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과 나 - 이혁진] 나의 첫 시민단체, 민언련(2014년 10호)
등록 2014.10.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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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시민단체, 민언련


글 이혁진 회원 l hj-beater@hanmail.net


  뒤늦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도 2년, 어느덧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현재의 나를 돌아보면 20대의 나와는 사뭇 다른 면들을 보게 된다. 보다 현실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고, 내 꿈과 미래에 대한 열정은 조금씩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하며 씁쓸해하곤 한다. 


나이 서른이 넘으면 내 인생과 가치관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과거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면서 혼란과 불안을 하루빨리 떨쳐버리고 싶었던 20대를 자주 돌아보는 요즘이다. 돌아보면 20대의 후반에는 민언련이 나에게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민언련을 처음 만난 건 2006년 가을, 언론학교를 수강하면서부터이다. 손석희, 박노자 등 열분의 훌륭한 선생님으로 구성된 강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그보다 내게 강한 인상을 준 것은 그곳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분들과 20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회원모임이었다. 


그들은 이 사회 언론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나누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나는 이에 동참해야한다는 의무감과 나를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민언련 회원으로 가입하고 방송모니터 분과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3월에는 신문모니터 분과모임으로 옮겨 분과장으로 활동하고, 활동가 분들과 많은 행사에 함께 하게 되면서 민언련은 내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비단 언론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데 있어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한 경험이 쌓여갔다. 8년차 민언련 회원으로서 그동안 민언련과 함께 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3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신문모니터 모임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했던 회의다. 매주 1차례 모여 언론보도에 대하여 분석하고, 우리의 의견을 종합하여 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그 경험은 지금까지 내 삶의 가장 뜨거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돈 받은 만큼만 일하자고 되뇌는 현재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비록 그 결과물이 어설플지라도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의견을 나눴다.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며,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때 가장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민언련의 이름으로 나갔던 거리에서의 경험들이다. 한ㆍ미 FTA 등과 같은 국가적 이슈가 있을 때, 민언련 깃발아래 활동가와 회원들이 모여 함께 거리로 나섰고, 나는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깃돌이가 되어 깃발을 들고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본 사회 풍경들은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 중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도 2번 동참했었는데, 사실 많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내 의견을 작은 행동으로나마 표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뿌듯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 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표현할 것이며, 민언련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 같은 회원들을 모이게 하는 구심점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민언련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에 대한 기억을 꼽고 싶다. 특히, 매년 5월에 다녀오는 광주순례와 8월에 떠나는 수련회의 경험을 매우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민언련 행사의 특징이자 장점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생전 처음 방문했던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많은 열사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다른 분들에게 들으니 더 깊이 와 닿았고,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보다 나은 언론과 사회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회원 분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되리라는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민언련 회원모임을 중단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언론 이슈나 민언련 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민언련 활동가 분들과 현재 회원모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행사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민언련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알기에 앞으로도 계속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또한, 나의 첫 시민단체인 민언련의 회원을 평생동안 유지하면서 사회와 언론에 대한 고민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매년 나와의 약속을 정하여 민언련 회원으로서 1년에  한두 차례라도 꼭 행사에 참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