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4차보고서②] 방송뉴스, 朴 대통령 담화에 비판적 검토 없이 ‘눈물’만 강조(2014.5.22)
등록 2014.05.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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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4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朴 대통령 눈물’에 그들은 열광했다

   - [종편] “총탄에 부모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던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다”

   - [신문] 얼음공주의 눈물…달기똥 눈물, 비루(悲淚), 진정성 


2) [방송] 방송뉴스, 朴 대통령 담화에 비판적 검토 없이 ‘눈물’만 강조


3) 서울시장 선거, 여전히 ‘불공정 잣대 보도’


4) 무상 교육 때문에 ‘노후 교실’을 못 고쳤다고?


5) 촛불은 축소하고…北아파트 붕괴는 키우고



[방송] 방송뉴스, 朴 대통령 담화에 비판적 검토 없이 ‘눈물’만 강조



지난 19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간 대통령에 대한 책임회피 비난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기존의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관피아 척결 등의 대책 발표 속에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 등이 책임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에 대해 정부의 ‘안전’ 관련 규제완화 등이 아니라 청해진해운과 선원들, 해경 등에 대한 꼬리자르기에 머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방송사 모두 담화문으로 도배. MBC, YTN은 담화문 전야제 보도도 톱보도


 

박대통령 담화에 대한 지상파3사를 비롯한 방송사의 보도 역시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어 왔던 박대통령 행보 띄우기와 무비판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지상파 3사는 모두 박대통령의 담화내용을 톱보도로 다루었다. 현재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기자들이 제작거부중인 KBS의 경우 전체 12건 중 4꼭지를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며, MBC와 SBS는 7꼭지를 할애해 보도했다. TV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15꼭지나 할애해 관련내용을 쏟아냈다. 그동안 공정선거감시단에 2차에 걸려 지적한 방송의 담화문 예고편 보도가 담화문 전날 꽃을 피웠다. 특히 MBC와 YTN은 내일 담화문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톱보도로 다뤘고, TV조선은 3꼭지나 할애했다. 



박 대통령 담화 내용 여러 꼭지로 나눠 거듭 홍보

내용에서도 박 대통령 담화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의 비중이 높았다. KBS는 2꼭지, MBC는 4꼭지, SBS는 5꼭지, YTN도 6꼭지, 채널A도 4꼭지를 내놨다. TV조선은 담화 내용 단순전달을 8꼭지로 나누어 상세하게 보도했다. 

4꼭지의 분석보도를 내놓은 JTB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담화문 내용의 실효성을 심층 분석하거나 비판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청와대 발표만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었다. 오로지 박 대통령의 담화를 구구절절 반복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게 전부였다.




박 대통령의 눈물 장면은 집중 보도

지상파3사를 비롯해 TV조선과 채널A는 유독 박대통령의 눈물 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KBS는 <“최종 책임은 대통령…해경 해체”>(1번째, 이석호 기자)에서 두 번 인용한 대통령 발언 중 하나가 ‘눈물 흘리는 모습’이었다. MBC는 <눈물의 사과 ‘안전의 날’ 제안>(4번째, 윤지윤 기자)에서 아예 제목까지 ‘눈물의 사과’라고 붙이고, 앵커멘트로 “박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SBS도 <영웅 호명 때 ‘눈물’‥4.16 ‘안전의 날’로>(4번째, 이승재 기자)에서 ‘눈물’을 제목으로 강조하고, 역시 앵커멘트로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기자가 “굳은 표정으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던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가 후반부로 가면서 떨리기 시작했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구하려다 생명을 바친 세월호 의인 열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던 중 눈물을 흘렸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TV조선은 톱보도인 <“대한민국을 새롭게-세월호 영웅” 눈물>(1번째, 신은서 기자)부터 눈물을 부각해 보도했고, 채널A는 담화 관련 첫 번째 보도인 <‘세월호 영웅’ 이름 부르다 끝내 눈물>(8번째, 박소윤 기자)에서 눈물을 강조하며 국민의 감성에 호소했다. 특히 TV조선은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상당히 충격적인 조치들을 읽어 내려갔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담화 발표를 마쳤다”고 앵커멘트로 소개했다. 더구나 방송 보도에서 나와서는 안 될 카메라 줌인으로 ‘대통령의 눈물’을 화면 가득히 채워 내보냈다. TV조선은 또 <[배성규의 정치 속보기] ‘대국민담화’ 국면 전화 계기 될 수 있을까>(28번째, 대담)에서도 시작부터 “대통령의 눈물입니다. 눈물인데, 이번 눈물이 좀 일반적인 눈물과 좀 다른 게 있긴 있어요”라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요청했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인 배성규는 이어서 “같이 공감하는 상황에서 울었기 때문에 나 혼자 운 게 아니라…이 뭔가 슬픔을 참으면서 꾹 참으면서 말을 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단 말이에요. …뭔가 강인한 눈물이다”라며 해석을 보태 의미를 부각하려 애썼다. 



MBC, 유가족의 반응은 전혀 언급 안해

MBC는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한 유가족의 반응을 다루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공식 반응을 미루고 진도로 가서 논의한 후 전체 가족의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최소한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은 제대로 전달했어야 마땅하다.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대통령 담화에 실종자에 대한 원칙과 수색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해경 해체로 수색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MBC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그래놓고 <해경 해체 안행부 축소>(1번째, 박성준 기자)에서 “박 대통령은 담화발표 직후 이주영 해수부 장관에게 해경 해체 발표 이후에도 수색 구난 체계에 변화가 있어선 안 된다며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MBC가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무시하며 오로지 대통령만 바라보고 가는 방송사임을 다시금 입증한 것이다. 

반면 SBS는 <실종자 가족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달라”>(7번째, 박아름 기자)에서 실종자 가족의 기자회견을 상세히 보도했다. KBS도 <실망‧불안…“수색 차질 없어야”>(3번째, 노준철 기자)에서 진도의 실종자 가족 기자회견을 보여주고,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발언을 담았다. 

 KBS의 경우 길환영 사장의 보도 관여에 대한 반발로 남성앵커와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 이 날은 평소보다 짧은 20여 분간 여성앵커 단독으로 진행됐다. 단 12꼭지만을 보도하며 해경의 입장은 보도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보도에 반영했다. 



TV조선만의 착각인가 “유가족이 대통령 사과에 대책에 대체로 공감” 

TV조선은 <‘해경 해체’ 수색 차질 걱정>(11번째, 이송원 기자)에서 앵커는 “세월호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대통령 사과와 대책에 대체로 공감했다”고 멘트를 시작했다. 기자는 “박 대통령이 사과와 대책을 밝힐 땐 고개를 끄덕이고, 희생자 이름이 언급될 때 눈문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후반부에 가족들의 실망과 불만의 목소리를 담긴 했으나, 앵커와 기자는 애써 공감쪽을 강조했다. 

게다가 TV조선은 유독 시민, 공무원, SNS반응을 각각의 꼭지로 편성해 대통령 담화에 대한 반응을 자세히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대책 긍정”-“실천 지켜봐야”>(12번째, 이채림 기자)에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담화를 지켜본 시민들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기자멘트했다. 이어진 시민 인터뷰가 “때와 시기를 봐서...(사과를) 하려고 하니까”, “한 2주 정도 일찍 했으면”, “개혁한다고 해서 그 말을 믿을 순 없을 거 같다”는 등 4명 중 3명이 부정적 평가여서 기자의 평가가 자의적인 것임을 입증했다. <충격과 침통…공무원 냉기류>(13번째, 배연호 기자)에서는 안행부와 해수부 공무원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세월호 참사 후폭풍이 공무원 사회를 몰아치고 있다”며 호들갑스런 기자멘트를 했다. <“고심 끝 해경 해체”-SNS ‘충격’>(19번째, 이승연 기자)에서는 “신의 한수”, “역시 원칙주의자, 강단있다”등의 SNS를 소개하며 “박 대통령의 조치를 수긍했다”고 평가했다.   



MBC, 야당의 반응조차 엉뚱한 보도에 끼워서 ‘수박 겉핥기’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매우 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 담화문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야당은 물론 다양한 시민사회의 반응을 충실히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송3사는 국민의 다양한 평가는 다루지 않은 채 여야의 입장만을 기계적 균형을 맞춰 보도했다. SBS는 <야 “국가안전처론 부족‥靑이 직접 챙겨야”>(6번째, 장선이 기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해경의 입장을 다뤘다. KBS는 <여 “입법 뒷받침” … 야 “미흡‧부적절”>(4번째, 김건우 기자)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을 다뤘다. YTN은 <여 “획기적 대안”…야 “대책 미흡”>(11번째, 김준영 기자)에서, TV조선은 <“환영”-“미흡” 선거변수 주시>(10번째, 백대우 기자)에서, 채널A는 <여“진솔했다” VS 야“눈물만 길었다”>(13번째, 임수정 기자)에서 각각 여야반응을 전했다. JTBC의 경우에는 여야의 반응을 따로 실어 기계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담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4건의 심층보도를 통해 다양하게 내보내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심각한 것은 MBC이다. MBC는 <아랍에미리트 방문 외교 재개>(5번째, 박영일 기자)에서 박 대통령의 중동 출국을 다루면서 그 안에 여야의 입장을 한마디씩 끼워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주로 중동 방문의 의미를 홍보하는데 치중한 보도였다. 앵커는 “오늘 담화를 마친 박 대통령. 세일즈 외교를 위해 해외순방길에 올랐다”라고 이야기했고 기자는 “1박 3일 40여 시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국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애써 박 대통령 출국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런 보도에 여야의 입장을 한마디씩만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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