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되돌리기 힘든 환경 개발 사업, 정의로운 지역언론을 기대한다(김수정)
등록 2015.09.09 11:15
조회 595

 

[시시비비] 케이블카사업 관련 강원 지역언론 모니터
되돌리기 힘든 환경 개발 사업, 정의로운 지역언론을 기대한다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

 

 

지난주 이야기이다.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이른 가을산행 기대에 좀 늘었다 싶었는데 벌초객까지 도로에 올라타면서 가다서다 지루한 운전을 반복했다. 영동고속도로 주변으로 도로 확장 공사와 철도 공사를 자주 보며 서울로 향했다. 산 배꼽에 구멍을 뚫어 터널을 내는 작업은 지난 여름휴가 때도 봤는데 여전히 진행중으로 보였다.

 

강원 지역언론, 오색케이블카사업 옹호기사만 4건중 3건
지역의 개발 이슈는 양면적이다. 환경문제를 경제개발보다 우선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지배적인 인식이 있지만 지역에서만는 꼭 그렇지 않다. 자연자원의 경제재 가치가 높아지고 공유재산으로 여겼던 자연 자체를 사유재화하는 범위는 전보다 늘고 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민언련이 낸 신문 모니터 보고서(링크 참조)를 살펴봤다. 중앙일간지와 5개의 지역신문이 지역 경제성 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대체적으로 사업 추진을 옹호하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량 비교로 보자면 조중동은 대체적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검토에 별 관심이 크지 않다. 보도량이 이렇다 저렇다 논할 정도로 크지 않고 칼럼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관련 기사들이 실린 게재 지면의 종류만 봐도 중요한 이슈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검증 용역 보고서 내용을 두고 적극적인 의혹을 제기한 편이다. 경제 효과가 과하게 부풀려진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그대로 수용한 사업 승인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재검토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5개의 지역신문(강원타임즈, 강원일보, 강원도민신문, 설악신문, 강원신문)은 케이블카 사업 옹호 입장을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보도를 냈다. 전체 보도량 대비 75%가 사업의 추진을 옹호했다.

 

△ 8월 31일자 강원일보 23면 기사


강원도민신문이 44건으로 전체 보도량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을 실었지만 사업 옹호 입장의 뉴스로 37건(84.1%)을 내보냈다. 김진하 양양군수의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부각해서 다루는가 하면,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유리한 결과를 제공하게 돼 지역발전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환경 보전 논리에 대한 검토보다 개발 논리를 앞세운 지역신문의 투자유치를 위한 당위성 강조 프레임을 그대로 반영했다.

 

 

환경경제성 보고서 59% 과다 추정, 득보다 실이 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될 지역은 국립공원, 산림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 5종의 공식 자연보호구역이 지정된 곳이다. 때문에 환경영양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환경보전과 생태계파괴 위험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곳에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경제성 평가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에 언론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월별 탐방객 비율과 케이블카 최대 탑승인원, 케이블카 운행 가능 일수 등이 고려되지 않아 개통 이후 30년간 탑승객의 59%인 909만 명이 과다 추정돼 있다고 보고서의 조작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계산에 따르면 122억 원의 흑자가 날 것이라는 추계와 달리 실제로는 229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심 의원의 분석 결과다.


박정희 전 대통령 손자가 운영하는 (주)설악케이블카의 운영과 자연환경보전 영향 평가 등과 연관지어 예상할 수 있는 환경훼손과 보전의 문제를 다룰 수도 있지만 어느 신문도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환경 개발 사업의 공적 성격과 지역언론의 이해관계
지역은 정부 예산 유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한다. 관광 수입에 기대가 높은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때로는 과한 포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군청의 행정추진방식을 나무랄 수는 있겠지만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이런 저런 이유와 근거를 대고 경쟁적으로 개발비를 유치하는데 이정도 광택제를 발라 뻥튀기 보고서를 낸다한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유치가 절박한 만큼 졸속 추진은 오히려 더 큰 노력처럼 왜곡돼 보이기도 쉬운 까닭이다.


게다가 개발이나 환경을 유치하여 개발이익을 챙길 기업들 대부분이 지역 언론의 광고주이거나 신문상품의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지역언론이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언론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 개발 이슈가 아닌 이상 상당수 언론이 제도적인 편파성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이지만, 공유재산인 자연의 개발 사업에 용기 있는 감시와 고발 보도가 없는 현실까지도 당연하게 볼 수는 없다.
산 배꼽을 뚫은 길을 예전같이 되돌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첫 삽을 뜨기 전까지 신중한 사회적 검토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