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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노사정위 잠정 합의안’ 관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2015. 11. 17)
등록 2015.11.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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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합의안 나오자마자 쌍수들어 환영한 조선‧동아

 

  9월 13일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편 관련 잠정 합의안’을 내놓았고, 14일 한국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잠정 합의안을 추인하면서 합의문은 최종 확정되었다. 실제 입법화되고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4대개혁’ 중에 하나인 ‘노동개혁’은 더욱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합의문이 현실이 된다면 앞으로 해고와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쉬워져 노동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말만 노동개혁이지 이에 담긴 내용은 노동자를 무시한 친기업적인 것들뿐이라서 노동계에서는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 바꿔 부르며, 정부와의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노동개악’의 시초가 될 ‘잠정 합의안’이 나온 다음날인 9월 14일부터 10월 19일까지 5대 신문들이 어떤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지 모니터 하였다.

 

“17년 만 노사정 대타협”만 강조한 조선‧동아

 

 

  노사정위원회의 ‘잠정 합의안’이 나온 다음날인 9월 14일 5개 신문 모두 이를 1면에 주요하게 다뤘다. 당일 1면 보도만으로도 각 신문사가 노동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향신문은 1면 <노사정 쉬운 해고·임금피크 큰 틀 합의>에서 제목으로 ‘일반 해고’를 ‘쉬운 해고’라고 표현하고, 합의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한겨레는 <노사정 ‘일반해고 · 취업규칙 완화’ 잠정 합의>에서 짧지만 유일하게 민주노총의 “정부가 원래 추진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긴 잘못된 합의”라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동아일보는 <노사정, 17년 만에 노동개혁 잠정 합의>에서 제목에서도 보여 주듯이 ‘17년 만에 합의’를 강조하면서, 이번 합의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었다. 또 청와대가 이번 합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에 대한 것은 내보냈지만, 잠정 합의안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사정 “임금피크 도입해 청년고용 확대”>라는 1면 기사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선일보도 이번 합의로 청년 고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보도 첫 문장인 “노사정(勞使政)이 대타협에 성공했다”를 봐도 조선일보가 이 합의를 얼마나 높게 사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또 하단 기사 <청년단체들 “고용 절벽 완화하는 양보와 타협 환영”>에서는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청년이만드는세상 등 청년 5개 단체가 모여 만든 임금피크제도청년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청년 고용에 활용하겠다는 조항을 넣는 등 고용 절벽 문제를 완화하는 노사정의 양보와 타협의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고작 5개, 그것도 보수성향의 청년단체들이 만든 임금피크제도청년본부의 성명을 내보내며 이를 전체 청년단체들의 입장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노사정, 노동개혁 잠정 합의>라는 보도로 조선‧동아보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합의안에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임금피크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 13만개? 82만개?
  노사정위 합의안 중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보도도 신문마다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임금피크제 땐 청년 일자리 4년간 13만개 늘어”>(9/14, 6면, 김태근 기자)에서 정부가 “그동안 임금피크제가 중장년층 근로자들에게는 정년 연장의 기회를 주고, 청년층에는 새 일자리를 주는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한 것을 다뤘다.

 

  조선은 “정부는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간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할 계획인데, 이것만으로 8000여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한다”라고 전했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아버지 세대의 임금을 깎아서 아들 세대의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전인수 격인 말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 실제 기업이 임금피크제로 남은 자본을 청년고용확대에 쓸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동아일보는 <“청년 일자리 5년간 82만개 늘것”>(09/15, 02면, 박형준 기자)에서 정부가 아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분석한 자료를 썼지만 조선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임금피크제를 2016년부터 약 130만 개의 모든 사업장이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업은 줄어든 인건비로 2016년에만 청년 3만 7793명을 더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라며 경총이 낸 경영자 입장에서의 자료를 가지고, 임금피크제를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고 반박하는 쪽의 의견은 조선과 동아일보에서 찾을 수 없었다.


  반면 한겨레는 <청년 고용· 정년 보장 ‘일거양득?’ 임금피크제 실제 효과는 미지수>에서 “(임금피크제가)청년고용 창출과 장년층 고용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효과를 둘러싸곤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며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기업 주머니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하리란 우려가 많은 이유”라고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임금피크 늘면 청년고용 는다?…은행 채용 25% 되레 줄었다>(10/05, 03면, 이재덕 기자)에서 임금 피크제가 도입돼도 신규 채용은 늘지 않았다는 실증자료를 공개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임금피크제 독려에 앞서 이를 실시한 시중은행들이 정규직 신입행원채용 수준이 도입 초기에 비해 25% 줄어든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기자 정신도, 동업자 정신도 없다.
9월 23일,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안에 반대하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54명이 연행되었다. 이날 시위를 취재하던 한겨례 김규남 기자를 폭행하며 연행을 시도하였다가 주변에 강력한 항의로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기자임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노동자의 집회의 자유도, 기자의 취재권도 처참히 짓밟힌 셈이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도 조중동은 이를 왜곡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노사정 합의 결사반대” 민노총 대낮 기습시위>(9/24, 12면, 이순흥‧이태동 기자)에서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벌었다”다며, 경찰의 도를 넘어서는 강경진압이나 기자 폭행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폭력성만 강조하였다.

 

중앙일보 <정철근의 시시각각/민주노총의 ‘적반하장’ 사과문>(9/25)은 광화문 집회에서의 조합원 연행 사태와 관련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과문에 대해 “불법시위에 대한 유감표시라도 들어있나, 제목만 보고 잠시 착각할 뻔 했다”며 비아냥거린 뒤 “좌파로 불리는 민주노총의 강경세력에게 사회적 합의는 야합을 뜻한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강경 좌파로 재단했다. 일반해고 기준 완화, 정규직 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정부의 노동구조 개편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조건 강경 좌파로 모는 마녀사냥을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봤을 때,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든 기자는 노동자다. 정부가 펼치는 노동 정책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인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안이 나왔을 때 SNS에서 우스갯소리로 ‘정부가 추진하는 쉬운 해고로 가장 먼저 해고가 될 업종은 기자’라는 말이 떠돌았다.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시스템에서 능력이 특출하지 않는 이상 성과를 증명하기 쉽지 않아서라고 한다. 따라서 기자로서 안정된 삶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의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금의 보수지 종사자들에게 유신시대 군부독재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외쳤던 ‘동아투위’의 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본인이 노동자라는 자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끝>


정리 :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오세민 위원장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