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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과 시민들의 만남,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영방송은 영원”
등록 2013.09.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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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과 시민들의 만남,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영방송은 영원”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시사프로그램 제작진들과 이 프로그램에 애정어린 비평을 한 시민들이 만났다.
11월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비평공모 <시민, ‘좋은방송’을 말하다>의 시상식과 간담회가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열렸다.
시상식과 간담회에는 시민비평공모 수상자들과 <KBS스페셜-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의 황응구PD, < KBS스페셜-워킹푸어 > 의 김은주PD,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최필곤PD, <미디어포커스>의 김경래 기자, <EBS 지식채널e>의 김진혁PD가 함께 했다. 또 수상자 중 해외에서 인턴십 중인 오슬기 씨를 대신해 그의 어머니가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시상식 인사말을 통해 “시상식은 기쁜 자리인데 시민들이 좋은 방송으로 평가했던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이 사실상 폐지된다는 소식, KBS PD협회장이 천막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분위기가 밝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가 아니라는 말을 늘 생각한다. 제작진들은 안에서 싸워주고 밖에서는 시민들이 감시하면 좋은 방송을 많이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제작진에 대한 수상자들의 질문과 답변, 공영방송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오갔다.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시상식 및 간담회

“이탈리아처럼 되지 않기 바라며 ‘베를루스코니’ 만들었다”
시민비평공모 대상을 받은 박용하 씨는 “PD지망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 자리에 계신 PD들은 시사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라며 “함께 자리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씨는 KBS스페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와 <워킹푸어>의 기획의도에 대해 질문했다.
황응구PD는 “베를루스코니를 기획했을 때는 이탈리아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며 “잘 만든 방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방송이 나간 시기가 YTN이나 KBS사태 등 예민한 때여서 높은 관심을 받게 됐다. 많은 분들이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를 보고 비평을 써줘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은주PD는 “워킹푸어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이 사실 ‘최저생계비’문제”라며 “정책입안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의 열악한 최저생계비 현실을 돌아보고 정책에 반영해 주길 바래 일부러 덴마크와 같은 서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넣었는데 정작 정책입안자들은 모두 베이징올림픽을 보러 갔다”고 아쉬워했다.

폐지되는 <시사투나잇>PD, “더 열심히 못한 게 아쉽다”
특별상을 받은 미야모토 슈이치로씨는 “한국에 와서 어학당 졸업할 때 받은 상 외에는 처음 받는 상”이라고 기뻐하며 “그런데 내가 ‘시청률 높고 제작비 적게드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소개한 <시사투나잇>이 없어진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의아해 했다.
<시사투나잇>최필곤PD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프로그램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며 “<시사투나잇>을 하면서 취재를 하다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기륭전자를 다루고 나면, KTX, 도루코... 끝이 없었는데 막상 프로그램을 없앤다고 하니 그동안 더 열심히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혜미씨는 “비평문에도 썼지만 ‘언론을 비평하는 언론’이라는 점에서 <미디어포커스>를 만들 때 고충이 많으리라 생각된다”며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경래 기자는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한 기자사회에서 선배들을 비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2년 정도 일하다보니 다 사람나름, 기자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체비평의 기준에 대해서는 “매체비평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이 없어 처음에 힘들었다”며 “미디어포커스를 제작하면서 매체비평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인상비평만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대상을 차지한 박용하(‘KBS 스페셜-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씨가 수상을 하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 상황, 기자지망생을 고민하게 만든다”
<지식채널e>를 비평한 김미영씨는 “길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보고 글을 쓰신 다른 분들에 비해 짧은 작품에 대한 평을 쓰고 큰 상을 받아 쑥스럽다”면서 “마지막 작품으로 ‘괴벨스의 입’을 만든건 ‘부당한 인사에 대한 최고의 복수’라는 말이 있었다”고 질문했다.
김진혁PD는 “작품을 만들고 방송되는 시기가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우연의 일치였는데, 오늘 <지식채널e>제작자로 이 자리에 서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동규 씨는 “<지식채널e>를 책으로 먼저 접한 뒤, 나중에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며 “<지식채널e>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진혁PD는 “<지식채널e>를 350편 정도 만들었다”며 “그 작품들을 모두 관통하는 것은 ‘소외’다. 상투적인 소외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나 편견을 통해 왜곡된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한 시청자가 함께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그 뒤로 ‘소외’를 넘어 ‘연대’의 정신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강현정 씨는 “<시사기획 쌈>팀이 참석하는 줄 알고 질문을 많이 준비해왔는데 아쉽다”며 “기자 지망생인데 요즘 공영방송의 상황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김경래 기자는 “(기자가 되기 전에) 민언련에서 하는 언론학교를 들었었다”며 “그때 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가 ‘할 얘기가 있어서 기자가 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할 얘기가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늘 물어보는 기자가 되자’고 생각했다”며 “아무 생각 없이, 정치 같은 다른 쪽에 관심을 두고 기자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영방송은 영원”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최필곤 PD는 “권력을 잡으면 누구나 공영방송 장악을 꿈꾼다”며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지금과 같이 정치권력에 맡겨두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에 있는 사람들의 힘만으론 부족하니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황응구 PD는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영방송은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안에서 열심히 투쟁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가리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민언련이 만들어 준 오늘 같은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