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친정 엄마 (2013년 12호)
등록 2014.01.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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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

 

이성미 회원 l skysm83@naver.com

 

사랑에 목마를 땐 로맨스 영화로,
가족애의 목마름은 가족 영화로,
영화는 마음이 병든날 하나의 처방전이 되기도 한다.

 

『친정엄마』 아무 수식어 없이도 아련함과 뭉클함을 전하는 이 영화를 선뜻 볼 용기는 없었다. 뻔한 슬픔이 버거워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는 영화. 그러나 예쁘지 않게 울어도 상처 받지 않을 공간, 눈물과 콧물을 마음껏 방출할 수 있도록 각티슈 한 통과 조금은 주린 배, 감정이 가뭄에 들어 쩍쩍 갈라져 가는 어느 날에는 찾고 싶은 영화, 나에겐 이 영화가 그랬다.

 

김해숙. 국민엄마라 불리는 그녀의 엄마 연기는 새삼 놀라울 바 아니나 그녀가 연기하는 엄마는 정말 우리 엄마다. 본인은 배우지도 못하고, 예쁜 옷도 사치라 생각하는, 여자로서의 삶은 그저 남 얘기인 것처럼 살아가지만, 딸은 본인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 딸이 곧 본인의 자랑인 엄마의 삶. 그것이 나의 엄마의 삶이다.
영화에서도 엄마와 지숙의 관계는 이러했다.
‘나는 엄마때매 못살겠고 엄마는 나때매 산다하고’
그러나 사실은 지숙 역시 엄마의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고, 그것이 행복이었다. 그러나 투박하고 서툰 애정의 표현방식은 더욱 애잔하고 따뜻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왔다. 

 

지숙은 아프다. 곧 죽는다. 나 때문에 사는 엄마를 두고 먼저 가야하는 딸과 그런 딸을 보내야 하는 엄마. 지숙은 처음으로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을 위해 엄마가 있는 고향을 찾았다. 딸이 와서 마냥 기쁜 엄마였고, 함께 떠난 가을단풍 여행. 마주하는 밥상, 그 짧은 2박3일에도 싸웠다가 구렁이 담 넘듯 스르르 화해하는 일상의 여행에서 엄마는 딸이 애틋하기만 하다. 엄마는 딸이 곧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엄마를 두고 떠나야 하는 지숙의 심경이 애닳게 슬픈 여행이었다. 남편과 자식이 있는 딸은 가족이 있는 서울로 가는 기차에 올라타고, 이생에서 마지막인 기찻길에서의 헤어짐 속에 오열하는 엄마와 지숙의 모습은 가슴이 미어지게 슬펐다.

 

“아가. 너를 보내고도 이 독한 애미는 이렇게 잘 살아 있다.
오늘 또 하루가 지났응께 너한테 갈 날이 하루가 더 빨라졌구나. 어서 가서 내 새끼 덜 외롭게 옆에서 지킴서 말동무 해줘야 하는데, 애미가 무식혀서 죽어서 우리 새끼 있는데를 못 찾을까봐 그것이 걱정돼 잠이 안 온다.
아가. 나 죽었다는 소식 듣거든 무식한 애미 헤매게 하지 말고 네가 나를 찾아줘야 한다.
아가, 내 새끼야 그거 아냐.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로 잘한 것은 너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제일로 후회되는 것은 그것도 너를 낳은 것이다.
너한테는 참말로 미안하지만, 다음 세상에서도 꼭 내 딸로 태어나줘야 한다. 사랑한다. 내 새끼.”

 

 

엄마.
울 엄마의 모든 모습이 투영된듯 그리고 내 모습을 투영하여 영화를 보니 그저 그런 슬픔의 눈물이 아닌
막힌 속을 치유하는 눈물이 영화 내내 흘렀다.
아니 통곡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코가 왜맹맹하냐 묻는다.
영화 보고 울었다고 하니 무슨 영화냐며 지금 어디서 하냐 묻는다.
영화 보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하니.. 멋쩍은 듯 웃으시며
김장 김치가 짜니 무 사서 꼭 버무려 먹으라는 말을 하고 끊으신다.

 

그래.
엄마. 고마워, 엄마가 내 엄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