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_
[시민비평공모-은상] 시사문제를 다루지만 공정하진 않다?
등록 2013.09.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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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문제를 다루지만 공정하진 않다?
 
 [은상]  ‘KBS 취재파일4321-8월16일 방영분’  l 윤명주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그동안 잘 유지해오던 언론의 공정성, 독립성이 무너질까? 대답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방송 관련 기사들을 접하다보면 대답은 자못 분명해진다. 특히 공정성과 신뢰도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KBS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하에 이병순씨가 낙하산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고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9시 뉴스의 보도 행태는 언론 자유를 외치던 그간의 노력을 모두 허사로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지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정국 때 KBS <뉴스9> 시청률은 MBC <뉴스데스크>에 밀렸다. 뿐만 아니라 봉하마을에서 KBS의 취재기자가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이병순 사장은 정부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와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그 이후 타종 행사 때 시위하는 시민들의 음성을 효과음으로 가리거나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때 추모식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눈 가리고 아웅'식의 보도 행태를 보였다. 작년 촛불시위 자료화면에서는 '이명박 아웃' 손팻말이 다른 화면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한 가수 윤도현, 방송인 김제동이 프로그램에서 퇴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KBS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지만 공영방송인 KBS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본다.
 
이처럼 눈에 드러나는 표면적인 사건들도 그러하지만 시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번져가는 연성화 경향은 이 정부 아래 언론의 공정성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본 원고에서는 시사 프로그램인 KBS <취재파일 4321> 8월 16일자 방송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정권의 언론 옥죄기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관련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우선_'우주 독립을 꿈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문을 연 '나로우주센터' 준공식 행사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힘으로 우주시대를 열어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으로 8월 25일 발사를 강행한 '나로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술적 결함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취재파일 4321>에서는 나로호의 발사를 앞두고 발사 과정, 일본의 로켓 기술 등을 화면에 담았다.
 
프로그램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나로호가 어떻게 발사되는지, 그 원리는 무엇이며 발사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체 분량의 반 정도를 들여 스케치했다. 또 우리의 우주개발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일본의 로켓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한 동력이 작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기술국적 논란에 대한 언급도 잠깐 있었다. 뒤이어 나로호 개발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자력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자력 개발의 중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우주강국' 발언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력개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로호 발사는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발사 이전에 이미 '기술 국적' 논란에 휩싸여 '우주클럽'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애초에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개발이라고 했던 1단 로켓이 실제로는 러시아가 단독으로 개발한 '안가라' 로켓이었다는 점도 논란 중 하나였다.
 
독자적인 추진 로켓도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주개발을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없다. 선진국 대열에 들고자 한다면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기초적인 기술 확보나 관련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방송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나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하물며 기본적으로 찬반 의견을 공정하게 내보내는 것이 원칙인데도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인터뷰조차 싣지 않았다는 점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다.
 
철학과 성찰은 어디에?_'여름휴가 이야기'
 
두 번째 '여름휴가 이야기'에서는 쉰다는 것의 참의미를 알아보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해변에서 흡연을 하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투척하며, 밤이 되면 하룻밤 상대를 물색하는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사찰 체험, 가족과의 캠핑,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을 담아냈다. 휴가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프로그램은 주 5일제 도입에 따라 휴가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자신만의 여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한데 여기에는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모습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휴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이들 문화의 퇴폐성과 향락주의에 대한 철학도 없다. 그저 경포대의 지저분하고 산만한 현상만을 담고 있다. 물론 13분도 안 되는 분량에 철학까지 담아내기는 역부족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젊은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제공할 전문가 인터뷰 정도는 담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시사 프로그램의 소재로 적절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_'대한민국 FTA 10년'
 
이번 꼭지에서는 칠레와의 FTA 협정 이후 10년을 맞는 우리나라의 FTA 현주소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우선 지난 8월 7일, 인도와 일종의 FTA인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에 서명함에 따라 두 나라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한국산 전자제품이 가득한 인도의 한 부유한 가정을 소개하면서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 가전업체의 인도시장 점유율이 약 50%를 기록하고 있다는 멘트를 덧붙인다. 특히 휴대전화 가입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음을 전하며 앞으로 한국 휴대전화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칠레와의 FTA 결과 우려했던 것만큼 농가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말도 전한다. 프로그램의 말미는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FTA 체결이 거대시장으로의 진출을 의미하는 만큼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져 협상 타결에 이르러야 한다는 논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 내용은 한 마디로 FTA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칠레나 인도 같은 나라와의 FTA와 미국 등의 이른바 거대시장 FTA는 다르다. 특히 "FTA 5년 동안 우리나라와 칠레의 교육 규모는 4배가 커졌고 농가 피해가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는 근거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사실상 한미FTA에서 가장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부문에 대한 보완책이 예상보다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 애초 정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4억 47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은 칠레와의 FTA로 와인 값이 싸져 국내에서 칠레산 와인의 점유율이 2위에 이르렀다는 장밋빛 결과만을 보도하고 있다.
 
이 꼭지의 핵심은 정재화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의 인터뷰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FTA는 아직까지 맛보기 단계다, 주된 메뉴는 미국이나 EU 같은 거대시장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여전히 부재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한EUFTA 협상이 체결된 상황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논리는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취재파일 4321>의 한 회분 방송을 분석한 결과 시사 프로그램의 소재로 적절했는지 의문이 드는 내용을 방송하거나 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내용이 보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나 사안이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이 아님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문제의 심층을 공정하게 담아내고자 하는 의식이 결함된 프로그램은 언제나 교과서적인 결론만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치우쳐 공정성을 잃고 틀에 박힌 뻔한 결론을 맺는 시사 프로그램은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