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2월 2째주 민언련이 선정한 ‘방송 3사 뉴스 주간 추천보도·유감보도’(2009.2.21)
등록 2013.09.24 16:14
조회 386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이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권력 감시 기능에 충실한지, 비판적 의제설정을 제대로 해 나가는지를 모니터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니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방송3사는 권력 감시와 비판, 의제설정에서 ‘하향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 단체는 방송3사 보도의 문제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적하는 한편, 어려운 방송환경 속에서도 ‘권력감시’에 노력하는 기자들을 격려하고 ‘좋은 보도’를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주 ‘추천보도·유감보도’를 선정, 발표합니다.
 
 
민언련이 선정한 ‘방송 3사 뉴스 주간 추천보도·유감보도’ (2/9-15)
 
 
2월 둘째 주 민언련이 선정한 ‘주간 추천보도’ - MBC <돈주며 구독권유>(2/11)
MBC, 조선·중앙일보 ‘탈법 판촉’ 현장 취재
 
 
MBC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현금까지 나눠주는 불법·탈법 판촉 현장을 취재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11일 <현장출동-돈주며 구독권유>(강나림 기자)는 현금 5만원을 돌리고 8~9개월 동안 공짜신문을 넣어주겠다며 구독을 권유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판촉 현장을 취재했다. 조선일보 판촉사원은 취재기자에게 “본사에서 상품권을 주면 저희가 깡(할인)을 해갖고 현찰로 바꿔서 드리는 거예요”라며 ‘현금의 출처가 본사’라고 했다가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는 ‘판촉행사는 본사와 관련 없다’며 책임을 지국에 떠넘겼으나, 해당 지국 역시 “불법 판촉은 모르는 일”이라고 서로 발뺌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보도는 현행 신문고시가 신문시장의 경쟁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연간 구독료의 20%가 넘는 경품이나 무료신문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지적했다. 보도는 “신문 판촉경쟁에는 현금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처벌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된 건수는 각각 5백여 건으로 비슷하지만, 시정 명령은 지난해 절반 가까이 줄었고, 과징금 부과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가 과연 신문고시를 통해서 불법 판촉행위를 근절시키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박용규 상지대 교수 인터뷰를 싣고, “이제는 돈으로 독자를 사려는 시도까지 탈법적인 신문판촉경쟁으로 신문시장은 점점 더 혼탁해지고 있지만 바로 잡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시장의 불법·탈법 판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신문지국들은 ‘신문고시가 무력화 됐다’고 인식하고 고액 현금을 미끼로 독자를 현혹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과거보다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탈법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MBC의 보도는 신문시장의 심각한 탈법 실태와 공정위의 직무유기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2월 둘째 주 민언련이 선정한 ‘주간 유감보도’ - 방송3사 ‘연쇄살인 홍보지침’ 의혹 보도
방송3사, ‘연쇄살인 홍보지침’ 공방·단순보도
 
지난 11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청와대가 경찰청에 ‘경기서남부연쇄살인을 적극 홍보해 용산참사를 덮으라’는 요지의 지침을 보냈다고 폭로했고, 같은 날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지침’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연쇄살인 홍보지침’을 부인하던 청와대는 13일에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행정관 ‘개인’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구두 경고’ 하는 데 그쳤고, 이 행정관은 15일 사표를 제출했다. 연쇄살인을 부각해 공권력의 잘못을 덮겠다는 엽기적인 여론조작이 ‘일개 행정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별로 없다. 게다가 청와대의 해명 이후에도 민주당은 이 ‘지침’이 경찰청장 인사청문준비팀에도 전달됐다고 추가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청와대 ‘연쇄살인 홍보지침’ 파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보도 내용이 ‘단순전달’ 아니면 ‘공방’이었다. KBS가 ‘청와대 말바꾸기’를, MBC가 ‘한총리 이메일 답변’을 한 차례씩 비판하는데 그쳤다.
 
 KBS 11일 <‘원인·책임’ 공방>(송영석 기자)은 김유정 의원의 ‘폭로’를 간단하게 언급한 뒤,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지만 독설과 고성은 계속됐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12일 단신종합 <“‘여론 조작’ 의혹 특검 해야”…“공문 보낸 사실 없어”>에서는 특검도입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홍보지침’을 부인한 청와대 주장을 단순 나열했다.
13일 <‘연쇄살인 활용’ 시인>(이춘호 기자)은 ‘개인 차원의 아이디어’라며 ‘홍보지침’을 시인한 청와대 발표내용을 단순 전달했고, <“특검”…“정치공세”>(이승철 기자)는 특검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과 ‘정치공세’라는 여당의 입장을 ‘공방’으로 나열했다.
그나마 14일 <의혹만 증폭>(이승철 기자)은 청와대가 ‘홍보지침’ 의혹에 대해 ‘말바꾸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1일 한승수 총리가 문건을 물었는데 메일이라고 답해 총리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인사청문팀에도 전달됐다’는 의혹을 전했다.
15일 <‘이메일 물의’ 사의>(박에스더 기자)는 청와대 행정관의 사의 표명을 전하고 ‘여야충돌’을 우려했다.
 
MBC 11일 <원인·책임 공방>(이세옥 기자)은 ‘연쇄살인 홍보지침’에 대한 김유정 의원의 질의를 싣고, ‘모르겠다’는 한승수 총리 답변을 전했다.
13일 <“이메일 보냈다”>(유재광 기자)는 ‘홍보지침 문건이 있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메일’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총리의 답변이 특이하다”며 “총리는 처음부터 이메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총리가 말한 ‘메일’이 이메일이다, 그냥 편지다 하는 희극성 논란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14일 <‘홍보지침’ 파문 확산>(이언주 기자)은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 전달됐다는 민주당의 추가의혹을 전하고, 다른 야당들의 ‘진상규명’ 요구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 주장을 나열했다.
15일 <이메일 행정관 사표>(유재광 기자)는 청와대 행정관의 사표 소식과 함께 여야주장을 ‘공방’으로 전했다.
 
SBS 11일 <여론호도 지시 공방>(최선호 기자)도 김유정 의원의 폭로를 전한 뒤, “한승수 총리는 ‘금시초문’이라고 답했고 청와대측도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13일 <‘여론유도’ 청와대 행정관 징계>(최선호 기자)는 청와대가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경위서를 받고 구두 경고했다”며 ‘지침’이 “피의자 강호순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3일 발송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14일 <여론조작 공방 가열>(허윤석 기자)은 ‘인사청문팀’에 전달됐다는 민주당의 의혹과 청와대 고위관계자 및 한나라당의 반박을 ‘공방’으로 전했다.
15일 <사표제출 “몸통 규명”>(손석민 기자)은 청와대를 비판하는 민주당 주장과 ‘정치공세’라는 한나라당 주장을 나열했다.
지금 청와대는 행정관 한 사람을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 여론조작 파문을 뭉개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3사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상반된 주장을 단순나열, 공방으로 보도함으로써 파문을 봉합하려는 청와대와 여권을 돕고 있는 형국이다. 방송3사는 경기서남부 연쇄살인 ‘올인’보도 행태를 보여 사실상 ‘정권의 여론조작에 놀아났다’, ‘낚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여론조작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끝>
 
 
2009년 2월 21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