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노래모임 소개] 안녕하세요? 우리는 민언련 노래모임 ‘막 모인 사람들’입니다(2014년 8호)
등록 2014.09.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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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리는 민언련 노래모임 ‘막 모인 사람들’입니다


조현준 회원 l paxhistorian@naver.com




평일 오후 저녁. 어스름이 지는 골목 사이로 손에 멜로디언을 들고 어깨에 기타를 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듭니다. 이윽고 기타 반주가 들립니다. 그에 맞춘 화음 소리가 여름 하늘을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이내 곧 맞지 않는 박자에, 익숙지 않은 화음에 서로의 얼굴을 멋쩍은 듯 쳐다보며 웃음을 터트리곤 합니다. 하지만,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노래가 리듬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름 그대로 ‘막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안녕하세요? 비공식적으로 결성된 지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소식지를 통해 회원 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민언련 노래모임 ‘막 모인 사람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노래모임 ‘막 모인 사람들’ (이하 ‘막모인’)은 지난 3월경 첫 모임을 열고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막모인은 몇몇 신문, 방송분과원들의 의기투합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때는 올해 초 종로의 어느 허름한 술집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마 제가 군대에서 전역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였지요. 그런 만큼 옛날이야기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2012년 봄 ‘언론 대파업’ 당시 여의도에서의 일들이 화젯거리가 되었는데요. 천막농성장에서 밤을 새게 되었고, 아침이슬을 맞기 시작한 새벽녘 여의도 공원에서는 술에, 이슬에 취한 몇몇 분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에는 빈 맥주 깡통들이 나뒹굴고, 옆에서는 새벽녘 조깅을 하며 아침을 여는 아저씨들도 함께(?)했다고 전해집니다. 아마 우리 정신의 뿌리를 찾자면 이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동안 숨겨왔던 우리의 ‘흥’을 깨닫게 된 계기랄까요. 


아무튼 그 추억을 회상하던 술자리에서 정말 ‘막’ 내뱉었던 그 이야기들이 계기가 되어 지난 3월 5일 첫 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첫 모임,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언가 하나 해 보자며 만나긴 하였으나, 명색이 노래 모임이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악기 하나 없었습니다. 그저 언제나 그러하였듯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척 하다가 막걸리 한 사발 하러 가서 끝냈지요. 말 그대로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가 떠오르는 그런 마음가짐뿐이었기에 사실 모임 대장(?)인 저조차도 물음표 투성이였습니다. 이렇게 몇 번 모여서 술만 먹다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닌지, 처음 몇 주간은 솔직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지요. 


하지만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임 구성원들 모두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모임에 있어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출석률을 기록해 주었고, 처음엔 기타 코드하나 잡지 못해 합주 자체가 불가능했던 가락들은, 지금은 그래도 들어줄 만하지 않나 싶은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두의 열정과 의지로 진행된 모임들은 첫 MT에서 그 진면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장 27시간(!)에 걸쳐 진행된 MT는 단순히 잊지 못할 추억을 넘어서, 우리 모임이 정말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앞으로 창대하게 끝을 맺으리라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아직 우리 모임은 많이 어설픕니다. 매번 변변한 장소도, 시간도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열심히 연습한다고 목청껏 노래도 불러보고 딱딱하게 굳어진 손을 이리저리 튕겨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음표들은 이리저리 튀어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막’ 모였기 때문이지요, 연주를 잘하면, 노래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뒤풀이가 위협받아선 안 됩니다. 그저 무엇이든 하는 순간들 하나하나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막 모인 사람들’입니다. 


모임을 시작한지 6개월여 만에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더 나아가 곧 미숙하지만 노래로써 인사를 드리려고도 합니다. 막 시작하는 모임이지만 여러분께 한여름 밤의 ‘치맥’같은 그런 무대를 선사해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