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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왜 김건희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침묵할까
등록 2023.07.06 16:34
조회 838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논란입니다. 2017년 계획 시작 단계는 물론 2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진행 중이던 노선이 돌연 ‘강상면’으로 변경돼 추진된 것인데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가 강상면 일대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특혜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뒤늦게 ‘노선 변경을 결정한 적 없다’고 해명하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국토부의 해명과 무리한 노선변경 문제가 큰 데도 언론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반면, 같은 시기 김건희 여사가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참석차 강릉을 방문한 소식과 여성기업주간 행사 참석 등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김 여사 행보는 적극 보도하면서도 특혜 의혹엔 침묵하고 있는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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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양평 고속도로 계획안 변경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7/1)

국토부는 5월 8일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개했습니다. 2017년 계획 단계부터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줄곧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으로 추진되던 노선을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받겠다는 내용인데요. 노선 변화의 조짐이 보였던 2022년 7월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후로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가 당선된 시기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뚜렷한 명분이 없는 갑작스러운 종점 변경은 두물머리 인근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지 않을뿐더러 경제성도 떨어집니다. 노컷뉴스 <‘경제성 없다’던 서울-양평고속도로…돌연 입장 바꾼 국토부>(7월 5일 이준석 기자)는 노선이 2km 늘어나 최소 “1310억 원이 더 필요”하고 “IC가 1개소 추가돼 사업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변경된 종점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2만 2663㎡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으로 번졌습니다. “지역 공인중개사는 종점 지역의 토지주는 큰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무리한 노선 변경 의혹을 해소하려면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건희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 보도가 없다

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1건

1건

-

-

5건

-

-

-

방송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건수

-

1건

-

2건

-

-

-

 

△ 신문지면(7/1~7/5)‧방송저녁종합뉴스(7/1~7/4)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이 처음 보도된 7월 1일을 시작으로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저녁 종합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보도한 곳은 MBC, JTBC가 유일하며, 신문보도에서도 한겨레가 5건의 기사를 낸 것을 제외하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가 각 1건씩 보도한 것에 그쳤는데요.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보도량이 적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추진 ‘김건희 라인’ 때문인가>(7월 3일), 한겨레는 <김건희 일가 땅 쪽으로 노선 변경 의혹, 진상규명해야>(7월 4일)라는 사설을 통해 종점을 바꿀 합리적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고 김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은 증폭된다며, 노선 변경 추진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에 침묵하고 있는데요. 무보도를 통해 논란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는 모양새입니다.

 

김건희 동정 홍보기사 105건 쏟아낼 때, 특혜 논란은 50건

하지만 지난 며칠 김건희 여사는 끊임없이 언론에 등장했는데요. 언론이 김 여사와 관련해서 무엇을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같은 기간(7월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김건희’로 검색한 보도량은 195건이며, 그중 ‘충북도청의 대통령 우상화 논란 사진 전시’와 ‘서울의소리 김건희 여사 통화 공개 손배소 2심 조정 결렬’ 등을 제외한 김 여사 행보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관련한 보도는 총 155건입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과 관련한 보도는 50건(32%)에 불과하며,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보도는 105건(68%)에 달했는데요. 김 여사와 관련한 부정적 이슈에 비해 긍정적 행보가 2배 넘게 많이 보도됐습니다. 게다가 50건 보도도 언론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직접 취재한 기사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제기원희룡 장관의 해명을 받아쓰는 보도가 대부분인데요. 김 여사의 특혜 의혹 보도엔 소극적이고, 행보를 홍보하는 데는 적극적인 모습에서 언론이 권력 감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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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카인즈에서 7월 1~4일 김건희로 검색해서 나온 보도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105건이나 되는 김건희 여사 행보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부산 엑스포 가방고리 그림 이미지 무료 배포강릉 전통시장 해산물 시식과 경포해변 쓰레기 줍기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참석아오자이 입은 김 여사에 반한 베트남 국민미국 독립기념일 축하 케이크 전달여성기업주간 행사 참석까지 다양했는데요. 언론은 나흘간 김 여사의 행보를 소상히 전했습니다.

 

빅카인즈 검색 결과, KBS는 김 여사의 강릉 세계합창대회 개막식 참석 2건, 한국경제는 김 여사의 강릉 방문 아오자이 입은 김 여사 보도 2건,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부부가 주한 미 대사관에 3단 축하케이크를 보낸 사연 1건씩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3개 언론 모두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무보도 했습니다.

 

국토부의 거짓 해명, 언론이 밝혀야

절차 무시한 노선 변경안, 국토부 이미 진행 중

한겨레는 7월 1일 <고속도로 급하게 튼 국토부, 근처에 김건희 일가 땅>(심우산·최하얀 기자)에서 “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며 “교통시설 타당성 조사는 기재부 주관 예비타당성 조사 → 국토부 주관 타당성 조사 순으로 이뤄지는데, 강상면을 종점으로 변경하는 안은 예타도 거치지 않았고, 국토부 차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검증된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국토부의 종점 변경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요.

 

JTBC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노선 변경을 결정한 적이 없다’는 해명이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독/‘김건희 일가’ 땅 포함된 ‘노선 변경안대로’ 진행해 온 국토부>(7월 4일 구혜진 기자)는 “국토부가 이미 지난해 11월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돼 변경한 “노선을 단일안으로 사실상 확정하고, 관련 사업 절차를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는데요. JT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준비서엔 지난해 11월에 이미 노선 변경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 3개월 만에 바뀐 노선으로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 평가 항목을 확정하는 등 실제 사업을 진행” 했다고 전했습니다.

 

국토부 하남시 분석의견서 무시, 양평군 부정적 의견서에도 종점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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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군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의견 자료를 보도한 JTBC(7/4)

국토부는 종점 변경 이전에 양평군에 노선에 관련 의견을 요청했으며, 의견수렴 뒤 논의를 거쳐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JTBC <단독/“양평군 의견 수용했다”더니…문건엔 ‘다른 뜻’>(7월 4일 채윤경 기자)은 국토부 주장과 달리 양평군 의견서에는 노선 변경 시 “사업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는데요. “기존 안과 가까운 ‘양서면 종점안’ 검토사항엔 ‘경제성, 타당성, 지역주민 편의성 확보’라고” 쓰여 있지만,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2안에 대해선 사업비 증액이 예상”돼 “경제성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한겨레 <단독/‘김건희 일가땅’ IC 의혹…교통량 예측 하남시 요구는 묵살>(7월 4일 심우삼 기자)은 하남시가 교통 정체를 이유로 시작점을 ‘감일 분기점(JCT)에서 서하남 나들목(IC)’으로 변경해달라고 시뮬레이션’ 분석 의견서와 주민 반대 서명을 함께 국토부에 건의했지만 거부됐고, “대조적으로 고속도로 종점을 바꿔 달라는 양평군 요구는 단번에 반영됐다”고 짚었습니다. 양평군이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 정체가 빚어지는 두물머리 일대 교통 정체해소라는 당초 고속도로 건설 취지와 완전히” 다른 종점 변경 사유를 기재했지만, 국토부는 “2차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하기도 전인 올해 1월 사실상 강상면 종점안을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는데요. 하남시의 민원엔 꿈쩍도 하지 않던 국토부가 엉뚱한 양평군의 의견은 참고해 대대적인 종점 변경에 나섰다고 것입니다.

 

납득되지 않는 국토부 해명, 언론 적극 검증해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된 국토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시비 관련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언론의 적극적 취재가 필요한데요. 늦게나마 여러 언론에서 대통령실과 국토부의 엉터리 해명을 지적하고, 추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대통령실 홍보부서의 일입니다. 언론은 정치인들과 행정부가 합리적이고 투영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7월 1~4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저녁종합뉴스/ 2023년 7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7월1~4일 김건희로 검색한 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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