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1월 27-28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08.12.1)
등록 2013.09.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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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11월 27-28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이헌재 쓴소리’ KBS에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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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C·SBS 이헌재 ‘쓴소리’는 보도, KBS 정부 ‘일자리 16만개 창출’ 보도

 

28일 방송3사 경제보도는 한국이 대외채권은 3,999억달러, 대외채무는 4,250억 달러로 2000년 1분기 이후 8년만에 순 채무국이 됐으며, 광공업 생산은 2.4%, 소비재판매액은 3.7% 감소하면서 생산과 소비가 동반감소했다는 점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MBC와 SBS는 현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특강 소식을 보도했다. MBC는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 경제파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 전 총리의 상황인식을 전하며,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SBS는 현 정부의 대처를 ‘초기진화에 실패한 숭례문에 비유했다’고 꼬집은 뒤, 과감한 대책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조율 실패를 지적한 프리스턴대 신현송 교수의 발언도 함께 전했다.
반면, KBS는 이 전 부총리 강연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일자리 16만개 창출’을 거론한 정부대책회의 내용을 단신으로 전해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

MBC는 <“극약처방 필요”>(이진희 기자)에서 이 전 부총리의 특강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보도는 “이번 위기가 해외에서 비롯됐지만, 국내에 잠재돼 있던 부실 요인과 결합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2-3달이 중요하며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 경제파국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세금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토목 공사 같은 사회간접 자본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정부 부처간, 정부와 한국은행의 협조 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다뤘다.

SBS <“초동진화 실패” 쓴소리>(강선우 기자)는 “현정부의 대처를 초기진화에 실패한 숭례문 화재에 비유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이어 “이 전 부총리는 초기 판단의 안이함과 신뢰상실로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좀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며 “한가한 정상적인 때 그런 제도나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과감한 정책을 쓸 때는 그 정책을 써야만 되지 않을까”라는 이헌재 부총리 발언을 전했다. 또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조율 실패’를 지적한 프리스턴대 신송현 교수의 발언도 주요하게 보도했다.

반면, KBS는 이헌재 전 부총리의 강연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단신보도 <일자리 16만개 창출>에서 “정부는 실물 경기 침체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내년에 첨단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16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오늘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여성 고용 촉진과 청년층 직업 훈련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일자리 16만개 창출’을 거론한 정부대책을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2. 방송3사 ‘예산안’보도, 분석은 없고 ‘대통령 발언’, ‘여야공방’ 전달에 급급

정부와 여당이 예산안과 이른바 ‘MB입법’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와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최고의원들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안 처리’ 등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요구에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 강행의사를 밝히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려는 예산안과 입법이 경제위기 해법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막대한 국가재정적자를 불러 올 대규모 토목사업과 ‘부자 감세안’은 포함된 반면, 서민 대책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3사의 예산안 관련 보도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방송3사는 27, 28일 예산안 처리를 주문한 대통령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데 급급했으며, 야당의 반대는 ‘공방’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특히, 27일 KBS는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머뭇거리지 않고 국정운영을 다잡겠다는 의도”라고 대통령 발언에 의미를 부여했고, SBS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발언에 무게를 뒀다.


27일 KBS <“목숨 걸고 노력해야”>(이석호 기자)는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만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 의지를 강조하면서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며 “견위수명, 즉 나라가 위기를 만나면 목숨을 던지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당에서 실질적인 기업지원 대책과 조기 재정 집행 등을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이를 약속하면서 예산안 조기 처리를 당부했다”, “아울러 국회에 제출된 각종 법안의 처리도 요청”했다며 “해외순방 이후 계속되는 대통령의 행보는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머뭇거리지 않고 국정운영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MBC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 민주당의 입장을 나열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나, 정부 예산안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27일 <예산안 여야 대치>(이정신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견위수명(見危授命)” 발언과 함께 “정부가 아무리 경제를 살리고 싶어도, 국회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며 “국회 책임론을 거론했다”고 전달했다.
이어 “청와대 조찬을 마친 여당 지도부는 당장 각 상임위원장과 간사 등을 불러 놓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9일까진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하라고 다그치며 각 상임위의 성적을 비교해 공개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성장률 반영도 잘못됐고 부유층만 감세하며 효과도 떨어지는 재정지출을 고쳐오지 않으면 예산안 계수조정을 거부하겠단 한층 강경한 대응으로 맞섰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28일 <팽팽한 기싸움>(왕종명 기자)은 “예산안 처리시한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기싸움이 팽팽하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산안 조속 처리’를 당부했지만 “정작 당부를 들어야 할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6명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또 다시 수정해 제출하라는 민주당 요구는 억지라면서 단독 강행처리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한번 고쳐서 제출된 예산안도 도저히 국회 논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란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발언을 나열했다. 보도는 “양당은 감세규모와 사회간접자본예산 등에 현격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심각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예산안을 회기 내에 합의해 처리하지 못할 경우에 쏟아질 비난을 우려하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라고 전했다.

SBS도 대통령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했으며,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차이는 ‘공방’, ‘대치’로 몰아갔다. 특히, 27일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의원 만남을 보도한 꼭지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는 대통령과 여당의 일방적 주장을 부각했다.
27일 <“어려울 수록 개혁”>(김정인 기자)은 이 대통령의 ‘견위수명’ 발언과 함께 “경제살리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내년 예산안과 경제 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당부를 전했다. 이어 “아무리 정부에서 하고 싶고 경제를 살리고 싶고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도 국회에서, 국회에서 그걸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는 박희태 대표의 발언을 싣고, “이 대통령은 다음주 초 여야 3당 대표들도 청와대로 초청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강행처리 불사”>(박병일 기자)는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주장과 민주당의 반발을 차례로 전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조속한 예산안 처리에 무게를 싣고 민주당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국회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28일 <예산안 대치 격화>(김영아 기자)는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이 대통령의 간담회 소식을 전하며 ‘예산안 조속 처리’를 주문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정부가 낸 수정 예산안은 민생과 동떨어진 토목공사 예산”,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할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면 되는데 민주당이 재수정안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쓰며 국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입장, “예산안 조정은 필요하지만 민주당의 재수정안 요구는 정치공세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을 나열했다.
 

3. 방송3사, 물의 빚은 ‘현대사특강’ 무비판 보도

27일 서울시 교육청의 ‘고교현대사 특강’이 첫 강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일부 강사들이 냉전·반공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과거 군부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일각에서는 ‘극우이념 선전에 나랏돈을 3억이나 들였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방송3사는 ‘현대사 특강’의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이동복 북한 민주화포럼 대표의 일방적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나열한 뒤, 학생들의 찬반의견, 시민사회의 반대시위 장면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 SBS는 단신으로 이 씨의 주장과 시민사회의 반대시위를 간단하게 언급했다.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


27일 KBS <논란 속 ‘현대사’ 특강>(최영윤 기자)은 보도의 1/3 가량을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동복 북한 민주화포럼 대표의 일방적 주장을 나열하는데 할애했다.
보도는 “박정희 시절 비민주적인 인권 탄압도 있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남북이 분단돼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일을 감정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먼저 우리에게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 씨의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전달했다. 이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찬반의견을 나열한 뒤, “강의에 앞서 학교 앞에서는 특강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며 시위장면을 비추고는 “오늘 서울 시내 10개 학교에서 현대사와 비만, 웃음 치료,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내일도 안병직 서울대교수와 류근일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보수 인사들의 강의가 계속된다”고 전하는데 그쳤다.

SBS도 27일 <전교조 출강 저지 시도>라는 단신보도에서 “특강에 나선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치하의 압축성장으로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다’며 ‘분단 체제의 합리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달한 뒤, “앞서 전교조 회원 등 10여 명은 ‘이번 특강이 보수 인사들의 편협한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하자는 시도’라면서 이 대표의 출강을 막았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4. KBS, ‘미네르바 신드롬’ 왜 다뤘나?

KBS는 27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신드롬’을 보도했다. KBS는 이미 <시사360>에서 비슷한 보도를 하며 ‘미네르바’가 정권의 압력 때문에 ‘절필’을 선언했다는 사실보다는 ‘미네르바의 전망이 맞나 틀리나’ ‘미네르바가 누구냐’로 접근해 의제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KBS의 이번 ‘미네르바’ 보도 역시 <시사360>의 보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또 미네르바가 정부의 압력을 받아 ‘절필’을 선언했지만 이 문제는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미네르바’ 논란>(남승우 기자)은 앵커멘트부터 “요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연일 화제다. 미네르바의 경제 진단에 ‘공감’ 한다는 의견과, 비관적 전망이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엇갈린다”며 ‘미네르바 주장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접근했다.
보도는 “최근 논란이 일자 절필을 선언했던 얼굴없는 논객 미네르바가 혹 다시 글을 올리진 않았을지, 금융인들의 관심은 아직도 높다”며 “환율 급등을 경고한 다음 날, 환율은 6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폭등했다. 또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설이 나오자 리먼의 부실화 위험을 지적했고, 3주 뒤 설마 했던 리먼 파산사태가 벌어졌다”며 미네르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반 시민과 금융계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비판적 시각도 많다”며 “하반기물가 폭등예측은 빗나간 것 아니냐, 경제는 심리인데 그의 극단적 비관론은 국민경제상 부작용이 많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미네르바에 비판적인 시민 인터뷰를 실었다.
또,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그의 정체를 둘러싼 의문도 꼬리를 문다. 이 모 전 부총리다, 전직 스타급은행장이라는 말까지 돌았다”며 미네르바로 오인 받고 있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인터뷰를 실었다.
보도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져왔다는 것이 배경적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김호기 교수 인터뷰를 싣고, “인터넷 논객이 신드롬으로까지 비화되는 현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의 배경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지만, 인터넷 논객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옳으냐 그르냐’로 접근한 점, ‘미네르바’의 절필 선언 배경은 침묵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끝>

 



2008년 12월 1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