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신입활동가 인사] ‘천재·허당’ 활동가 이봉우 인사드립니다
등록 2015.07.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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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허당’ 활동가 이봉우 인사드립니다

 

이봉우 활동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9년 동안 방탕하게 살아왔다면 그 삶의 패턴을 바꾸는 일은 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주민등록증의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록 밴드를 하겠다며 가족을 등졌고 그렇게 자유와 방종을 오갔던 시간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 공연장, 음주가무로 채워졌습니다. 군에 다녀온 후에는 평등과 민주주의를 깨우쳤다며 좌파를 자청했지만 홀로 몇몇 집회에 기웃거리고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마르크스를 읽으며 친구들에게 술주정에 가까운 일장연설을 해대는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역시나 술집과 무대로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9년 간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기했던 아들로서의 도리와 시민으로서의 책무가 올해 초 갑작스레 저를 덥쳤고 ‘무위도식’과 ‘풍류’를 꿈꿨던 저는 민언련 활동가라는 막중한 배역에 간택되었습니다. 더 이상 매일 같은 음주가무는 불가능했습니다. 9년 동안 몸에 벤 습관은 여전히 활동가로서의 책임과 분투하는 중입니다.

 

 


민언련 총회 날이기도 했던 첫 출근날에도, 군사독재정권의 학살에 쓰러져간 광주의 넋을 참배했던 광주순례 날에도 저는 밤새 술을 먹다 지각을 했습니다. 사무처에서는 행동과 언사를 모두 조심하지만 간혹 실수를 범합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 잡으며 변화하는 과정이라 믿고 있습니다. 처음 사무처 제 자리에 앉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제 목표는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사람”입니다. 9년의 방탕한 시간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나의 자유와 행복은 내 주변 사람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자유와 행복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활동가로서 일한 지난 3개월 동안 참석했던 몇몇 기자회견과 집회들, 그리고 무딘 필력으로 써야 했던 몇 개의 보고서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의 자유, 정확히는 언론 해방을 위한 도정의 일부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언련 회원들과 사무처의 동료들에게 편한 친구가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혼자만의 글보다는 함께하는 행동이 사회를 바꾸는데 더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사람”은 그리 특출하지는 않지만 함께 있으면 유쾌하고 인간적인 대화가 통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철 없고 놀기 좋아하는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 쪽입니다.


활동가가 된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23살때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는데 민언련에서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저는 보람차고 재밌게 일하고 있으며 음주가무도 적잖이 포기하지 않은 채 잘 살고 있습니다. 사무처에서는 어떤 날은 '천재 활동가'로, 어떤 날은 '허당 활동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천재와 허당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요. 민언련 회원들과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재밌게 일하면서 적당히 놀수도 있는 세상이 오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