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탐사보도 기능 상실한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 대조적으로 돋보이는 뉴스타파(2014년 10호)
등록 2014.10.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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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기능 상실한 지상파 3사 시사프로그램 

대조적으로 돋보이는 뉴스타파



글 조민혁 방송모니터위원회 위원장 l cmh5057@gmail.com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실종자 10인의 시신은 아직 수색중이고,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제대로 된 특별법’ 요구는 정치적 행위로 비난 받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여야의 3차 협상 끝에 특별법이 타결되기는 했으나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조사위에 수사ㆍ기소권 부여’ 항목은 배재됐다. 

이로써 세월호 침몰 사고가 단 한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참사로 이어지게 된 경위와 사고 당일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 세월호-국정원 연관성 의혹 등 각종 ‘의문’들이 풀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방송언론의 탐사보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지상파 3사와 전문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의 탐사보도를 비교 모니터(4/16~9/16)한 결과 3사 모두 관련 보도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뉴스타파는 참사 원인 규명과 ‘제대로 된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행보를 심도 있게 전달했다.



공영방송 MBC, 5달 동안 탐사보도 달랑 6건…뉴스타파 위상에 힘 실어준 격

  5개월 간 지상파 3사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총 29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1,2는 16건, SBS는 7건, MBC는 6건 보도에 그쳤다. 반면 뉴스타파는 총 65건의 탐사보도를 방송했다.



4월, 현장상황 중심의 뉴스타파  vs  앵무새 보도 지상파 

  참사가 발생한 4월은 지상파 3사의 탐사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달이다. KBS는 <시사기획 창/잃어버린 시간 골든타임>(4/22) 등 총 6건을 보도했고, MBC는 (4/22) 등 총 4건,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희망은 왜 가라앉았나?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4/26) 등 총 2건을 방영했다. 그러나 3사 탐사보도 모두 침몰과 구조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단순ㆍ반복 전달했을 뿐 정부의 구조방침에 대한 유족들의 항의와 문제제기는 다루지 않았다. 


반면 뉴스타파는 총 17건의 보도를 통해 세월호 사고 원인, 침몰 이후 정부가 진행한 구조작업의 진실과 언론의 왜곡보도 등을 분석적으로 전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 수중 구조대 고작 16명 투입>(4/21)에서는 ‘해양수산부 종합상활실 보고서’와 ‘해경 보고서’를 통해 해경이 사고 후 15시간 동안 30분씩 단 3차례만 수색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사고 접수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첫 수중 수색을 시작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달했다. 


같은 시기 공중파 방송에서 “수백명의 인원을 투입해 구조활동 중”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한 점과 비교된다. 또한 <‘떠다니는 시한폭탄’ 노후선박…안전검사는 말뿐>(4/24)에서는 세월호가 숱한 기계적 결함과 잦은 고장으로 운항 중 엔진이 자주 꺼졌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사고 당시에도 엔진이 멈췄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8일 특보에서는 단원고 고 박수영군의 아버지 박종대 씨가 제공한 사고 당시 박 군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 45장과 동영상을 방송했다. 해경의 시간대별 구조 상황과 비교해가며 보도한 점이 눈에 띈다.



5월,, 언론 문제 지적한 뉴스타파  vs  수박 겉 핥기 지상파

  5월 KBS는 <추적60분/세월호 173톤 조작 미스터리>(5/24) 등 5건, MBC는 <시사매거진2580/세월호 트라우마, 치유를 위하여>(5/11) 1건, SBS는 <현장21/‘노란리본’ 우리가 함께 할게요>(5/13) 등 2건의 탐사보도를 방영했다. 

3사 모두 세월호가 침몰한 이유와 구조실패의 원인을 밝힌다는 기획이었으나 정작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원인과 부실한 정부의 대응체계는 파헤치지 못했다. 


지상파 3사는 해경, 관료마피아, 조작의혹, 유가족 피해 등 참사와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풀어내려 시도했다. 특히 KBS 추적60분의 <세월호 173톤 조작 미스터리>는 보험금을 둘러싼 선박회사의 조작의혹을 검증한 의미 있는 보도였다. 그러나 지상파 탐사보도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없었다.


5월 뉴스타파는 총 18건의 탐사보도를 방송했고,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골자는 공영방송이 사실상 정부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부의 공영방송 조정·통제 의혹과 공중파 방송의 왜곡·축소보도 사이의 연관성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사퇴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보도했다. 또한 보수언론이 정부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민들과 재외한인들의 행동을 정치적인 선동으로 규정하고 편가르기식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사실도 전달했다. 



6월, 국조특위 진행상황 외면한 지상파…뉴스타파는 특위 정상화 촉구 

  6월 2일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가 첫 일정을 시작했다. 국조특위는 국민과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파행을 거듭했으나 세월호 침몰 당일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녹취록을 공개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7월 14일에는 ‘제대로 된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이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6월에는 SBS만 유일하게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 싶다/세월호 참사의 불편한 진실 2부>(6/7)를 1건 방영했다. 그러나 당시 국조특위를 통해 사고 초기 정부가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SBS는 해당 탐사보도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4건의 보도를 통해 국조특위에서 밝혀내야 할 주요사안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특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항로를 바꾸는 순간의 기록이 사라진 항적기록과 사고 시점 등에 의문을 제기했고, 해경과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던 ‘선체공기주입’이 사실은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는 공업용 장비 단 1대만 투입된 작업이었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7월, 돋보이는 뉴스타파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

  7월에는 지상파 3사 모두 세월호 참사 100일 기획 탐사보도를 방송했다.  KBS는 (7/24~25) 등 3건, MBC는 <시사매거진2580/세월호 100일, 이대로 미궁에?>(7/27) 1건, SBS는 <궁금한 이야기Y>(7/4) 1건을 방영했다. 그러나 참사 원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진 않았다.


지상파에서 방영한 참사 100일 다큐 중 KBS <세월호 참사 100일 기획 2편 : 고개 숙인 언론>은 언론의 자성을 촉구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KBS는 세월호 참사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언론의 보도행태를 되짚어보고, 정부 비판에 소극적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동안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조차 자사 비판에 인색한 KBS 였으나 해당 탐사보도에서는 비교적 진정성 있는 태도로 성찰에 나섰다. 


뉴스타파도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 독립 프로듀서들이 모인 ‘4·16기록단’과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7/24)를 공동 제작했다. 진행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다큐는 세월호 침몰이 발생한 시각으로부터 72시간 동안 진행된 정부의 사고수습 과정과 언론의 보도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국가의 부재와 언론 기능의 실종을 비판한다. 영상의 대부분이 해당시기에 공중파·종편 등에서 방송하지 않은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뉴스타파 탐사보도 또한 주목할 만하다. 뉴스타파는 12건의 보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조특위 진행상황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행보를 전했다. 국조특위가 청와대와 관계부처의 자료제출 미흡으로 인해 책임소재 규명에 애를 먹고 있고,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낸 MBC가 ‘언론의 자유’를 핑계로 특위 청문회를 보이콧 한 사실을 보도했다. 또한 진상규명위에 ‘수사ㆍ기소권’이 부여된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단식농성 돌입 사실도 전달했다. 지금도 논란 중인 참사 당일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 관련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다룬 점도 눈에 띈다.



8월, 뉴스타파, ‘제대로 된 특별법’ 지지…유가족 입장에 힘 실어줘

  8월은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된 시기였다. 여야 대표가 타결한 1,2차 합의안이 유가족의 요구사항이 배제된 채 이뤄졌고,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농성 40여 일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기간, 김영오 씨와 그의 주치의 이보라 씨에 대한 국정원 사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파 탐사보도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KBS는 <시사기획창/인간과 재난>(8/26) 등 2건, SBS는 <궁금한 이야기Y/죽어서도 떠도는 유병언 괴담, 그는 왜 아직도 살아있나?>(8/1) 1건을 방영했으나 쟁점사항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MBC는 8월에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를 편성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총 11건의 탐사보도를 방송했고,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동조단식중인 시민들과 각계 인사들의 행보를 전하며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족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빈자들의 교황’ 방한…우리사회 성찰 계기 될까>(8/14)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추진했었다는 내막을 보도했다. <국정원, 김영오 씨 주변 사찰 정황…국면전환용 기획?>(8/26)에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그의 주치의 이보라 씨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의혹이 제기된 사실도 전했다. 



9월, 보도 없는 지상파…특별법 문제 환기시키는 뉴스타파와 대조

  9월 지상파 3사는 세월호 관련 탐사보도를 방영하지 않았다. 반면 뉴스타파는 3건의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제정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지상파 3사, 탐사보도 고유 기능 상실해 

  세월호 참사는 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의 부재와 천박한 자본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의 총제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인재다.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유가족의 ‘진상규명위에 수사·기소권 부여’ 요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당위성을 갖는다. 

그러나 진상규명에 관심 없는 정부·여당은 유족들의 행보를 정치적인 행위로 규정·격하시키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고 분석·비판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하지만 모니터 결과 지상파 3사는 제대로 탐사보도 하지 않았다.



  반면 전문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는 세월호 관련 보도를 꾸준히 이어가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관련내용이 메인보도 되지 않은 날에도 현장스케치나 엔딩영상의 형식을 빌어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이를 끈질기게 보도한 점이 높게 평가된다. 지상파 3사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선 뼈아픈 반성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탐사보도 고유의 역할을 되새기고 재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