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는 책] 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을 들려주기 (2014년 6호)
등록 2014.06.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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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진실을 들려주기


김용범 회원 l beom2503@gmail.com 




우리는 온갖 사건 사고가 난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다른 사건이 터져 나온다. 국정원 선거개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도 세월호 참사 때문에 모두 관심사에서 제외돼 버렸다. 앞서 일어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어떤 결론이 도출되었는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신경 쓸 겨를이 없도록 언론은 여론을 몰아간다. 그러는 사이 정작 책임의 당사자들은 은근슬쩍 면죄부를 받고 꼬리 자르기 정도로 사건은 무마되고 만다. 정치권은 특히 여당과 정부는 재발 방지책을 만들겠다고 해놓고는 해당 사건을 불순분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렇고 그런 해결책을 내놓고 사건을 종결시킨다. 물론 언론은 늘 그에 조응하여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불순 세력으로 몰아간다. 어찌나 대처 방법이 똑같은지, 말해 뭐하겠나. 입만 아플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정도전’을 보면, 권문세가에 맞설 힘이 부족한 정도전은 반대파를 누르기 위해 유생 등을 움직여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도 하던데, 정권을 견제해야 할 우리의 야당들은 어떤 사건이 터져도 꿈쩍하지 않는 거 같다. 참다 참다 시민들이 먼저 일어나 촛불을 들고 앞서 나가도 뒤에서 잘 따라오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지식인 사회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 나처럼 힘없는 시민들은 그저 답답한 마음에 촛불만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그랬고, 용산 참사 때도 그랬고,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 때도 그랬고,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때도 그랬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때도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섰다. 희망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 저항했다. 답답하고 울분이 쌓여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여기저기 촛불을 들고 다니는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어른들을 따라 현장 곳곳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아이들은 어른들이 촛불을 드는 까닭을 제대로 알까? 나만해도 초등학생 조카와 함께 촛불을 들면서 아이의 단편적인 질문에 단편적인 대답 밖에 못해주었다. 나의 참담한 심정을 차마 아이에게까지 드러낼 수도 없으니.


그러다 한 순간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판검사도 되고, 정치인도 되고, 기업가도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아이들과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함께 이야기 나눠야 할 거 같다.



지금도 간간히 언론을 통해 대학 등에서 청소노동자 파업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후 여러 대학으로 청소노동자 파업이 확산된 듯하다. 마침 최근에 나온 청소노동자 파업을 다룬 그림책을 알게 되어 조카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라는 책인데, 우리보다 앞서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청소노동자 파업 사건을 토대로 그린 작품이다.


책의 주인공 소년은 엄마의 직업을 창피해하지도 않고, 엄마의 파업을 지지해 준다. 자기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친구들과 함께 팻말을 만들어 파업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일명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를’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사건을 담담하게 그림책으로 옮긴 것인데, 조카에게 보여주니 그리 낯설어하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에 뿌듯해 한다. 그 모습에 조카가 대견해 보였는데 한편으로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데 대해 조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다. 내 생각엔 알려주는 게 맞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아이들이 자기의 인생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겠는가. 내가 재벌도 아닌데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고 아이를 천진난만하게 키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커야 이번 세월호 참사를 두고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드는 부모님들께 먼저 일독을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