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8차보고서③] 정몽준 백지신탁 논란 보도, 기계적 균형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 실체 전하려 노력해야(2014.4.22)
등록 2014.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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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 8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세월호 참사에도 ‘朴대통령 리더십’을 찬양하다

  - [방송] ‘실종자 가족 방문’에 등장한 따뜻하고 단호한 리더십 

  - [신문] 정부는 비판해도 박 대통령은 감싸주는 조선일보

  - KBS “朴 지지율 상승” vs 한겨레 “朴 60% 지지율 믿었나”


2) [신문] 언론이여,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지 말라


3) [방송] 정몽준 백지신탁 논란 보도, 

                기계적 균형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 실체 전하려 노력해야


4)  ‘방송법 개정안 논란’에 드리운 ‘짙은 편파성’


5) <금주의 황당 말․말․말>

- 대통령 조롱은 ‘부적절’, 야당 대표 조롱은 ‘언론자유’라는 이중잣대

- 박 대통령 친인척 사기혐의로 구속됐는데, “클린”하고 “착하다”(?)




정몽준 백지신탁 논란 보도,


기계적 균형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 실체 전하려 노력해야




 최근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 관련한 보도에서는 ‘백지신탁 논란’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13일 김황식 전 총리는 현대중공업과 서울시간 직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경선 이후에도 이 사안이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지신탁에 대한 김 전 총리의 글 ‘논리 정연’


 김 전 총리의 블로그에 실린 <정몽준과 현대중공업 백지신탁 논란의 쟁점 완전정리>라는 글에는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서 상세하고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백지신탁 제도는 2005년 당시에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 차단, 재산권 침해 소지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이해상충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도입됐다. 이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에 대해 2012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법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6년 4월 서울시장 재임 당시 보유 중이던 786주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각했다고 한다. 당시 보유 주식이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행정자치부 백지신탁위원회의 판정에 따른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법이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될 수는 없기 때문에 정 의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1조 7천억 원 가치)에 대한 백지신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설명은 김 전 총리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서울시민들의 투표행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언론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보도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서 양 후보의 공방을 정확하게 전달해줌과 동시에 언론사 스스로 이 사안에 대해 검증하여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송은 ‘백지신탁 논란’이라는 단어만을 전할 뿐, 이것이 무슨 내용인지 누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지 않았다. 

 


‘백지신탁 논란’을 ‘네거티브’로 단정한 MBC, SBS, YTN


 현재 방송의 선거보도는 천편일률적으로 ‘백지신탁 공방’이라는 말만을 전달하고 있다. 백지신탁 공방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게다가 MBC, SBS, YTN는 앵커가 기자가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 ‘네거티브’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며 보도했다. 이 사안을 ‘네거티브’로 일축하는 것은 정 후보의 입장일 뿐이므로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신중하게 표현했어야 한다. 


△ 4월 13일자 YTN <뉴스나이트> 화면 캡처


KBS는 ‘설전’, JTBC는 ‘공방전’, TV조선은 ‘신경전’, 채널A는 ‘공방’, '설전‘이라고 표현했다. MBC <달아오르는 경선열기>(13일, 장재용 기자)에서는 앵커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받았고”라고 말해 사안을 네거티브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YTN <여, 서울시장 후보 ‘네거티브 공방’>(13일, 안윤학 기자)에서도 앵커가 “또 한 차례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고 언급했다. 



백지신탁이 무엇인지 좀처럼 설명하지 않는 보도들


 정몽준, 김황식 예비후보의 공방을 그대로 전하는 것 이외에 이 사안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보도도 거의 없다. KBS <여, ‘백지신탁’공방…야, ‘광주 경선’ 갈등>(13일, 김성주 기자)에서는 기자가 “김황식 전 총리가 현대중공업과 서울시간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정몽준 의원이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일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TBC <백지신탁 공방전 ‘점입가경’>(13일, 임소라 기자)에서는 기자가 “김황식 후보는 현대중공업과 서울시장직의 업무연관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 후보를 공격했습니다”라고 멘트했다. YTN <여, 서울시장 후보 ‘네거티브 공방’>(13일, 안윤학 기자)에서 “김 후보는 백지신탁 문제 제기는 정상적인 검증 과정이지, 네거티브 공세는 아니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더 나아가 보도자료까지 내고 본선에서 야당의 ‘쓰나미 공격’이 예상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내용으로 국민들이 백지신탁 논란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공방만 앵무새처럼 전달, 언론의 기능은 없는 방송보도


 7개 방송사 모두 정몽준, 김황식 예비후보의 발언을 담았지만, 이 발언만으로는 시청자들이 백지신탁에 논란에 대해 이해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표1> 4월13일 방송사 정몽준 김황식 후보 코멘트) 특히 이 멘트를 보면 정 후보는 사안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아니라 ‘네거티브다’, ‘국어실력 검토하라’, ‘안심하라’라는 말들만 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자의 해석은 전혀 없었다. 




언론의 공정성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사안일 경우 논란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사안을 전할 필요가 있다. 정몽준 후보의 ‘백지신탁’ 논란이 진정 김 전 총리의 ‘네거티브 공격’ 정도의 사안인 것인지, 실제로 정 의원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한 사안인지 언론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보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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