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니터_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인터뷰

‘바로고, 생각대로‥’ 유명 배달업체까지 불법사채, 이런 악덕도 없다
[2023년 12월 수상자] 배달대행사 만연한 불법사채 실태 고발한 G1방송 보도국 취재팀
등록 2024.02.28 15:07
조회 208

2023년 11월, 배달업계 불법사채가 몇몇 악덕 배달대행사뿐만 아니라 배달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G1방송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파장을 우려해 취재에 선뜻 응하지 못하는 배달노동자와 제보자 색출에 나선 배달대행사 압박 등 어려움에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였다. 취재진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배달대행사들도 노동자를 상대로 불법사채를 운영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불법사채_1.jpg

△ G1방송은 배달업계 불법사채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출처 : G1방송)


G1방송 ‘사채 늪에 빠진 배달업계’ 보도는 배달업계에 만연한 불법사채 문제를 공론화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3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G1방송 보도국 취재팀(원석진‧모재성 기자)에게 배달대행사 불법사채 취재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불법사채에 뛰어든 유명 배달대행사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배달대행사도 연관돼 있는가.

원석진 : 맞다. 처음엔 악덕 배달대행사만 불법사채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소속이 다른 배달노동자들을 만나고 동네 배달대행사 사장들을 인터뷰하면서 고리 사채가 업계 전반에 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알 만한 이름의 배달대행사 상당수가 배달노동자를 상대로 사채를 굴리고 있어 놀라웠다.

 

어떤 배달대행사인가.

모재성 : 바로고, 생각대로, 디플러스 등이다. 그 밖에도 많은 배달대행사가 연관돼 있다.

 

어떻게 배달업계 불법사채를 취재하게 됐는가.

원석진 : 배달업계 취재원과 대화하다 “배달업계만의 사채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배달노동자가 배달대행사에서 돈을 빌려 쓰는데 이자가 만만치 않다고, 사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연이어 듣는 와중에 취재 결심이 섰다. 취재원 풀을 활용해 배달노동자와 접촉하고 다른 배달노동자를 소개받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불법사채가 전국에 퍼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모재성 : 취재과정에서 이런 불법사채가 춘천만 있던 게 아니라 10년 전쯤 남쪽 지역에서 올라왔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에 물어보니, 사채가 전국적으로 공공연하게 펴져 있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배달노동자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36.5%를 넘어 50%가 넘는 고리사채 때문에 힘들어하는 배달노동자도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계 고리사채는 옛날 중국집에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플랫폼 노동으로 넘어오면서 변형됐거나 대리운전 업계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 안 된다” 두려워하는 노동자, “누가 얘기했냐” 색출하는 대행사

취재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원석진 : 불법사채를 쓴 배달노동자를 만나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어렵사리 연락처를 구해 전화를 걸어도 만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어딜 가나 다른 배달노동자 눈에 띄기 쉬웠기 때문이다. 배달 잡는 만큼 돈을 버는 배달노동자에게 시간은 금이라 취재를 위해 오래 붙잡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5분 대기조처럼 전화를 기다렸다. 마침내 전화가 걸려오면 배달노동자가 원하는 장소, 시간에 맞춰 한달음에 취재를 나갔다.

 

모재성 : 기자가 취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노동자들의 반감은 상당했다. 소개받는 식으로 취재를 하다 보니 “내 번호 어떻게 알았냐, 고소하겠다”고 화를 내거나 “방송사로 찾아가겠다”는 배달노동자도 있었다. 일부 관계자에겐 나이와 사는 곳이 어디냐고 협박전화를 받기도 했다. 사채를 빌린 노동자들은 “보도되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힘들게 살고 있다며 보도 이후 돈 빌리는 곳이 없어질까 걱정하는 배달노동자도 있었다.

 

원석진 : 배달대행사에선 역시나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한 배달대행사 사장은 취재 자체를 거칠게 거부했는데 겨우 문답이 오가기 시작했을 때 건넨 첫마디가 “누가 얘기했나요?”였다. 어떤 배달노동자가 제보했는지를 알아야 본인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분만은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배달노동자들의 걱정이 다시 한 번 눈앞을 스쳤다. 다행히 꼼꼼한 영상편집과 음성대역 등 취재진 모두가 애쓴 덕에 취재에 응한 배달노동자가 발각되는 일은 없었다.

 

모재성 : 배달노동자 대부분이 수익이 불안정하고 신용이 낮은데 고리 사채더라도 돈을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배달 사채가 돈이 필요한 배달노동자와 이자 장사를 하고 싶은 일부 배달대행사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원석진·모재성 기자.jpg

△ 배달업계 불법사채 문제를 보도한 원석진‧모재성 기자 (출처 : G1방송)


폭우 폭설에도 불법사채 명분으로 억지로 일 시켜

그동안 불법사채를 신고하려는 배달노동자는 없었나?

원석진 :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배달노동자가 급격히 불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업계는 좁다. 불법사채를 신고했다 걸리면 내부고발자로 찍힌다. 소문도 빨라서 다른 배달대행사가 써주질 않는다.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또 신고를 꺼려하는 이유는, 불법사채에 손을 댄 배달노동자 본인도 잘못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배달노동자는 “제가 잘못한 거죠”라는 말을 유독 반복했다. 보도 이후 자신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며 취재진에게 먼저 전화를 건 배달노동자도 막상 경찰과 만난 자리에선 사채 피해에 대해 소극적으로 진술했다. ‘빌린 사람이 잘못’이란 프레임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 보였다.

 

배달업계 불법사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석진 : 배달노동자의 밥벌이는 배달이다. 그런데 사채를 쓰면 돈 들어오는 창구인 ‘배달 프로그램’에서 매일 새벽 돈이 빠져나간다. 배달대행사는 배달노동자가 일을 많이 해야 추심도 수월하다. 배달노동자가 일을 안 나오면 전화를 걸어 욕을 하고, 나오면 무리하게 강제 배차를 하는 이유다. 잇단 강제 배차로 묶어서 가는 배달 주문이 많아지면 마음이 급해져 사고 위험도 크다. 배달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하는 부분은 당직이다. 돈도 안 되고 몸은 피곤한 새벽 시간, 누군가는 간간이 들어오는 배달 주문을 쳐내야 한다. 배달대행사 사장은 사채 쓴 배달노동자들에게 ‘돈 빌려줬다’는 명분으로 당직을 세운다. 폭우나 폭설 때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일을 시켜 돈을 받아내는 행태는 큰 문제라고 본다.

 

모재성 :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가장 큰 문제다. 사채를 쓴 배달노동자들은 “얼른 오늘 치 빚을 다 갚고, 내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해서 배달하고, 과속이나 신호위반으로 적발돼 벌금을 내는 상황이 반복된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났을 때인데 오토바이 수리비부터 병원비까지 100만 원 이상의 목돈이 갑자기 필요하게 돼 또 고리 사채를 쓰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노동자가 ‘노예’라고 표현한 이유다.

 

불법사채_2.jpg

△ G1방송은 배달업계 불법사채로 인해 위협받는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출처 : G1방송)


배달노동에 대한 혐오 내려놓고 봐야

당국은 배달업계 불법사채를 정말 몰랐을까?

모재성 : 배달업계 불법사채는 대부분 생활이 어려워 신용이 없어도 쉽게 돈을 빌릴 곳이 필요한 배달노동자와 높은 이자율로 돈을 벌고 배달노동자를 통제하려는 업주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일부 배달노동자는 사채가 필요하기도 하고 보복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불법사채 실태가 밖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실제로 취재가 쉽지 않았던 이유인데 “업계가 썩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느낀 몇몇 취재원이 용기를 내주지 않았다면 보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도 이후 당국의 개선 움직임이 있는가.

모재성 : 보도 이후 강원경찰청이 조사를 시작했다. 일부 취재원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경찰 조사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으로 정하고 불법 채권추심에 대해 관련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밝혀 배달 사채 역시 강력하게 조치되길 기대한다.

 

혐오 시선으로 배달노동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모재성 : 배달 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달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조화된 불법사채를 해결하고 혐오의 시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달노동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배달업계를 망치고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우리 모두 혐오 감정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살펴봐주면 좋겠다.

 

수상.jpg

△ G1방송 ‘사채 늪에 빠진 배달업계’가 2023년 12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