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마구잡이 규제개혁, 브레이크가 되지 못한 방송보도 (2014년 4_5호)
등록 2014.05.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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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규제개혁, 브레이크가 되지 못한 방송보도


양희주 방송모니터분과 회원 l hey.summer.news@gmail.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KBS·MBC·SBS는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회의가 열린 3월 20일, 지상파 3사는 당일에만 KBS와 SBS는 5개, MBC는 6개 꼭지를 내보냈다. 민언련 방송분과에서는 규제개혁 회의가 있었던 3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지상파 3사의 규제개혁 보도’를 점검해봤다. 11일 동안 MBC는 17개, KBS와 SBS는 13개 보도(단신 포함)가 방송됐다. 방송 3사는 기획특집 코너까지 만들면서 ‘규제 폐지’를 외쳤다. 섣불리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했다가는 더 큰일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KBS와 SBS에서 각각 한 건, MBC는 두 건 있었다. 


역시 가장 많은 기사가 나온 날은 회의 당일인 3월 20일이었다. KBS와 SBS는 규제개혁 회의를 톱으로 내리 5꼭지 깔았고, MBC는 무려 6꼭지를 내보냈다. 특히 방송3사는 짜 맞춘 듯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 중간에 ‘잠깐만요!’를 외치고 장관을 질책했다는 보도를 빼놓지 않았다. 빠르게 이어지는 회의 풍경 위주의 보도는 생중계 같았고 시청자에게 ‘성공적인 회의였다’는 느낌을 줬다. 대통령을 미화하기에 충분했다.   


방송 3사는 후속보도에도 적극적이었다. 첫 날의 ‘회의 성공’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비판적인 보도에는 인색했다. KBS는 회의 당일 ‘규제 개혁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1건 내보냈다. MBC도 역시 첫 날에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이 지난 3월 27일에도 경제부장이 나와 “착한규제는 완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SBS는 엿새가 지나서야 “손톱 밑 가시는 빼되, 손톱까지 뽑는 우는 없어야 한다.”고 한마디 했다. 이런 보도는 과도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이해를 넓힌다. 하지만 전체 보도 개수에 비해 비판적인 시각은 턱없이 부족했다. KBS·MBC는 대통령의규제 개혁 의지에 속도를 불어넣는 보도만 했다. 


 

 동조

우려 

총 보도 개수 

KBS 

12

1

 13 

MBC 

 15 

 2 

 17 

SBS 

 12 

1

13

(총 보도 개수 = 단신 포함), 조사기간 : 2014년 3월 20일~3월 31일


보도 내용 자체도 아쉽다. MBC는 규제개혁 회의에서 대표적인 서민 규제 사례로 꼽힌 ‘푸드 트럭’에 대해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려 시도했다. (3월 27일 방송, <美서 인기 좋은 ‘푸드카’…철저한 사후관리, 명물로 거듭나>) 하지만 단순 보여주기식 보도로 그 자체에 깊이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논란을 없을지’ 같은 최소한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KBS는 3월 25일 <관광호텔, 푸드트럭부터 푼다>에서 ‘영등포 관광호텔 부지에 구청이 승인을 안 내줘서 호텔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내보냈다. 하지만 보도 내내 그 주변에 직접 발붙이고 살아가는 주민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KBS는 투자개발기업 쪽 논리만 보여줬다. SBS는 13개 보도 중 ‘공인인증서’에 관한 내용만 3건으로 아이템에 신선함이 없었다.


이처럼 방송3사는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청와대의 급한 속도에 발을 맞췄다.  이만하면 시청자 머릿속에 ‘규제=나쁜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법 하다. 맞다. 필요 없는 규제는 당연히 풀어야 한다. 


KBS·MBC·SBS가 보도한 것처럼 ‘공인인증서’나 ‘이중삼중 규제’는 없애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쉽게 풀어서는 안 될 규제도 많다. 풀어야 할지 말지 견해 차이가 있는 규제는 양쪽의 논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11일 동안 지상파 방송3사의 보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누구도 신중하게 실효성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지 않았다.


청와대는 27일 ‘올해 풀 규제 목록’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 안에는 ‘원격 진료’와 ‘학교 근처 호텔 허용’같은 규제도 있다. 아직 국민이 모두 동의하지 않았는데 정부와 청와대는 속전속결로 밀어붙인다. 방송3사는 이제라도 규제개혁 및 후속조처에 대해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다뤄야 한다. 하나의 규제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