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기 특별언론학교 후기] “기사 하나를 보더라도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2014년 8호)
등록 2014.09.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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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하나를 보더라도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오세민 회원 l ohking22@nate.com




올해 지금까지 가장 큰 사건을 말하라면 아마 대부분 세월호 사고를 꼽을 것이다. 이 사고로 우리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생을 투자의 개념으로만 보고 스펙을 쌓으며 리스크가 최소화된 삶을 목표로, 계획대로만 살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주었다. 세월호 승객들은 제대로 된 구조도 받지 못했고, 언론은 이를 비판하기보다 정부의 나팔수 역할만 했다. 누구라도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부의 구조와 언론의 행태에 우리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언론만 제 역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만 보더라도 사람들의 실망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그럼 기레기와 좋은 기자의 차이는 뭘까? 언론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런 고민에 빠졌을 즈음 민언련의 <‘기레기’ 시대, 우리에게 언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87기 특별언론학교 소식을 듣게 되었다. 


특별언론학교는 총 여섯 개의 강좌로 구성되었다. 1강 “진정한 언론·진짜 기자가 왜 필요한가”에서는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이 1960년대부터 정부의 탄압에 맞선 진정한 언론인들의 투쟁에 대해 강의하였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생생한 언론 자유를 위한 선배 언론인들의 노력을 들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 


2강 <‘기레기’가 되기를 거부한 기자들>은 MBC 해직 언론인 이용마 기자가 강의했다. 공영방송 중 가장 큰 비판을 받는 MBC의 실태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언론 장악 실태를 들을 수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의 역대 대통령들의 개인저택 보도를 비교했는데, MBC가 어떻게 친(親)정부적으로 바뀌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보도에서는 언론 장악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관된 문제였다고 강조하며, 이런 것이 누락되어 이런 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인기 팟캐스트 ‘시사통’의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3강을 맡았다. <‘기레기’ 홍수 시대, 바른 언론 감별법>이라는 주제로 기레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기레기를 판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강의였다. 어떤 기사가 나쁜 기사고, 진실이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강은 <대안언론과 탐사보도에 거는 기대>로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강의였다. 정치권력의 방송사 장악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는 언론을 대신하여 주목받는 대안언론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요즘 인기 있는 뉴스타파가 어떻게 운영되고, 탐사보도의 취재는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5강 <표현의 자유와 방송통신심의의 현실>은 올해 5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경신 교수의 강의였다. 박경신 교수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보도를 하여 ‘양적 균형성’ 문제로 규제를 받은 방송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방송이나 언론이 자신의 주장을 언제나 밝힐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을 내보내 기계적 균형을 갖는 것 보다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여 사회적 약자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한 방송심의가 불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마지막 6강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대응 방안>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였는데, 아쉽게도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였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안전의 문제도 그러하지만 지금의 언론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고, 언론이 잘못되면 얼마나 더 큰 위험이 따라오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언련의 언론학교는 시의적절한 좋은 강의였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같이 강의를 듣고, 느낀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없었다는 것이다. 


‘기레기’가 무엇이고,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아직도 나에게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신문 기사 하나를 보더라도,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고, 어떤 기사가 현실을 가리고 거짓말을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판단할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