 규제인 것처럼 몰고 가는 ‘마녀사냥’ 분위기와 규제철폐 양의 축소에 무게를 실어 성급한 완화를 이끄는 규제개혁 ‘광풍’을 만드는데 언론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3월20일 KBS와 MBC는 3시간, SBS는 1시간 동안 청와대의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KTV 화면 그대로 받아 방송했다. OBS, TV조선도 생중계했다. 총 6개 방송사의 채널이 대통령이 주재하고 있는 회의를 일제히 내보냈다. MBC는 19일 오후에 방송중계를 결정했고, SBS의 경우 20일 당일 긴급편성 했다(관련기사 미디어오늘 https://bit.ly/1gSjpNX, 미디어스 https://bit.ly/QxoOiH). 회의 생중계에 이어 방송 3사는 첫 번째부터 5, 6번째까지 규제개혁과 관련된 뉴스로 채웠다. 


규제개혁 회의가 있었던 당일부터 지난 3월30일까지의 주요 뉴스프로그램의 방송모니터 결과 KBS는 13건, MBC는 16건, SBS는 13건이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표1 참조). KBS <뉴스9>에서는 20일 박대통령의 규제개혁 관련 보도 후 “역대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변천사”를 통해 대통령과 국민의 TV를 통한 대화의 기회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3시간의 생중계가 필요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이었겠으나 이만큼 설명이 필요할 정도의 생중계 편성이었음을 반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방송3사 모두 “규제가 일자리를 막는 죄악”이라는 박대통령의 발언과 “공무원에게 책임묻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공인인증서, 차량튜닝, 관광호텔 등과 같은 몇 가지 규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마녀사냥식 비판을 강하게 했다. 며칠사이에 공인인증서 없이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나 차량튜닝 합법화와 관련한 규제완화의 빠른 처리에 찬사를 보이는 광풍몰이 보도가 주를 이뤘다. 3월27일 방송3사는 규제회의에서 건의됐던 52건 가운데 41건이 올해 안에 풀리게 되는데 시간만 질질 끌면서 발목을 잡던 규제들이 끝장토론 일 주일 만에 해결됐다는 점을 대통령 주재 회의의 성과로 부각했다.


좋은 규제는 가려내야한다고 했던 보도도 있었지만 규제의 전문성 강화 방안과 지역규제를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이익집단들 사이에서의 협의구조 개선에 대한 후속보도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특히 KBS에서 <‘국민소득 4만 달러’ 조건은?>의 보도에서는 우리 경제 성장률이 저성장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해 투자가 위축되다보니 일자리와 소득이 늘지 않고 소비가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는데 “규제가 없고 기업하기 좋은 해외 투자”를 유치위해 우리나라의 규제가 철폐되어야 할 것이라고 투자와 규제완화 관련 논리를 단순화했다는 점도 문제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도 하나 같이 행정규제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인 것으로 여기고 기업활동에 대한 행정규제를 완화하거나 특례를 만들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과신했다. 규제개혁위원회뿐만 아니라 철폐, 혁파 등의 강력한 완화조치를 했던 적도 있다. 문제는 그 결과들이 가져온 후유증이 작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카드대란과 저축은행 사태가 지금과 같은 규제완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성급한 완화 형식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것들이다. 균형 있는 경제발전, 지속성장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존속해야할 규제인지 아닌지 살펴볼 겨를도 없는 지금, 언론은 방관도 모자라 속도를 몰아붙이고 있다.





박대통령의 “잠깐만요” 질책을 주요 뉴스의 하나로 중요하게 다룬 방송사들이 일주일 만에 규제완화가 될 수 있었던 규제들이 왜 여태껏 풀리지 않았는지는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반복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잠깐만요는 왜 외치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